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건보 진료비, 65세 이상이 연 52조 썼다" 1명이 580만원, ‘고령 병원비 폭탄’ 현실로
작년 52조1221억원, 4년 만에 40% 가량 급증...올해도 상반기만 28조원 사용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65세 이상 고령층의 건강보험 진료비가 4년 새 약 40%나 증가해 지난해 5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로, 급속한 고령화가 건강보험 재정에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년 노령층 건보 진료비 52조1221억원, 4년만에 39%↑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건강보험 진료비 총액은 2020년 37조 4737억원에서 2024년 52조1221억원으로 39.1% 급증했다. 올해에도 상반기(1~6월) 진료비만 이미 27조9817억원에 달해, 연말까지는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1인당 진료비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474만원이던 고령층 1인당 진료비는 지난해 536만8000원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280만 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 대비 고령층 진료비 비중도 43.1%에서 46%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 절반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의원은 “고령층이 전체 진료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현실은, 고령화가 더 이상 장기 과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흔드는 현실적 위험 요소가 되었음을 뜻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보험 구조로는 부담을 강조하기 어렵기 때문에, 효율적인 의료이용과 재정 개편 논의가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무분별한 병원 이용 억제, 예방 중심 의료체계로 전환 필요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수립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올해까지는 당기수지 기준 4600억원대 흑자를 유지하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적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누적 수지는 2027년까지 30조원대를 유지하다가 2028년에는 28조원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약 2.7개월 치 보험금 지급이 가능한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예견된 위기’로 평가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진수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층의 의료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불필요한 검사·치료가 누적되고, 이로 인한 급여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라며 “의료 전달체계 정비와 더불어, 만성질환 조기 관리, 지역사회 돌봄 강화 등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의료 접근성이 높아진 반면, 예방보다 치료 위주의 구조가 유지되고 있어 진료비가 계속 누적되는 구조”라며 “의료 남용을 줄이기 위해 1차 의료기관 역할 강화와 방문·전화 진료 등 비대면 관리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책 측면에서는 노인 본인부담금 체계 손질과 진료비 분담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노년학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조정(현행 65세→68세 이상) ▲고위험군 대상 집중형 건강검진 확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정비 등을 중장기 과제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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