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일의 IT직설] 정권 입맛에 따라 변하는 ICT정책은 “이제 그만”

2025-04-10     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이미지는 챗GPT를 활용해 만들었습니다. [일러스트=DALL·E]

뉴스퀘스트=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다시 선거의 계절이 다가왔다. 6월 3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짊어질 제21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전임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도 제대로 못 채우고 헌법을 위반해 파면당한 결과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못 채운 것도 불행이지만 다음 정부의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정책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존에 추진해온 정책이 지속될지, 아니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책으로 다시 포장될 지 가늠하기 어려운 탓이다.

지난 30년 동안 대한민국 ICT정책은 집권한 정권에 따라서 부침이 심했다. 우선 ICT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의 위상부터 달랐다. 약 30여 년 전인 1994년 기존 체신부에서 확대 개편된 정보통신부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 황금기를 누렸다.

김 대통령은 1995년에 만들어진 ‘정보화촉진 기본법’을 통해 국가 정보화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국내 초고속 인터넷과 100만원대 국민PC보급을 통해서 정보통신 선진화를 위한 밑거름을 만들었다. 2002년 대한민국은 가구당 초고속인터넷 보급율 세계 1위(54.3%)로 올라서며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을 자랑했다. 덕분에 전자상거래, 온라인 게임 등 인터넷 비즈니스가 만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업인출신 진대제 장관과 경제관료 출신인 노준형 장관을 중용해 ‘IT839’ 등 ICT정책을 이끌도록 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ICT정책에 대해서 우호적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ICT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인식이 강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기존 정보통신부의 정부전산기능은 행안부로, 우정기능은 산업부로 보냈다. 방송통신관련 정책만 방송통신위원회로 재편했다. 사실상 정보통신부를 해체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시절 ‘미래창조과학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시절 과학기술과 합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개편됐다.

다른 정부조직과 비교해 봐도 정보통신을 담당하는 부처만큼 정권에 따라서 부침이 심한 전례가 없다. 부처명칭만 해도 그렇고 집권하는 대통령의 ICT정책에 대한 인식에 따라서 정책이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또한 현직 대통령과 지근거리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에 의해서 ICT정책이 크게 영향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ICT분야에서 '디지털 플랫폼정부'가 급부상했다. 윤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던 대학교수가 그 개념을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일화로 대통령당선인 신분인 윤 대통령은 브리핑 자리에 온 A대학교수에게 스스럼없이 "OO형 왔어"라고 친분을 과시했다고 한다. 대통령 당선인에게 국가정책을 브리핑하는 자리가 개인간 친분을 과시하는 자리로 변질됐다.

이후 A교수는 대통령 인수위에서 인수위원으로 활동했고 윤 정부의 실세로 소문이 파다했다. A교수가 책임을 맡은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는 2024년 예산 9388억원을 배정받아 전년대비 123%나 증액되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치고는 파격적인 예산편성이었다,

하지만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가 정부부처간 칸막이를 뛰어넘어 원스톱 개인맞춤형 정보 제공이라는 정책목표가 다음 정부에서 그대로 유지될 지는 의문이다.

과거 문재인정부 때 추진된 '디지털 뉴딜정책'은 정권이 바뀌자마자 홍역을 치렀다. '디지털 뉴딜정책'은 문재인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공들인 ICT정책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마다 담당 공무원들은 무려 1년 이상 감사원 집중감사에 시달려야했다.

감사원은 시행된 지 2년도 안된 디지털 뉴딜정책에 대한 감사를 벌이면서 예산집행을 현미경으로 보듯 샅샅이 정밀검사를 했고, 디지털 뉴딜 관련예산은 대부분 삭감됐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되면 부처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리 없다. 부처소속 공무원들에게 제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요즘 젊은 정부부처 과장들과 사무관들이 과감하게 공직을 떠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60일도 채 안남은 시간이 지나면 차기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다.

각 당 유력후보들에 대한 정부부처의 비공식적인 정책 줄서기가 시작되고, 집권 후 한 자리를 노리는 관변단체장들과 학계에서도 앞다퉈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돌아보면 ICT강국이라는 한국의 경쟁력 하락은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정보통신부 해체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제전기통신연맹(ITU)이 평가한 ICT개발지수 순위가 2007년 세계 1위에서 2010년 세계 3위로 떨어졌다.

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개발지수 평가는 각국의 ICT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도, 이용능력에 대한 평가인데 정보통신부 해체이후 ICT정책에 대한 우선순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AI(인공지능)를 비롯한 로봇, IOT(사물인터넷) 등 국가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는 ICT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오로지 정권의 입맛에 맞춰 정책이 추진되면 과거의 실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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