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으로 보는 세상(217)] 기후 정책, 제대로 따지지 않으면 역효과 난다

2025-06-24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이미지=픽사베이]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라고 하는 19세기에 꽤나 유명했던 영국의 경제학자가 있다.

한계효용학파의 거물이기도 한 제번스는 그가 주장한 ‘흑점 이론’ 때문에 더욱 유명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태양 흑점의 주기적인 변동이 지구의 기온과 날씨에 영향을 미쳐 농산물 생산량의 변화를 일으키고, 나아가 경제 전체의 경기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그의 주장이 타당하지 못하다는 것이 입증이 되었으나 당시에는 꽤나 그럴듯한 이론으로 인정받았기에 그를 유명하게 만드는데 한 몫을 했다. 그리고 그를 유명하게 만든 또 하나의 이론이 있었는데 바로 ‘제번스의 역설’이다.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는 영국의 석탄의존도가 미치는 파급효과를 연구한 ‘석탄 문제 (The Coal Question)’라는 책에서 석탄이라는 자원의 가용성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석탄 경제가 유지될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내용은 이렇다.

18세기에 증기기관을 발명한 이후 증기기관이 개선되면서 엔진의 효율성이 계속 높아지게 되었다.

엔진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석탄 사용량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증기기관이 여러 곳에서 쉽게 쓰여지는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오히려 석탄 사용량이 급증했다.

즉, “에너지 생산 효율성이 높아지면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는 주장을 역설했는데, 이를 ‘제번스의 역설’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1973년 석유 파동 이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차들이 생산되었는데, 오히려 자동차 휘발유 소비량은 훨씬 더 증가했다.

소위 말해 차량을 유지하는데 사용하는 기름값이 싸져서 사람들이 더 많이 자동차를 사고, 더 많이 자동차를 타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정용 에어컨도 에너지 효율성이 향상됨에 따라 사람들이 더 안심하고 에어컨을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가동시킴으로써 에어컨 에너지 소비량 역시 증가하게 되었다.

이렇듯 에너지 관련 많은 부분에서는 ‘제번스의 역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자원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 자원을 이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감소하게 되고, 이는 다시 수요의 증가를 가져와서 자원의 사용량을 훨씬 더 높은 폭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현상이 바로 ‘제번스의 역설’이다.

이제 전 지구적으로 우리가 당면한 문제인 기후 문제로 돌아와 보자.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효율성의 증대는 오히려 에너지 사용량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올 수 있고, 이로 인해 환경오염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에너지 경제학에서는 에너지 기술 효율성 증대에 대한 행동의 반응으로 오히려 신기술로부터 기대되는 이익이 감소하는 현상을 ‘반동효과 (Rebound Effect)’라고 부른다.

또 소비자들은 한 쪽에서의 에너지 절감 비용으로 다른 쪽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도 일어날 수 있는데 이를 별도로 간접적인 반동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내가 에어컨 효율성 증대로 전기료를 큰 폭으로 아꼈다고 하면, 아낀 돈으로 그만큼 자동차를 더 많이 타고 다님으로써 총량 면에서는 오히려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 관련한 많은 정책,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많은 정책들은 아주 꼼꼼하게 그 효과에 대해서 따져 보아야 한다.

정부가 그렇게 좋아하는 단면적인 ‘타당성 분석’으로는 환경 정책으로 인한 효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제번스의 역설’, ‘반동 효과’처럼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현재 당선된 대통령은 특히 기후문제, 탄소중립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 전 장관 인선에서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김성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로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이기 때문에 장관 후보자가 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수장으로서 많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앞서 얘기한 ‘제번스의 역설’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탄소중립을 위한 많은 노력들이 오히려 탄소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제번스의 역설’과 ‘반동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밀어 붙인다면 많은 예산과 노력들을 헛되이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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