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기자의 쓴소리] ‘나 지금 떨고 있니’ 몸 사리는 재계 총수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재계에 몰아치는 피바람... ‘다음은 우리 차례인가?

2025-07-28     박민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SPC 삼립 직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대통령 왼쪽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나 지금 떨고 있니?'  퇴근길을 재촉할 만큼 인기를 끌었던 90년대 SBS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사형을 앞둔 태수(최민수 분)가 친구 우석(박상원 분)에게 한 대사로 이후 유행어가 됐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 대사가 다시 소환돼 유행될 조짐이다.

가뜩이나 사상 최악의 폭염과 열대야에 밤 잠 설치는 요즘,  ‘다음은 나 차례인가?’라며 전전긍긍할 재계 총수와 CEO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생산현장에서의 현재 진행형 사건 사고는 물론  지난 ‘과거 흑역사’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타깃으로 삼은 기업은 SPC그룹.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 유세 과정에서 SPC 시화 공장에서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사건을 거론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유지를 주장했다.

이어 지난 25일에는 시화 SPC 공장을 직접 방문,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건 큰 문제”라며 SPC 경영진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저도 산재 피해자 출신”이라며 “대한민국에서 너무 많은 노동자가 죽고 있다, 다시는 이런 사고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 존중과 재벌 책임경영을 선언하며 상징적으로 SPC를 첫 번째 기업으로 거론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재계 군기잡기와 질타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금융권도 겨냥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고금리 속에서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리고 있는 시중은행들을 향해 “고금리 시대, 서민 고통 외면하고 이자놀이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금융이윤을 사회적 책임과 연결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금융권의 사상 최대 이익과 역대급 배당에 제동을 걸며, 금융정책 기조를 대폭 전환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가뜩이나 금융권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 동안 윤석열 정부와 케미를 맞춰온 금융지주 회장들로서는 이 대통령의 질책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몇몇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여부는 불투명해졌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현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여부 판단은 성과보다 새 정부의 기조 반영 여부는 물론 내부 금융사고와 책임론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도 특정 은행의 리스크 심사를 전면 재검토 중이고, 정부는 ‘금융소비자 보호’란 명분 아래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있다.

건설업체에도 예외없이 불똥이 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반복적인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해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포스코이앤씨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포스코이앤씨라는 회사에서 올해 들어 다섯 번째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라며 좌표를 콕 찍었다.

또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시정평가대안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건설을 겨냥함에 따라 건설업계에도 피바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현대건설이 용산 관저공사를 사실상 무상으로 진행했고, 그 대가로 10조원이 넘는 가덕신공항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혜 수주 논란에 더해, 정권 교체 이후 현대건설이 느닷없이 사업을 포기한 배경이 ‘김건희 특검’ 수사를 의식한 정의선 회장의 정무적 판단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언론과 정가, 경제계 내부에서 공식 또는 비공식(찌라시 포함) 경로로 거론되고 있는 '문제 기업' 또는 향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예상되는 기업과 오너들은 부지기수다.

정권 유착, 탈세 배임 관련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거나 계열사간 내부거래 M&A 과정에서 불법, 하청업체와의 갈등 등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기업들은 이 정부 아래서는 고난의 시기를 겪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들 중 일부는 명확한 사건·사고로 이미 주목받고 있고, 일부는 과거 정권과의 유착, 사회적 물의, 노사 갈등 등으로 정치적·사회적 감수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되는 기업들이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두달 남짓 기간동안 재계에 휘몰아 치는 거센 바람은 국내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 갑질, 불법파견, 정경유착 등 지난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폐단에 ‘절차적 정의’를 적용하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의 기조는 분명해 보인다. 정권과 결탁해 과도한 특혜를 누린 기업은, 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의 부당한 행태에 대해서는 단호히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최근 재계 군기잡기는 단지 보여 주기식 일과성  '기업 때리기' 차원에 머물지 않고 기업의 경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ESG 경영의 본보기로 삼겠다는 신호탄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들의 경영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정권 코드를 잘 맞추면 된다'는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되면서 기업의 불안감과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미래를 기획할 수 없다는 냉정한 메시지가 이 정권의 행보에 담겨 있는 만큼 대기업과 오너들로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나 지금 떨고 있니’라는 말이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많은 기업인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관세도 걱정이고 현 정부 눈치도 봐야하고 이래저래 힘든 시기에 현명한 판단과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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