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기자의 쓴소리] '기본'이 흔들려 고개 숙인 국내1위통신사 SKT

유영상 사장, 사고 7일 지나서야 "기본에 충실" 사과 국내 1위 통신사의 허술한 정보 보안 이면 드러나 본업인 통신 경쟁력 강화하는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야

2025-04-25     황재희 기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25일 진행한 '해킹 사고 관련 고객보호 조치 강화' 설명회에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SKT]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화려한 기술보다 흔들림 없는 기본이 먼저입니다. 기술보다 앞서 기억되는 건 신뢰입니다. 고객이 다시 찾아오는 이유는 놀라운 기능보다 지켜지는 약속에 있습니다.” LG유플러스 용산사옥 내 화장실에 게시돼 있는 글이다. 지난 2023년 초 해킹 사고로 30만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 임직원들에게 '기본'의 중요성을 알리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SK텔레콤에서 이런 '기본'을 잃어버렸다. 지난 19일 해커에 의해 가입자의 유심정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사고 7일만인 25일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한 번 기본에 충실하고 책임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가입자들은 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절반에 육박하는 2300만명 고객을 보유한  통신사로서 책임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항변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해킹 사고가 발생한 이후 가입자들은 며칠 동안 사고 경위나 피해 규모 등이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아 자신의 유심정보가 타인에 의해 도용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지내야 했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유심에는 민감한 개인 정보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출된 유심 정보를 이용해 해커가 복제폰을 만들어 악용할 가능성 등이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

이에 이번 해킹 사고로 인해 SK텔레콤이 사전에 보안에 대한 충분한 투자를 했는지, 사고를 예방하려는 노력을 다했는지에 대해선  뒷 말이 나온다. 최근 SK텔레콤의 행보를 보면 통신 기업으로서 정보보안 등 기본을 위한 노력보다는 AI(인공지능) 투자 등 신사업을 더 강화하는 기조였다.

본업인 통신에서의 성장세가 가입자 포화 상태로 둔화되자 수요가 높은 AI 시장을 공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사업 전략에 대해 뭐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때문에 통신 인프라 강화나 해킹 사고 예방을 위한 보안 투자를 소홀히 했다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4년 기업별 정보보호투자 현황'을 보면 이같은 문제가 사실로 드러난다. 지난해 공시된 정보보호투자 관련 총 746개 국내기업 순위에서 통신 3사중 가장 투자액이 높은 기업은 SK텔레콤이 아닌 가입자 2위 KT였다.

KT의 정보보호투자액은 2023년 1035억원에서 지난해 1218억원으로 증가하며 2위를 기록했다. 관련 전담 인력 역시 같은 기간 303명에서 336명으로 늘어 2위를 유지했다.

통신 가입자 3위인 LG유플러스도 정보보호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 2023년 LG유플러스의 정보보호투자액은 442억원에 그쳤지만 1년 만에 632억원으로 증가했다. 덕분에 정보보호투자 순위 역시 8위에서 5위로 세 계단 상승했고, 전담인력은 117명에서 157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경쟁사와 대비해 정보보호 투자액이 뒤처지는 양상이 뚜렷했다. 특히 정보보호 투자액은 지난해 600억원으로 직전년도(550억원)보다 증가했으나 5위에서 7위로 두단계 하락했다. 

물론 유무선 사업을 통합해 운영하는 경쟁사와는 달리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각각 무선사업과 유선사업을 나눠서 진행해온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정보보호 전담인력 면에선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합산 343명으로 통신 3사중에선 1위다.

다만 양사의 정보보호 투자액을 합산해도 867억원에 그쳐 통신 2위인 KT(1218억원) 에 비해선 351억원 더 적다는 점에 대해선 해명이 필요하다.

이번 해킹 사고의 정확한 유출 경위나 피해 등은 더 조사해봐야 나오겠지만 SK텔레콤의 보안 취약점이 확인되고 고객 유심정보 유출이라는 결과로 드러난 만큼 사태가 쉽사리 가라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사과하며 “고객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보안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고객 정보 보호 강화 방안도 마련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발언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본업인 통신의 기본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는 기회로 삼는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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