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빛나는 기업들]⑨ 한화오션, 대우조선해양 인수 2년 만에 '1조 클럽' 진입 가시권…한·미 정부 ‘가교’ 역할까지
시장 예상치 뛰어넘는 2분기 영업이익, 올해 '1조 클럽' 등극 유력 세계 최초 200번째 LNG운반선 인도 등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 능력 뽐내 해군 군수지원함 MRO 사업 등으로 북미 방산 시장 영향력도 확대 예정
기업 환경이 엉망입니다. 글로벌 무역 긴장, 환율 불안, 내수 부진 등은 기업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를 뚫고 도약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모두 어렵다고 아우성칠 때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격언처럼 새로운 길을 찾아낸 기업들입니다. 뉴스퀘스트는 위기를 기회로 삼은 기업들을 찾아 성공 전략 등을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주>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최근 타결된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에서 ‘K-조선’은 결정적인 협상 키워드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한화오션을 비롯한 한국의 조선기업들의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기 때문이다.
비록 물량 공세에 밀려 중국 조선기업들보다 전 세계 선박 제조 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고부가가치 선박만큼은 한국 조선기업들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중심의 한 축에 ‘한화오션’이 있다.
중국·일본 등 글로벌 주요 조선기업들조차 까다롭게 생각하는 LNG운반선 제조를 중심으로 한화오션은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 능력 강화, 생산 안정화 지속, 원가 절감 활동 등 구조 개선을 이어가면서 올해 2분기 마침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증권업계는 한화오션의 높아지는 수익성과 사업 확장성에 기대감을 내비치면서 목표주가를 앞 다퉈 상향 조정하고 있다.
◇ 시장 예상치보다 1000억원 넘게 초과한 2분기 영업이익
2023년 대우조선해양에서 이름을 바꾼 한화오션은 첫해 영업손실 1965억원을 기록했지만, 그 다음해 2379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 3717억원을 포함해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6303억원을 시현하면서 연간 기준 '1조 클럽'(영업이익 1조원 이상) 진입이 유력한 상태다. 2분기에만 시장 예상치(2676억원)를 훨씬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2분기 실적 증가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조업일수 증가와 함께 수익성이 높은 LNG운반선의 매출 비중이 확대된 영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저가 수주 컨테이너선의 매출 인식 비중이 축소되고, 수익성이 높은 LNG운반선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2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며 ”생산 안정화와 원가 절감으로 수익성 극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증권에 따르면 한화오션의 상선 부문에서 LNG운반선이 차지하는 전체 매출 비중은 2분기 기준 약 60%였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은 상선과 특수선 부문 모두 이익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점진적인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 비중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세도 유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지니 대신증권 연구원은 “선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중국의 저가 수주 공세는 더 이상 국내 조선사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수익성 개선이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13만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 “LNG운반선, 쇄빙연구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는 우리가 으뜸”
지난 2월 한화오션은 세계 최초로 200번째 LNG운반선을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LNG운반선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1995년 첫 번째 LNG운반선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후 약 21년 만인 2016년 100번째 LNG운반선을 인도했다. 이후 단 9년 만에 나머지 100척을 만들어내면서 건조 기간을 종전보다 2배 이상 앞당겼다.
최근에는 미국이 북극해 해양 패권 경쟁을 위해 극지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는 가운데 한화오션은 지난달 29일 해양수산부 극지연구소와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쇄빙능력시험을 포함해 2029년 12월까지 건조를 완료한 후 우리나라 극지 연구 임무를 맡게 된다. 이미 한화오션은 21척의 쇄빙 LNG운반선을 건조하며 쇄빙선 기술력을 쌓아온 바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쇄빙 LNG운반선 건조 실적이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한 유일한 쇄빙선인 아라온호가 이미 건조 15년차를 넘겨 노후화되고 있다”며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이를 대체해 이번 정부의 중점 과제 중 하나인 북극항로 개척에 앞장설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북극항로의 시작은 조사연구선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상업용 목적의 국적 쇄빙선(컨테이너,LNG등) 건조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 역시 현실화될 경우 과거 쇄빙 LNG선을 다수 건조한 이력이 있는 한화오션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한화오션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가운데 한화오션은 선박 추진 체계의 탈탄소화 등 친환경 선박 기술을 앞세워 선박 제조 기준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 향후 무탄소 시대를 이끌어 갈 연료로 암모니아가 각광을 받고 있다”며 “올해 2월 한화파워시스템·베이커휴즈(Baker Hughes)와 함께 세계 최초 무탄소 선박 추진 체계 개발에 착수했으며, 해당 기술은 해운업계의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할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 필리조선소 인수 통해 한·미 조선업 협력 ‘최선봉’ 기업으로 급부상
지난해 말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설비 투자, 현지 일자리 창출, 기술 이전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연간 1~1.5척인 건조 능력을 오는 2035년까지 10배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자국 내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트럼프 정부는 이러한 한화오션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이달 초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과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등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필리조선소를 직접 방문했을 정도다.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필리조선소 방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포함한 관세 협상 타결을 발표하면서 한화그룹과 한화오션이 이번 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조선업 사업 확장 방향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지보수 사업 확대, 미국 내 조선소 투자 확대, 한국과 미국 간 공동 건조 확대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직접투자 확대와 자산을 확보한 한화그룹의 역할은 더 커질 전망”이라며 “이는 한화오션의 장기 밸류에이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해군 군수지원함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등 미국 국방 수요에 대응하며 북미 방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화오션은 한국 조선기업 최초로 미국 해군 MRO 사업을 수주한 이래 3건의 MRO 계약을 추가로 체결한 바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관세 협상 타결과 함께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전용 펀드’가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LNG운반선 시장에서의 공급 주도권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이와 더불어 미국 국방 수요에 대응해 북미 방산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꾸준히 확대할 방침을 세운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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