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김정수 시인, 등단 35년 만에 펴낸 첫 평론집 '연민의 시학'

‘의외의 것’을 ‘연민’으로 바라보는 따스한 감촉

2025-04-21     하응백 문화에디터
 연민의 시학/김정수 지음|휴먼앤북스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 김정수 시인이 등단 35년에 첫 평론집 『연민의 시학』을 냈다.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그동안 『사과의 잠』 『홀연, 선잠』 『하늘로 가는 혀』 『서랍 속의 사막』 등 4권을 시집을 출간했다.

10년에 한 권쯤 시집을 낼 만큼 과작인 시인의 평론집 발간은 다소 의외지만, 그는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집 해설과 신작 시집 서평, 문예지 신작시에 대한 분석 글을 써왔다.

특히 시 한 편에 대해 예리한 단평인 경향신문의 ‘詩想과 세상’, 신간 시집에 대한 서평인 머니투데이 ‘시인의 집’, 문학에 관한 전반적인 분석 글인 주간경향 ‘김정수의 시톡’ 등의 연재 칼럼을 통해 주목할 만한 글솜씨를 뽐냈다.

과작에서 다작으로의 전환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후 본격적인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고부터다. 그런 점에서 이번 첫 평론집은 퇴직 후의 왕성한 작품 활동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김정수 시인은 ‘책머리’에서 “대학 시절 이후 지금까지 글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으니 산문이 낯선 것은 아니”라면서 “글을 쓰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문학은 ‘뻔한 것’은 그대로 두고 ‘의외의 것’을 추구한다”고 했다.

“그 ‘의외의 것’은 반복해 읽으며 때로는 분리하고, 때로는 통합하면서 일정한 패턴을 찾으려 했다”며 “시인의 생각과 경험, 사유의 세계에 가닿으려 했다”고 밝혔다. 텍스트로 삼은 시인과 접속한다는, 그 시인의 심정으로 사고해서 읽어내려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했다.

또한 그동안 쓴 산문 중에서 최근에 쓴 시집 해설 위주로 묶었다면서 두 권 분량이 넘는 원고에서 문예지에 쓴 서평과 신작 시평, 시집 발문을 덜어냈다고 한다. 해설 중에서도 전체 흐름에서 벗어난 발문은 손에서 내려놓았다며 오로지 책의 완성도에 집중하려 했다고 밝혔다. 

평론은 작품 꼼꼼히 읽기부터가 시작 

이 책은 ‘제1부 삶의 연민과 시간’, ‘제2부 형식의 죽음과 사유’, ‘제3부 존재와 세계의 분류법’, ‘제4부 공간의 사색과 소요’ 등 전체 4부로 구성했다.

제1부 문효치 시집 『헤이, 막걸리』를 시작으로 최영규 시집 『설산 아래 서서』, 천수호 시인의 신작시 읽기, 조현석 시집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스케치』, 정영선 시집 『누군가 꿈속으로 호출될 때 누구는 내 꿈을 꿀까』, 이선이 시집 『물의 극장에서』,

제2부 오탁번 시집 『알요강』, 위선환 시집 『시작하는 빛』, 이동순 시집 『좀비에 관한 연구』, 정학명 시집 『허공의 비탈』, 이도화 시집 『온·오프는 로봇 명령어가 아니다』, 배동욱 시집 『저 무수한 빛 가운데 빛으로』, 이호준 시집 『사는 거, 그깟』 제3부 정선영 시집 『책상 위의 환상』, 신새벽 시집 『파랑 아카이브』, 강성남 시집 『당신과 듣는 와인춤』, 성은경 시집 『모나리자 증후군』, 이다영 시집 『백령도 표류기』, 배선옥 『초록 가시의 시간』 제4부 나석중 시집 『저녁이 슬그머니』, 최지안 시집 『수요일의 브런치』, 정완희 시집 『조찬』, 유성임 시집 『붉음을 쥐고 있는 뜨거운 손끝』, 유기택 시집 『고양이 문신처럼 그리운 당신』, 이건행 시집 『상사화 지기 전에』 등 원로 시인부터 신진 시인까지 총 25명의 시집을 텍스트로 삼고 있다.

가령 문효치 시인의 15번째 시집 『헤이, 막걸리』에서는 ‘해’와 ‘햇빛’의 상징으로 담아낸 시력(詩歷) 57년의 의미를, 최영규 시인의 산악시집 『설산 아래 서서』에서는 만년설 앞에서 인간의 절대고독을, 조현석 시인의 『불법,…체류자』에서는 대도시 소시민의 불안한 삶을, 오탁번 시인의 『알요강』에서는 말과 죽음의 유쾌로 본 초월을, 이동순 시인의 『좀비에 대한 연구』에서는 인간성이 사라지고 있는 세태 비판을, 이호준 시인의 『사는 거, 그깟』에서는 소소한 삶의 애환을, 나석중 시인의 『저녁이 슬그머니』에서는 자연 속에 든 노시인의 초탈한 삶을, 그리고 이건행 시인의 『상사화 지기 전에』에서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의 고독을 살피고 있다. 

오민석 문학평론가와 정우영 시인의 추천사

오민석 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김정수의 평론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 비평’을 지향한다.

그는 현란한 이론이나 오리무중의 개념에 등을 돌리며 항상 날것으로서의 시 쓰기와 시 읽기의 현장에 가 있다”면서 “그는 다른 사람의 시를 읽기 전에 먼저 시를 쓰며, 시 쓰기의 현장에서 시 읽기의 현장으로 자연스레 이동한다”고 했다. 

정우영 시인도 추천사를 통해 “가장 치열하게 시를 사는 이. 아침에 일어나면서 시를 생각하고 밤에는 시의 해석에 골몰하다 잠드는 이. 시의 근심으로 앓고 시의 확장으로 기뻐하는 이. 시의 뒷전에 서지만, 시의 맨 앞을 내어다보는 이. 시인 김정수”라면서 “나는 그를, 시에게 생의 정수를 내어준 시의 사제”라고 이르겠다고 했다.

이번 평론집은 이론보다는 현장에 집중하고 있다.

오래 시를 쓰고 읽은 경험을 바탕으로 시인들 곁에서 그들의 신음에 귀 기울이고, 고통을 통감하며, 그들이 겉으로 채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건져낸다.

그 중심에 연민의 시선이 있다.

연민은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인식하고, 그 고통과 슬픔을 덜어주거나 애쓰는 마음이다. 시에 담아낸 고통과 슬픔을 읽어내 안아주고자 마음이다.

삶보다는 죽음에, 죽음보다는 불멸에, 배척보다는 연민에, 번잡보다는 고요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연민이라는 부드러움 속의 시를 읽어내려는 날카로움이 숨어 있다.

김정수시인

김정수 시인은 1963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으며,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사과의 잠』 『홀연, 선잠』 『하늘로 가는 혀』 『서랍 속의 사막』이 있으며, 평론집으로 『연민과 외출하기』를 냈다. 경희문학상과 사이펀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시와 더불어 시집 해설과 신작 시집 서평 등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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