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Q기자의 쓴소리] 검은 금요일, '증세' 때문 아니다
【뉴스퀘스트=이윤희 기자】 역대 최고점을 넘보며 우상향 궤도를 그리던 우리 증시가 일순간 반대 방향으로 휘어졌다.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여파에, 증세를 골자로 한 새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가 더해지면서 지난 금요일 국내 양대 주식시장이 급락했고 대부분의 종목에도 '파란 불'이 들어왔다.
앞서 당정은 세제 개편을 통해 윤석열 정부에서 내려간 법인세 최고세율을 2022년 수준인 25%로 다시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0.15%인 증권거래세 세율을 0.2%로 올리고 상장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종전 10억원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3년 연속 세수 결손이 예상되자 대기업과 대주주 세금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증권거래세율 환원과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의 세수 증대 효과는 각각 연 2조3000억원과 연 2000억원이다.
그런데 다음날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이 팔아버린 국내 주식 순매도액만 1조7000억원이 넘는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무려 116조원이었다. 거둬 들이려던 세금보다 큰 돈이 우리 증시를 떠났다.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한 이재명 정부에 기대를 안고 돌아왔던 외국인 투자자는 물론 기관까지 모두 '팔자'로 돌아섰던 탓이다.
정부는 양도세 기준 강화에 대해서 소수의 고액자산가에만 해당된다고 주장하지만 시장에선 '코스피 3000도 무너질 것 아닌가', '부동산 자금이 주식으로 들어오겠나', '뭘 믿고 '국장(국내 증시)' 투자를 하겠나'는 비판이 폭주했다.
그러자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태세를 전환했다. 김병기 원내대표가 SNS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진화에 나섰고 같은 당 이소영 의원도 재논의 가능성을 빠르게 전했다. 여론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다.
이쯤 되면 우리 증시에 대한 신뢰 훼손을 정부와 여당이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대주주 기준만 살펴봐도, 만 2년이 지나지 않아 뒤집은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발의된 '3억원 이상' 대주주 과세 강화는 코로나 등의 이유로 유예되다가 2023년 말 윤석열 정부에 의해 ‘50억원 이상’으로 대폭 완화됐다. 이 역시 윤 정부의 총선용 선심 쓰기에 가까웠다.
코로나 당시 수적으로 급증한 '개미'(개인 투자자)를 의식한 정치권은 수시로 원칙을 저버렸다. 공매도 중단과 재개 시기 역시 정치적으로 활용됐다.
정책은 정권마다 단절됐다. '5년짜리' 정권은 장기적인 국익보다는 근시안적 성과에 치중했다. 대통령은 매주 발표되는 지지율에 따라 움직였다. 정반대 방향으로 뒤집어지는 정책에 국내 증시의 예측 가능성은 점점 떨어졌다.
대주주 기준이 3억인지, 10억인지, 50억인지가 시장을 흔든 것이 아니었다. 세율이 0.15%이든 0.20%이든 투자자 이탈의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었다. 사실은 정책의 일관성 부재가 시장을 망친 것이다.
일국의 정책은 정책 입안자의 신념 말고도 이해관계자, 전문가,시민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중의 동의까지 얻어내는 지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어렵고 답답하더라도 이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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