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 방문 후폭풍…'32년 만' 이사 2인 소수의견 나왔다
보먼 부의장·윌러 이사 모두 트럼프 1기 발탁 인사 소수의견 나오며 굳혀진 美 9월 기준금리 인하
【뉴스퀘스트=이윤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준 이사 2명이 반대표를 던지며 소수의견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센 가운데 연준 위원들이 대통령에 힘을 실어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를 주기를 자제하는 신중한 모습을 견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연준 방문 이후 열리는 첫 번째 회의에서 연준 내부의 균열이 감지됐다.
30일(현지시간) 연준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한미 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 2.0%포인트(p)를 유지했다.
이날 눈에 띄는 점은 연준 위원 12명 가운데 미셸 보먼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0.25%p 인하를 주장했다는 점이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위원은 아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FOMC에선 대통령이 임명하는 연준 이사회 이사 7명과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12명 중 5명이 돌아가며 표결을 한다.
FOMC 정례회의에서 상시의결권을 가진 연준 이사 2명 이상이 소수의견을 낸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다. FOMC 투표권을 가진 위원 2명 이상이 소수의견을 낸 것 또한 2020년 이래 처음이었다.
소수의견을 낸 두 위원은 '비둘기파'(통화 완화)로 금리 인하 의견을 피력해왔다. 보먼 부의장은 공개석상에서 현재 수준의 물가를 유지한다면 7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월러 이사도 관세정책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며 노동시장이 빠르게 약화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당장 7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소수의견을 낸 2명의 위원은 트럼프에 의해 발탁된 인사이기도 하다. 이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임명됐다. 특히나 윌러 이사는 내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정치적인 행보라고 보는 시장의 시선도 배제할 수 없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투자자 노트에서 "월러 이사와 보먼 부의장이 소수의견을 낼 것"이라며 "경제 상황보다는 (차기) 연준 의장 임명을 위한 오디션에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결과 관련 기자회견에서 "최근 지표들은 상반기에 경제활동의 성장세가 둔화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힌 뒤 "(미국의) 실업률은 여전히 낮고 노동시장은 견조하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여전히 다소 높다"면서 "경제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은 2021∼23년의 고점 대비 두드러지게 완화했고, 예상치를 웃돈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 대비 연율 3%)이 이날 발표됐다.
다만 상반기 경제활동이 1.2% 증가하는 수준으로 둔화했다는 점, 관세 영향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박이 앞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나를 비롯한 대부분 위원은 제한적인 통화정책이 부적절하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지 않으며 완만하게 제한적인 정책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우리는 9월 회의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으며 9월 (FOMC) 회의를 앞두고 우리가 얻는 모든 정보를 고려할 것"이라며 이른 판단을 경계했다.
파월 의장은 9월 16~17일 FOMC 정례회의 전까지 두달치의 고용 보고서와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발표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통화정책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란 기존의 태도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이례적으로 소수의견이 나온 이상 오는 9월 중순 열리는 FOMC에서는 관세의 물가 상승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 한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 기준금리는 작년 12월 이후 9개월만에 인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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