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기자의 쓴소리] 해킹사태 예스24 '소비자 보상안' 꼼수 논란
해킹사태 보상한다며 소비자 추가지출 유도해 논란
【뉴스퀘스트=김어진 기자】“최고경영자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2013년 한 특별강연에서 한 말이다.
강연에서 그는 창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79년 2차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부도를 냈고, 3년 뒤 이를 극복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긍정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동녕 회장이 언급한 ‘위기와 기회’가 이번 예스24 랜섬웨어 해킹 사태 속에서는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것 같다.
김 회장은 이번 예스24 랜섬웨어 해킹 사태 속에서 꼼수의 기회를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에게 단행한 보상안을 프로모션으로 이용하는가 하면, 사태로 인해 주가가 하락한 사이 증여를 단행하면서 절세와 승계의 기회로 삼았다.
예스24는 지난 9일 랜섬웨어 해킹 공격으로 전산 시스템이 마비됐고, 문제 발생 닷새 만인 13일에서야 서비스 주요 기능이 복구되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소비자 보상안을 내놓았다.
보상안에 따르면 예스24는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YES상품권 5000원과 전자책 구독 서비스 크레마클럽 30일 무료 이용권을 지급한다. YES상품권은 7월 13일까지 사용 가능하다.
또한 온라인 상품 구매 이력이 있는 회원에게는 무료 배송 쿠폰 1장을, 전자책 구매회원에게는 전자책 전용 YES상품권 5000원을 제공한다.
보상안을 확인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예스24에서 가장 높은 회원 등급인 플래티넘 회원이라는 김태윤(가명)씨는 “본인들이 잘못해서 보상하는 건데 어쩐지 예스24 매출만 늘려주는 기분이다. 5000원으로는 살 수 있는 책이 없어 결과적으로는 내 돈을 더 쓰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크레마클럽 이용권 지급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프리미엄의 한달 무료 이용 마케팅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제품 출고가 지연됐거나 매장 픽업을 이용할 수 없었던 회원에게 YES포인트 2000점을 지급하는 보상안도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스24는 2024년 11월부터 상품 배송이 도착예정일보다 늦어진 고객에게 YES포인트 2000점을 지급해왔다. 이번 사태와 무관하게 원래 제공되던 서비스인 셈이다.
게다가 YES포인트는 5000점 이상부터 실사용이 가능한 YES머니로 환전할 수 있다. 환전한 YES머니는 예스24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현금으로 환불할 수 없다. 미리 모아둔 포인트가 없으면 돈을 더 써야 보상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번 예스24의 보상안이 프로모션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나서야 사과문과 보상을 내놓는 등 미흡한 대응이 논란이 된 가운데, 오너 일가가 지분 증여를 강행하며 사태 해결보다는 승계 작업에 몰두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12일 장녀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에게 한세예스24홀딩스 200만주(5%)를 증여했다. 이날 종가 기준 총 81억50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김 회장의 지분은 기존 16.99%에서 11.99%로 줄었고, 김 대표의 지분은 5.19%에서 10.19%로 늘어났다. 이로써 김 회장의 세 자녀는 한세예스24홀딩스의 지분 56.9%를 보유하게 됐다.
주식의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각 2개월 동안의 종가 평균액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즉, 주가가 하락한 시점에 주식을 증여하면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후 주가가 오르면 그 몫은 자녀가 세금 없이 오롯이 가져갈 수 있다.
실제로 12일 한세예스24홀딩스는 사고 발생일(9일) 종가인 4325원 대비 약 4.2% 하락한 414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 같은 논란에 한세예스24홀딩스 관계자는 “사전에 예정된 일정에 따라 진행한 지분 증여였는데 시점이 공교롭게 겹치며 오해를 불렀다”고 해명했지만, 관리 부실로 인해 발생한 위기를 사적 이익 증대 기회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번에 발행된 보상 쿠폰의 매출 상승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확언할 순 없지만, 주식 증여에 따른 절세 효과까지 고려하면 김 회장은 위기의 가운데에서 손해를 일부 줄이는 데 성공한듯하다.
그러나 김 회장이 잡은 ‘기회’는 고객과 주주들에게는 ‘기만’이었다. 예스24는 즉각적 손실을 메우는 데 집중해 고객과 주주의 신뢰를 저버렸다.
근시안적인 위기 회피는 결국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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