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에 ‘소액주주 캐스팅보트’ 현실화...고려아연·콜마 경영권 분쟁 새판도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특수 관계인 의결권 ‘합산 3%’로 제한 고려아연 vs 영풍 지분율 격차 약 7%…소액주주(10%) 중요성↑ ‘부자(父子) 간 법적 다툼’ 콜마그룹도 소액주주(38.5%) 표심 얻어야

2025-07-04     김민수 기자
소액주주 권리 강화·보호에 초점이 맞춰진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고려아연, 콜마그룹 등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 경영진들에게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상법 개정안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고려아연과 한국콜마 등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의 당사자들에게 큰 변수가 등장했다. 

이번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등 ‘소액주주’ 권리 강화·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따라 어느 일방 대주주의 의도대로 경영권을 행사할 경우 법적 제재를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소액주주 지분이 기업들의 지분율 경쟁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에서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전자 주주총회 도입 등을 통해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핵심 쟁점으로서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 확대가 포함된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3%룰’이 최종적으로 포함됐다”며 “이는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함으로써 반대급부로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가 상법 개정안 통과에 아쉬움을 표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상법 개정안이 향후 기업별 경영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고 있다. 과거보다 ‘소액주주의 입김’이 강해진 만큼 대주주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과 가족 간 법적 소송에 돌입한 콜마그룹의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영풍·MBK파트너스가 지난해 9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약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경영권 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은 약 40%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우호 지분은 약 33~34%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이 4%대이고, 자사주를 제외한 소액주주의 지분은 10% 수준이다.

양측 간 지분 격차가 10%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모두 소액주주의 표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올해 초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10장 분량의 서한을 등기우편으로 보내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주주들의 집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말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 무효 소송 1심에서 승소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소액주주들의 지지가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해외 합작법인 HMG글로벌 지분율 5%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려아연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히면서 신주발행 소송 결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항소심에서 외국의 합작법인과 관련된 정관의 제정 취지와 의미를 보다 상세히 소명하고, 적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해진 것은 콜마그룹도 마찬가지다.

콜마그룹은 건강기능식품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개편 여부를 놓고, 시작된 윤상현 부회장과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의 남매 간 싸움에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가세하면서 부자 간 갈등으로 확산됐다.

윤상현 부회장이 약 31% 지분을 갖고 있는 지주사 콜마홀딩스가 최근 수년 동안 실적 부진과 미래 전략 부재로 그룹 내 본연의 역할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를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로 결정하면서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윤 부회장이 콜마홀딩스의 지분을 대거 확보한 이유는 201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윤동한 회장은 장남인 윤 부회장에게 콜마홀딩스 주식 약 230만주를 증여했다.

윤 회장 측은 해당 증여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2018년 윤 회장과 남매가 체결한 ‘3자 경영 합의’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딸인 윤 대표를 지지하고 있는 윤 회장은 증여 지분을 반환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재 윤 회장과 윤 대표의 지분은 약 16%로 윤 부회장(약 31%)보다 훨씬 낮지만,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29%대까지 오르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지분율 약 38%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부자 간 경영권 분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상법 개정안 통과로 고려아연, 콜마그룹뿐 아니라 향후 경영권 분쟁에 있어 소액주주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등을 통해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기 위한 오너들이 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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