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의 '우리가 미처 몰랐던 북한'] 트럼프, 영변핵단지 타격 가능성은...이스라엘-이란 충돌 한반도에 불똥 튈까
김정은 ‘레드라인’ 넘으면 한미 예방폭격 “핵 가진 북한과 이란은 다르다” 지적도 주민에게는 ‘원전 피폭’ 쏙 빼고 전해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충돌이 위기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란의 핵 개발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네탄야후 정권이 관련 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까지 감행하면서 자칫 중동에서의 전면전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지난 6월 13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기습 공습을 감행해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를 제거했다. 또 상당수 핵 과학자들도 사망케 했다.
이란의 대형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자리한 나탄즈 등을 공격한 이스라엘은 같은 달 19일 중부의 아라크 중수로발전소를 타격했다. 위성사진에는 원자로 돔에 미사일 공격으로 추정되는 큰 구멍이 뚫린 게 드러난다.
이런 이스라엘의 공격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트럼프는 이란에 핵 포기와 무조건적인 항복을 압박하며 이에 불응할 경우 미국이 직접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은 북한의 핵 시설 쪽으로도 쏠리고 있다. 영변 핵 단지를 비롯한 김정은의 핵 프로그램 관련 설비도 미국 또는 한미 전력이 필요할 경우 폭격 등의 방법으로 제거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북한 전문가 그룹과 대북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평북 영변 등지의 핵 시설을 타격하는 건 북핵이나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최후의 대응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김정은이 핵 협상 등에서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고 버티거나 레드라인을 넘어선 핵 개발에 나설 경우 군사옵션이 선택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완성해 이를 대미 위협의 수단으로 삼거나 실제 이를 사용할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치는 경우 결정적 순간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북한의 핵 위협이 위험수준을 넘거나 핵 도발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면 예방타격 수준의 군사조치가 선택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미 간 협의나 적어도 미국의 암묵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현실적으로는 지하 깊숙한 곳에 숨겨진 북한 핵이나 곳곳에 은닉된 관련 시설을 정밀타격하는 건 미국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경우도 정밀타격 등에서 모사드의 정보력 못지않게 미국의 정보 제공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하벙커에 있는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하려면 미군이 보유한 GBU-57 등 벙커버스터가 필요한 실정이다. 무게가 3만 파운드(약 13.6t)에 달하는 이 폭탄은 미군의 B-2 스텔스 폭격기로만 운반이 가능한 상황이다.
우리 군의 경우에는 ‘괴물 벙커버스터’로 현무-5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탄두 무게가 8~9t에 이르는 현무-5는 김정은과 북한 지휘부가 자리한 지하 벙커를 궤멸시킬 수 있는 궁극의 재래식 무기로 평가된다.
하지만 미국 혹은 한미 측이 실제로 북한 핵에 대한 타격을 감행하려 할 경우 제약요소도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엇보다 핵 개발 단계에 있는 이란과 달리 북한은 이미 6차례의 핵실험을 성공개 사실상의 ‘핵 보유국’에 자리했다는 점이 꼽힌다. 이런 점 때문에 트럼프도 지난 1월 취임 발언 등을 통해 북한을 ‘핵 국가’(nuclear state)로 부르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북한 핵의 경우 대북타격 보다 북미 간 핵 협상을 통해 해법이 시도되는 프로세스를 거치게 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처음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은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관계 개선 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이듬해 하노이에서 다시 만났지만 북한 핵 시설 폐쇄에 대한 견해 차이로 파국을 맞았다. 트럼프 시즌2에서 대좌하게 될 김정은과 트럼프가 어떤 수위에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극한 충돌로 한반도 위기가 초래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습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공세를 강화하면서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란이 피폭당한지 엿새 만에 나온 북한 외무성의 담화에는 이스라엘이 폭격을 가했다는 내용만 담겼을 뿐 핵 시설이나 원전이 폭격당한 내용은 빠져있다.
노동신문도 “이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군사대상과 중요 에네르기(에너지) 시설들, 살림집들을 폭격했다”고 전했지만 핵 시설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란 핵 시설 피폭 등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압박 내용 등이 내부에 알려지면 북한 노동당과 군부 엘리트와 주민 사이에서 미국에 의한 북한 핵시설 파괴나 군 수뇌부, 핵‧미사일 개발자 제거 공포가 떠오를 것이란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핵 개발에 대한 김정은의 집착을 더욱 강하게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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