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성과가 운명 갈라…삼성전자 울고 SK하이닉스 웃고
증권가 영업익 전망치 삼성 전사 6.3조, SK 9조 '빅3' 마이크론도 HBM 내세워 최대 실적
【뉴스퀘스트=이윤희 기자】 국내 양대 반도체기업의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이 엇갈렸다. 전세계적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성과가 두 회사의 희비를 갈랐다.
삼성전자는 다소 저조한 실적이 예상되지만, SK하이닉스는 또다시 분기 최대 실적 경신 가능성이 거론된다.
30일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간 발표된 증권사 실적 전망(컨센서스)을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6조2759억원이다. 이는 작년 2분기의 10조4439억원 대비 39.91% 적고, 전 분기의 6조6853억원보다도 6.12% 감소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에 10조원을 돌파하고서 3분기 9조1834억원, 4분기 6조4927억원으로 줄어든 이후 6조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해당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작년 2분기보다 63.67% 늘고, 전 분기보다 20.29% 증가한 8조9503억원이다.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 수준으로 나오면 작년 4분기의 8조828억원 이후 2개 분기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쓴다.
9조원대 영업이익 전망치도 잇따라 나왔다. 대신증권이 9조1000억원, 한화투자증권·현대차증권·KB증권 등이 9조원을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지지부진한 배경으로는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부진 지속, 원·달러 환율 하락, 모바일경험(MX)부문 비수기 진입 등이 꼽힌다.
DS부문에서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를 포함한 비메모리 부문이 대규모 적자를 지속하고, 고부가 제품인 HBM은 아직 실적 기여도가 낮은 상황이다.
최신 제품인 HBM3E 12단의 엔비디아 공급이 늦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1분기에 처음으로 D램 점유율 1위를 SK하이닉스에 내주고 2위로 내려가기도 했다.
다만 2분기 DS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의 1조1000억원보다는 증가한 2조원 안팎으로 증권가에서는 예상한다. 미국 관세 유예 기간에 메모리를 비축해두려는 수요에 범용(레거시) D램 가격이 오른 영향이 크다.
HBM에서 확보한 경쟁 우위를 가진 SK하이닉스는 경기 침체 장기화 등 악재에도 인공지능(AI) 열풍에 HBM 수요 증가에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 특히 2분기에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 울트라(GB300)를 대상으로 하이엔드 제품인 HBM3E 12단 공급이 본격화하면서 수익성이 향상된 것으로 파악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BM은 D램 매출 비중이 50%를 초과한 것으로 추정돼 매출 성장과 수익성 확대에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HBM3E 12단을 사실상 상반기 중 독점 공급하면서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HBM 성과는 점점 더 메모리업계의 실적 향방을 좌우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 3사 중 한 곳인 미국 마이크론도 HBM을 앞세워 2025 회계연도 3분기(3∼5월)에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해당 분기 매출은 93억달러(약 12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으며, 특히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50%가량 늘었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와 AMD를 포함, 4곳의 주요 고객사에 AI 칩 핵심 부품 HBM을 대량 공급하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 HBM 시장 점유율을 전체 D램 시장 점유율과 비슷한 25%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에 이어 두 번째로 엔비디아에 HBM3E 12단을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마이크론의 뛰어난 실적은 HBM의 강력한 수요 덕택으로 메모리 시장이 예상보다 호황을 보이는 가운데 마이크론의 AI 기술과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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