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의 '우리가 미처 몰랐던 북한'] '구찌‧카르띠에' 주민들이 알까?...“김정은에 대한 엘리트 반감 높아질 가능성”

3000만원 명품시계 찬 12살 딸 부인 이설주는 구찌 핸드백 선보여 김씨 일가 사치 행각에 비판 쏠려 “외부사정 밝은 사람은 다 알아”

2025-06-27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24일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 참석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구찌 명품백을 멘 부인 이설주와 3000만원을 호가하는 카르띠에 시계를 찬 딸 주애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지난 24일 강원도 원산 바닷가인 갈마반도 일대에서는 떠들썩한 행사와 공연이 열렸다. 김정은이 지난 10년 간 공들인 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이 진행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이설주가 1년 5개월 만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초부터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춰 신변이상설이나 김정은과의 불화설까지 나돌았던 터라 관심이 쏠렸다. 딸 주애를 띄우려 노출을 자제한다는 관측도 있었다.

이설주의 일거수일투족에 외부의 시선이 모아졌고, 그녀가 들고 나온 핸드백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구찌 브랜드의 명품가방이란 점에서다.

북한이 후계자로 내세우는 것으로 관측되는 딸 주애는 한발 더나갔다. 12살 어린나이 인데도 성숙한 모습으로 꾸민 주애는 3000만원을 호가하는 카르띠에 명품시계를 차고 등장했다.

이들 일가의 등장은 더 극적으로 연출됐다. 행사장에 요트를 타고 나타난 건데, 과거 서방 정보당국은 위성사진 등을 토대로 80억원에 달하는 호화 모델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김정은 일가의 호화 사치품 탐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외에서 중국‧러시아 등을 통해 북한에 반입되는 물품목록에는 고급 와인이나 명품시계‧화장품 등은 물론 유아용품이나 애완견용 물품까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고급형 벤츠 승용차나 김정은이 사용하는 특별한 물건은 해외 업자를 통해 극비리에 반입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외부에 공개되면 부담스러운 물품 등은 외교행난 등을 통해 평양으로 보내진다는 게 대북 정보당국자의 귀띔이다.

일각에서는 한 국가체제의 최고지도자나 그 일족이 명품가방을 들거나 시계를 차는 게 그리 대수로운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그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세습 독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준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 사치품 수입을 둘러싼 이런저런 정황을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북한에 시계와 와인‧향수 등의 물품을 반입하는 건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행위다.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던 2006년 북한은 첫 핵 실험을 감행했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 차원에서 각종 사치품의 대북 유입을 엄격히 금지하는 대북결의 1718호를 내놓았다.

법적인 제재조치는 차치하고 주민의 40%인 1100만명이 만성적인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는 세계식량계획(WFP) 등의 보고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최고지도자와 그 일가족이 호화 사치품으로 외화를 탕진한다는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사실 일반 주민들의 경우 김정은과 가족, 핵심 권력층들이 무슨 명품을 걸쳤는지 알 수 없다. 브랜드는 물론 명품의 세계 자체를 접근할 수 없도록 철저한 정보통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설사 그 세계를 안다 해도 구매력을 갖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엘리트 그룹이나 일부 외부 정보에 밝은 주민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를 수 있다. 해외에 근무하는 북한 외교관이나 상사 주재원과 그 가족은 물론, 해외 북한식당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주민은 김정은 관련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울 것이란 점에서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북한 고위층 사이에서도 불가리향수를 뇌물로 건네는 등 명품을 선호하는 의식이 번지고 있다”며 “해외 출장자나 외교관 등에게 특정 브랜드까지 언급하며 구매를 요청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탈북 고위 외교관들은 해외 근무자와 그 가족의 경우 한국의 방송이나 유튜브를 수시로 접하고 있고, 특히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에 대한 비판적인 콘텐츠를 본 뒤 비판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고 증언한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명품을 두르고 나오거나 사치행각을 벌이는 사실을 한국과 서방 매체로 알게 되면 ‘인민은 굶주리는 데 저게 뭔 짓이냐’하는 불만을 품게 되고, 이런 생각을 공유까지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부는 탈북을 경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북한으로 돌아가 가족이나 절친한 관계의 지인에게 이런 분위기를 전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결국 김정은과 그 일가의 사치품에 대한 집착은 엘리트와 주민의 반 김정은 정서와 체제이반을 키우는 불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게 탈북 고위 인사와 대북정보 당국자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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