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어르신 행복하십니까] ‘어르신의 월급봉투’ 기초연금, ‘소득하위 70%’ 기준 다시 짠다
국민연금연구원, 현행 산출 모형 재검토 착수…제도 전반 개편의 신호탄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정 모 씨(66세)는 최근 2025년도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65세 생일을 넘겼지만 자산 평가 기준에 미치지 않아 받지 못했던 기초연금을 올해 다시 신청해 수급대상에 포함된 것.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수급조건에 일부 조정이 생기면서, 그간 탈락 요인이었던 주택 환산 소득이 경계선 이내로 들어온 덕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정 씨는 “국가가 최소한의 노후 안전망을 촘촘하게 챙겨봐 줬다. 늦었지만 다행이다”라고 기뻐했다.
국민연금硏, 기초연금 선정 기준 전면 분석 착수
수급 경계선에 있는 노인 가구의 복지 수혜 여부를 좌우하는 기준 체계가, 내년부터 대폭 바뀔 수 있다는 소식이다.
4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은 최근 ‘2025년 연구용역심의위원회’를 열고, ‘기초연금 선정기준 기존 모형 분석’ 과제에 공식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과제는 기존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던 영역으로, 연구원이 이를 이관 받아 이번에 처음으로 정밀하게 분석하게 됐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단순 점검 수준이 아닌, 현행 기준 산출 과정 전반에 대한 정합성 검증을 목표로 할 계획이다. 특히 ▲소득인정액 산정 방식 ▲재산 환산률 ▲70% 커트라인 산출 모형 등에 대해 통계적 타당성과 정책적 현실성을 점검한다.
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NPRI 기준 모형’을 활용해, 기존 복지부 방식과의 비교 분석을 병행할 예정이다.
“제도 개편의 첫 단추”…복지 구조 재편 논의 확산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단순한 내부 진단에 그치지 않고, 기초연금 제도 전반의 구조적 개편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데 주목한다. 심의위에 참여한 한 위원은 “기존 복지부 모델에 통계적 누락이나 구조적 오류 가능성이 있는지 정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로, 그 동안 노인 빈곤 완화 및 소득 재분배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소득 및 재산 산정 방식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경계선에 놓인 수급자 누락 문제, 부동산 중심 자산 편중 문제, 장기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수급 기준, 2025년 일부 조정…혜택 인원 변화 불가피
보건복지부는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올해 4월부터 적용되는 기초연금 소득인정액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단독가구 기준으로 월 228만원 이하, 부부가구 기준으로는 월 364.8만원 이하다. 해당 기준을 충족할 경우, 단독가구는 최대 34만2510원, 부부합산으로는 약 54만8000원까지 수령 가능하다. 부부 감액 폐지, 비동거 자녀 부양비 공제 확대 등의 정책 보완도 병행된다.
이와 함께, 수급 탈락 후 일정 시점에 자격이 재발생하는 경우, 정부가 재신청을 안내하는 ‘수급희망 이력관리제’도 내년부터 확대 시행된다.
초고령사회 진입 ‘복지 체계’ 정비 필요성 커져
한국은 지난해 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비중 20%)에 진입했다. 그러나 여전히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33%)이며, 노인 소득의 약 44%가 공적이전소득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행 기초연금 제도가 노인 복지 체계의 기초 역할을 하는 만큼, 산출 기준의 통계적 정밀성과 정책적 수용성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중장기적으로는 공적연금과의 연계성, 지속 가능한 재정 구조 설계, 소득·재산 조사 체계의 정교화 등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수급 대상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일부 탈락자가 수급 자격을 회복하거나, 반대로 현 수급자가 자격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정책 효과의 정밀성뿐 아니라 형평성과 제도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인 만큼, 수급자 본인은 물론 재정 집행 기관과 복지 설계자 모두가 긴밀하게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김수형 인하대 노인학과 교수(노년전문가)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기초연금은 ‘복지의 뼈대’이며 ‘노후경제의 최후 방어선’에 가깝다. 그렇기에 기준 설정의 정밀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라고 말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