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제 변호사의 로(Law) 인사이트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포함'한 상법 개정, 투자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2025-08-06     법무법인 서울 조기제 변호사

【뉴스퀘스트=법무법인 서울 조기제 변호사】'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지난 7월 22일 공포돼 즉시 시행됐다.

경제단체들의 반대와 지난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시절의 거부권 행사 등 우려곡절도 있엇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재석 272명인 가운데 220인의 찬성으로 가결돼 공포·시행됐다.

개정 상법은 ‘①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선임비율 상향 ② 감사위원회위원 선임․해임시 의결권 3% 제한 ③ 전자주주총회 제도 도입’ 규정 등을 담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사의 충실의무에 관한 규정'이 눈에 띤다.

1962년도 제정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고, IMF 금융위기를 계기로 1998년 개정상법에 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처음으로 규정했는데, 이번에 그 대상에 ‘주주’를 포함한 것이다. 

이미 상법이 개정된 지금은 치열했던 찬반 논쟁은 뒤로 하고 변화된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기업 경영자들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야 할지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상법 개정으로 경영괴 투자 환경은 과연 어떻게 변화할까? 

이 물음에 답하기에 앞서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포함하자는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 계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그룹의 상속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해 1996년 삼성에버랜드는 주주인수 방식의 전환사채를 시가인 8만5000원보다 훨씬 낮은 7700원에 발행한 후 주주들에게 전환사채의 인수를 포기하도록 한 다음 그 실권주를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가 4남매에 모두 배정했다.  

당시 신주발행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이사회의 결의도 없었다고 한다. 이후 삼성에버랜드는 그룹 차원의 지원으로 매출이 급속히 증가했고 1998년 삼성생명 주식 을 헐값에 매입함으로써 삼성생명을 통해 계열사들을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참여연대의 고발과 삼성특검의 수사로 이건희 회장 등이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됐으나 무죄가 확정됐다.(대법원 2009. 5. 29. 선고 2007도4949 전원합의체 판결)

쟁점이 여럿 있었지만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에 대해서는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만 주주들에 대한 관계에서는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라는 게 핵심이었다. 따라서 회사의 지배권 이전을 목적으로 한 전환사채 발행이 이사의 임무위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주주배정 방식으로 신주,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때라면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액으로 발행하더라도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주에 대해서는 어떠한 ‘의무’도 없다는 것으로 이해되었고, 이것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 지배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논리가 됐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도 포함해야 한다는 논의가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 충돌은 특히 자본거래에서 두드러진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에서와 같이 불공정한 내용의 신주나 지분증권 발행으로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고 지배주주의 지배권이 강화될 수 있다.

물적분할로 기존 주주는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고 지배주주는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100% 확보할 수 있다.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시 기존 주주는 자회사에 대한 신주인수권이 박탈되어 지분율이 감소하는 반면 지배주주의 지분율은 증가한다. 그리고 이어모회사의 주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LG화학 물적분할 사건은 큰 논란이었다. 이후 물적분할시 주식매수청구권 제도 도입, 상장심사 강화, 공시 강화 등 투자자 보호 제도가 마련되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인적분할 후 자사주를 이용해 지주사 형태로 전환하게 되면 지배주주의 지배력은 높아지지만, 일반주주의 지배력은 낮아진다. 

불공정한 비율에 따른 합병의 경우 지배력 강화 등 지배주주의 목적은 달성되지만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는 낮아진다.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 시 지배주주는 헐값으로 일반주주를 축출하고 회사를 독점할 수 있다.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완전 모자회사 구조를 형성할 때 대폭 할인된 가액으로 소액주주의 주식을 교환함으로써 지배주주는 헐값에 지배력을 강화하나 소액주주의 주식 가치는 낮아진다.

자본거래뿐만 아니라 손익거래 시에도 일반주주의 이해와 충돌할 수 있다. 지배주주를 위한 일감몰아주기나 임원인 지배주주에 대한 거액의 보수, 자기거래, 사업기회 유용 등이 있다.

거래뿐만 아니라 분식회계, 횡령, 배임 등 이사의 불법행위도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 이사의 불법행위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고 기업 가치와 주가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법 개정 전에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 회사에 손해가 없다면 비록 일반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사에게 책임이 없었다. 이사는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상법이 다음과 같이 개정됐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되고 그 판단 기준은 ‘공정성’이라는 취지다.

우리 상법의 충실의무는 미국법상의 ‘신인의무(fiduciary duty)’의 영향을 받은 것이고, 신인의무(fiduciary duty)는 주의의무(duty of care)와 충실의무(duty of loyalty)로 구분된다.

주의의무는 업무수행절차상 요구되는 의무로서 그 적법 여부는 경영판단의 법칙(Business Judgment rule)이 적용되나, 충실의무는 이익충돌상황에서 요구되는 의무로서 그 적법 여부는 공정성의 원칙(Entire fairness rule)에 따른다.

따라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경영판단의 법칙은 이사에게 폭넓은 경영상 재량을 인정하나 공정성의 원칙은 엄격하다.

그러나 법률 규정에 모호한 측면이 있어, ‘총주주의 이익’의 의미,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의 의미와 그 판단 기준,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해결 방법과 기준 등에 대해서는 향후 판결을 통해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상법 개정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사의 충실의무는 추상적, 선언적 조항이라서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예상이 쉽지 않다. 상법 등의 개별 법률 조항을 적용할 때 이사의 충실의무가 어떻게 적용될지 해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몇 가지 상황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먼저 형사처벌은 확대될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 등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자본거래의 경우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필자는 부정적이다. 

업무상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다. 그리고 이사는 회사와 위임 관계에 따라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다. 이사와 주주 사이에서는 업무적인 위탁관계가 없으므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만을 근거로 이사를 ‘주주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자본거래 행위를 회사법적으로 무효 또는 취소할 수 있을까.

변화가 예상된다. 일반주주에게 불공정한 합병비율에 의한 합병의 경우 합병 무효소송이나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될 여지가 생겼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주주는 이사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이사의 주주 보호 의무 위반으로 일반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었다면 민법상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인과관계와 손해의 발생 등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의 요건을 갖춘 경우라야 할 것이다.

상법 제401조(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의한 책임은 어떨까. 상법 제401조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임무해태를 전제로 한 법정책임이다. 주주 보호 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는 상법 제401조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주의 간접손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주주의 직접손해에 대해서는 상법 제401조에 의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었으나 간접손해에 대해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사가 주주 보호 의무에 위반함으로써 회사의 재산 감소 또는 주가 하락 등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마찬가지로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예상되는 변화는 오로지 필자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 상법 개정이라는 물고기가 이제 막 한국 경제라는 호수에서 헤엄치기 시작했다. 호수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볼 할 일이다. 

투자자와 기업은 상법 개정으로 법률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실무와 법원의 판단을 예의주시하면서 그 변화를 잘 이해하여 현명하게 대처해야겠다.

법무법인 서울 조기제 변호사

<조기제 변호사 프로필>

- 서울 상문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사법고시 44회 합격
- 사법연수원 34기 수료
- 제주지방검찰청 검사
-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
- 창원지방검찰청 검사
- (현) 법무법인 서울 변호사
- 세무사, 형사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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