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기자의 쓴소리] '죄와 빚' 배드뱅크가 '굿뱅크' 되려면

2025-06-20     이윤희 기자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윤희 기자】 자영업자들에게 지난 몇 년은 그저 무자비하게 쥐어터지는 게임의 시간이었다. '타임아웃'도 없고 기권해 드러눕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경기 악화와 과열 경쟁으로 코너로 몰리고 있던 사람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만나 그대로 주저앉았다. 코로나 전후로 전세계에서 풀려난 유동성이 부동산 가격을 부풀렸고 증시도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는데도, 길거리 경기는 일어날 기미가 없다.

그러나 불어난 빚의 만기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당장 몇달 뒤인 9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자영업자 코로나 대출만 약 47조4000억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자 새 정부가 연체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인 개인 채무자들의 빚을 대신 갚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의 공약이던 '배드뱅크' 설립 추진을 알렸다. 연체된 부실채권을 매입한 후 이를 처분하는 적극적인 채무 탕감책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다른 나라는 국가 부채를 감수하면서 코로나19 피해를 책임졌던 반면에 한국은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응해 결국 국민 빚만 늘렸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놓인 채무자의 숨통을 틔여주고 이들의 도산으로 인한 혼란을 선제적으로 막겠다는 취지가 읽힌다. 

그렇다면 이를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먼저 정부는 배드뱅크의 총 소요 재원 8000억원 중 4000억원은 2차 추경으로 투입하고, 나머지 절반은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 출연으로 충당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은행 팔 비틀기'? 그것도 좋다. 우리 은행들엔 공적 책임이 있고 그간 돈도 많이 벌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오롯이 은행의 것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공적 자금 요구를 받은 은행은 재정 부담을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금융 소비자의 몫으로 떠넘길 것이다. 탕감 대상이 누가 될지에 대해서도 일관되고 공정한 기준이 적용되긴 힘들다.

은행의 손실은 우리에게로, 현재의 충격은 미래로 전가된다. 그리고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채무자들에게 전가된다. 이 것들은 돌고 돌아 우리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돼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 저신뢰는 더욱 더 큰 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새 정부는 배드뱅크 설립의 취지를 국민들에게 보다 친절하게 설명해야 한다. 매입할 채권 규모와 지원 대상, 지원 시기, 재원 마련 방법 등을 분명히 밝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나온 배드뱅크 계획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출범한 ‘주빌리은행’과 유사해 보인다. 주빌리의 어원은 성경의 희년(Jubilee)에서 유래했다. 죄와 빚을 탕감해주는 해를 뜻한다. 배드뱅크가 진정 제 역할을 다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굿뱅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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