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미국발 관세 충격, 어두운 터널 들어온 느낌”…韓 경제 저성장 우려

기준금리 연 2.75% 동결 후 통화정책 ‘스피드’ 조절 시사 내수 경기 부진에 대해 “당분간 어렵겠지만, 하반기 해소 희망” 금통위원 6명 전원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열어둬야”

2025-04-17     김민수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발표한 후 기자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고 우려했다.

17일 이창용 총재는 이날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연 2.75% 동결을 발표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의 스피드를 조절하면서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커진 상황”이라며 “미국의 관세 정책 강도와 주요국 대응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만큼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조차 설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6명 중 5명은 물가와 성장 등을 봤을 때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정책 불확실성·금융안정·자본 유출입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보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환 위원의 경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신 위원이 물가와 성장만 보면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환율·가계부채 등 우려할 만한 부분이 남아있어 이번에는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다음 달 발표하게 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전망치는 1.5%로 이창용 총재는 이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올해 1분기 대규모 산불이 발생할지 몰랐고, 정치 불확실성이 오래 갈지도 몰랐다”며 “미국 관세 충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예상보다 나빠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비상계엄·윤석열 대통령 탄핵·조기대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1분기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고 불확실성 해소가 지체되면서 내수 경기가 매우 부진했다”며 “당분간 이러한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하반기에는 많이 해소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재의 주요 발언 내용을 보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통위원들은 우리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굉장히 큰 상황이므로 전망 수정치와 금융시장 상황, 외환시장 상황 등을 보면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기준금리 인하 폭과 관련해서는 “과도하게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1년 정도는 괜찮을지 몰라도 나중에 엄청나게 많은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다음 달로 예정된 기준금리 결정 시점이 조기 대선 직전인 점을 놓고 “가급적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중립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 규모에 대해서는 “추경을 12조원 규모로 집행하면 0.1%포인트 정도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동성이 커진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이 총재는 “경제 모델로 따져보면 펀더멘털보다는 더 절하된 상황”이라며 “미국 행정부 관세 정책과 정치 불확실성이 안정되면 더 내려올 여지가 있는 것으로 경제 모델들이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관세 정책에 따라 미국 인플레이션이나 성장에 따라 통화정책이 어떻게 갈지, 달러인덱스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정치 불확실성이 어떻게 해소될지에 따른 영향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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