은행권 가계대출, 두 달 연속 증가…금융당국,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영향 예의주시
3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1145조원으로 집계 증가폭은 2월보다 1조 8000억원 축소 금융당국 “안정적 모습이지만, ‘토허제’ 풍선효과 면밀하게 살필 것”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올해 3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으로 늘어난 주택 거래가 가계대출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할 방침이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2월 말보다 1조 4000억원 늘어난 1145조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은 2월(+3조 2000억원)보다 1조 8000억원 줄어들었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909조 9000억원)이 2조 2000억원 증가했지만,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234조 2000억원)이 9000억원 감소했다.
박민철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해 말과 연초의 주택거래 둔화, 신학기 이사 수요 해소 등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의 경우 분기 말 상여금 유입과 부실 채권 매·상각 등의 영향으로 계속 줄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2~3월 주택거래가 늘어난 영향은 2분기에 집중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 여건 완화 ▲주택가격 상승 기대 재부각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둔화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비롯한 정부 대책 효과 등 상·하방 요인이 혼재하고 있어 향후 가계대출 흐름이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한국은행 측 설명이다.
이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금융권 전체 3월 가계대출 잔액(1672조 2000억원)은 전월보다 4000억원 증가했지만, 2월 증가 폭(4조 2000억원)보다 크게 낮았다.
은행(+1조 4000억원)의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2금융권(-1조원) 가계대출은 감소했다. 2금융권 중 특히 여신전문금융회사(-9000억원)의 감소 폭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대출 종류별로는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사이 3조 4000억원 증가했지만, 전월(+4조 9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도 3조원 감소했다.
3월 은행의 기업 대출은 2조 1000억원(잔액 1324조 3000억원) 감소했다. 올해 들어 1월(+7조 8000억원)과 2월(3조 5000억원) 두 달 연속 늘어난 후 하락 반전했다.
3월 기준 기업대출이 전월보다 줄어든 것은 지난 2005년 3월(-1조 2000억원) 이후 20년 만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 7000억원, 1조 4000억원 줄었다.
박 차장은 “3월 은행 기업대출 감소는 작년 말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 탓에 기업의 자금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 측면에서도 은행들이 신용위험 관리 측면에서 중소기업 영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3월 수신(예금)은 예금은행에서 12조 3000억원(잔액 2438조 4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4월 이후부터가 가계대출 관리에 있어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되지 않은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지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한국은행, 은행연합회, 5대 은행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가계대출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3월 부동산 규제 재시행 이전 활발히 이뤄진 주택거래는 다소 시차를 두고 가계부채 통계에 반영되는 만큼 4월 이후가 향후 가계대출 관리에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으로의 풍선효과가 나타나는지 여부를 국토부 등 관계기관과 면밀히 살펴보고, 금융권과 함께 지역별 가계대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 상황에 따라 필요시 자율 관리를 강화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부터 진행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 90%로 인하와 소득심사 강화,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앞두고 금융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권 처장은 “1분기 가계대출은 전반적으로 관리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2분기에도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대출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권이 보다 적극적이고 자율적으로 월별·분기별 경영 목표에 맞춰 가계대출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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