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으로 보는 세상(215)] 새 정부에 바란다…'실용적인 나라' 만들려면 '넛지'를 활용하라

2025-06-09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18년 경제 정책을 발표할 때,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었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합리적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저비용·고효율 넛지를 통해 정책 효과를 제고’한다면서 2018년부터 대국민 넛지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시범사업을 선정하고 정책으로도 만들 계획이라고도 발표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 영국처럼 넛지 정책을 발굴·추진하는 전담 조직을 구성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이른바 행동경제학이 적어도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작은 역할을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뭔가 가슴이 먹먹해지기까지 했었는데, 1년만에 그런 얘기가 쏙 들어가서 기대한만큼이나 실망스럽기까지 한 기억이 있다.

물론 그 후로도 정부 관료들 중 넛지를 활용해 보고자 하는 몇 사람을 만나서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사실 정부의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분야에 대해 전공하지도 않았으면서 잘 알고 있는 ‘척’ 하는 교수들이다.

그나마 몇몇 넛지 프로젝트들도 행동경제학의 넛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을 느끼며 참담해 했던 기억 또한 있다.

사실 넛지를 실제 정책에 활용하기 위해 가장 먼저 행동에 옮겼던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은 2010년 연립정부가 구성되면서 행동통찰팀 (Behavioural Insights Team, BIT)을 설립하게 되었는데,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재정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그럼 왜 재정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행동경제학 기반 ‘넛지유닛’을 만들었을까?

지금까지 대부분 정부에서는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혹은 법이나 제도로 강제하는 방법이 전부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모든 행동을 하나하나 할 때마다 소위 장려금 명목으로 얼마씩 준다고 하면 그 방법이 모두 효과가 있을까?

다들 생각하겠지만 재정만 파탄난다.

예를 들어 정부의 저출산 지원 예산은 매년 거의 50조에 육박한다.

그 정도의 돈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면 우리나라 출산율을 확 높아져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인센티브 기반 예산 편성은 반드시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에 더해 사람의 심리를 고려햐여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어떤 신호가 부가된다면 그만큼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더 효과적인 행동변화를 유도할 수 있으므로 넛지 정책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는 넛지와 같은 부드러운 개입이 효과적일 수 있는지 고려해야만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들, 예를 들면 출산율 저하, 남녀 성차별, 10대들의 학교 내 폭력, 환경 문제 해결 등 곳곳에 쌓인 우리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회 문제를 넛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접근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인프라를 갖춘다는 명목으로 수천 억원이 들어갔던 예산 사업들이 애초 목적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들이 추가로 집행되었다면 그 이유를 ‘낙관 편향’에 따른 ‘계획오류’라는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앞으로 그러한 예산 집행이 생기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는 일은 어떨까?

이렇게 정말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처럼 10명 내외의 행동통찰팀을 만들어서 가동해는 보는 것은 또 어떨까?

글 첫머리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넛지를 일종의 아이디어 모집으로 여기는 자체는 매우 넌센스이다.

넛지는 행동경제학에 기반하기 때문에 영국 행동통찰팀과 같이 경제학자와 심리학자 등 행동경제학에 정통한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넛지 정책을 계획할 때는 첫째, 그에 대한 이론적 근거 (편향과 휴리스틱, 인간 행동 등에 대한)를 찾아야 한다.

둘째, 우리 국민에게 통할 수 있는지 없는지 실험을 통해 증명해야 하며, 셋째, 그 효과가 지속될 수 있는지를 검증한 후에야 시도해 볼 수 있다.

물론, 시도하기 전에 마지막 단계로 단순한 인센티브 제공과 비교했을 때, 비용이 줄어들고 효과는 커진다는 것이 확인되어야만 한다.

적어도 5년 동안 우리의 재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 넛지 정책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꾸준히 시도해야만 새로운 정부가 생각하는 ‘실용적인 나라’가 되리라 생각한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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