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일의 IT직설] 중국기업의 한국공습이 두려운 진짜 이유
【뉴스퀘스트=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몰려오고 있다. 전자상거래부터 첨단 테크기업까지 가히 전방위적이다.
치열한 중국시장에서 검증된 제품과 가성비는 물론이고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기술까지 무장한 기업들이 한국기업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제 TV나 인터넷 등에서 중국 자동차나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광고가 쉽게 보인다. 배우 마동석이 출연한 중국 알리바바 광고는 이제 너무 친숙할 정도다.
되짚어보면 지난 1992년 중국과 수교한 이후 자본만 들고 중국대륙에 진출한 한국기업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30여 년 전 중국시장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은 치밀한 준비보다는 의욕만 앞세웠다. 마치 10억 인구의 중국시장이 마치 우리의 앞마당인 것처럼 착각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중국 만리장성처럼 높은 현지 장벽에 막혀 줄줄이 짐을 싸서 야반도주하듯 철수하거나 생산기지를 동남아 등 임금이 더 싼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상황이 역전이 돼 중국이 한국 공략에 나섰다.
다른 것은 지금의 중국은 예전의 중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공략에 나선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영과 내수시장을 통해 이미 세계적인 규모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엄연히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국가다. 중국은 전통산업에서 한 단계 도약해 플랫폼 비즈니스를 비롯해서 AI, 반도체, 배터리, 클라우드 등에서 우리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과거 한국과 중국, 일본은 서로 분업과 협력하는 관계였지만 이제는 모든 산업분야에서 치열한 경쟁관계다.
특히 최근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과연 제대로 대응해 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인천에 물류센터를 완공하고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선 장둥닷컴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업체로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린다. 2024년 8월 발표된 포춘 글로벌 기업 순위 47위에 오른 기업이다. 전년 대비 순위가 12계단이나 상승했다.
중국시장에서 알리바바를 제치고 전자상거래에서 최대 매출 규모를 기록했다.
이 기업의 우리가 생각하는 가성비를 넘어서고 있다. 우선 알리와 테무 같은 경쟁기업보다 강력한 물류배송을 자랑한다. 중국내 인구 99%를 커버하며, 주문의 90%이상을 당일 또는 익일배송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에 한발 더 나가 단순한 거래 플랫폼을 넘어 자체 상표제품으로 중국시장에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짝퉁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일거에 해소하는 혁신적인 전략이다.
더 큰 경쟁력은 플랫폼 기술력이다. 전자상거래에서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같은 첨단기술을 추가해 재고 및 물류관리는 물론 수요예측과 맞춤형 상품 추천 등에서 경쟁기업을 압도한다.
틱톡의 중국 모기업인 바이트댄스도 한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틱톡 운영으로 축적한 AI데이터분석과 GPU솔루션이 가장 큰 무기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BMW는 중국 소비자 마케팅을 바이트댄스와 협업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전기차 제조업체 BYD는 이미 한국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BYD는 자체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적인 전기차 제조기업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버스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50% 이상으로 추정된다. 중국CATL과 BYD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도 마찬가지다.
BYD는 최근 한국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3000만원 초반대(구매 보조금 지급전 가격)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했는데 출시후 일주일 만에 1000대 이상 사전 예약됐다고 한다.
세계1위 배터리 제조기업인 CATL도 최근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B2B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CATL은 리튬인산철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한국 배터리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삼원계 배터리 분야(NCM.NCA)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 등에 대한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중국기업들이 대거 한국시장을 침투하고 있으니 시장 수성(守城)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순한 경쟁력과 가성비보다 더 두려워해야 할 게 따로 있다. 바로 중국 기업들의 인재경쟁력과 그들의 ‘열정’이다.
우선 중국기업은 열정적인 인재들로 넘쳐난다. 한국에 주재하는 직원들은 근무시간이 따로 없다고 한다. 거래선과 저녁 미팅이후에도 본사와 심야회의를 하는 게 다반사다.
최근 경쟁사에 근무하는 친구가 “새벽 4시에 출근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자 중국기업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나는 그 시간에 이미 회의를 마쳤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일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힘든 일인데 중국기업 직원들은 이런 열정으로 뭉쳐있다.
이런 열정을 가진 인재들이 고급인력이라는 점도 중국기업의 한국진출이 두려운 이유다. 매년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한 3만명 이상의 석사·박사급 인재들이 중국으로 귀국한다. 이들은 모든 분야에서 중국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다. 지난해 전례 없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파동으로 인해 첨단기술 분야 석·박사급 인재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간 한국과는 상반된 현상이다.
여기에 한국시장 등 글로벌 시장을 잘 아는 인재들이 많다는 점도 과거 한국기업이 중국시장에 진출할 때와는 전혀 다르다.
중국기업에서 한국시장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한국의 정치부터 경제, 문화까지 관심이 많고 현지화에도 적극적이다. 그래서 우리보다 더 한국적일 때도 많다. 과거 한국기업 중국지사에 근무한 직원이 지금은 한국시장 공략의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기업에는 잘 훈련되고 준비된 직원들이 움직이고 있다.
두려움에 떨게 하는 또 다른 하나는 중국기업 경영자의 핵심은 ‘영파워’라는 점이다. 모두 30대에서 40대로 젊고 실용적이다. 이들은 중국기업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자기가 맡은 분야의 최종 책임자를 자처한다. 한국시장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경영자들을 설득하고, 한국에 출장 와서 대리부터 임원까지 현장(한국시장)에서 답을 찾는다.
조직운영도 실행중심이다. 모든 의사결정은 담당자와 경영자의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다. 2단계의사 결정을 넘지 않는 스피드 경영이다.
지금 우리 현실은 어떤가.
아직도 일부 위계적인 기업문화로 인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렵고 워라벨만 찾는 직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삼무원(삼성공무원)’이나 ‘엘무원(LG공무원)’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다.
책임을 지기 싫어 결정을 미루고 자리 지키기에만 급급한 경영자도 많다.
이런 한국 기업과 첨단 테크와 열정으로 뭉친 중국기업이 맞붙는다면 승패는 자명하다.
중국 기업의 한국진출이 늘어날수록 두려움이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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