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일의 IT직설] 전장도 마다 않고 달려가는 ‘AI기업 신흥강자’ 팔란티어의 CEO

2025-08-08     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뉴스퀘스트=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지난 2024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한창일 때 우크라이나 정보국은 전 세계가 깜짝 놀랄 발표를 한다. 

"자국의 해상드론이 러시아가 자랑하는 수호이(Su)30 전투기를 폭파했다"는 것이다. 

수호이 전투기는 러시아의 최신 전투기이다. 해외 10여개국 이상이 이 전투기를 도입해 강한 공군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대당 가격도 평균 1000억원이 넘는다. 반면 드론은 대당 가격이 수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해상드론이 수호이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하니 전 세계가 깜짝 놀란 것은 물론이고 전투기 강화에 몰두했던 공군 무기체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한 일대 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후 드론이 전투기를 격추한 시스템이 주목을 받게 되는데 그 시스템을 지원한 기업이 지금 미국 증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인공지능(AI)기업 팔란티어다. 팔란티어는 데이터분석 플랫폼인 ‘고담’을 지원해 우크라이나의 드론작전을 멋지게 성공으로 이끌었다.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

AI 기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 주가는 시가총액이 4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이다. IBM과 시스코를 넘어섰다. 뉴욕증시에 상장한 지 단 5년만의 일이다. 

주가는 지난해 말보다 2배 이상 급등했고 2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나 늘어나며 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찍었다. 

올해 매출 전망치는 41억4200만∼41억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월가가 예상한 38억9000만∼39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호실적이다. 

지난 주에는 미 육군과 향후 10년간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국방부 소프트웨어 계약이다. 

팔란티어가 경기침체 속에서도 이렇게 잘나가는 비결이 뭘까. 물론 선진 AI소프트웨어가 강점이다. 하지만 더 주목할 것은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의 본받을만한 현장경영이다.  

지난 2022년 6월경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막 일어난 직후다.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는 서방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미사일이 밤낮 없이 떨어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다. 

이 방문에서 알렉스 카프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만나 러시아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리고 키이우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한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미사일이 관공서를 비롯해 민간아파트까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무엇이 알렉스 카프를 전쟁이 한창인 키이우 현장 속으로 달려가도록 만들었을까.

1967년생인 알렉스 카프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공부만 많이 한 책상물림은 아니다. 회사에서 회의를 하는 도중에 자주 역사와 종교 등에 대한 격렬한 토론과 논쟁을 즐긴다고 한다.

AI기업에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독특한 경영철학이다. 그는 기술이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적극 사용되어져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기술도 정체성을 가지고 사용되어져야 하며, 기술이 권위주의 정부에 도움을 주는 것을 강하게 반대한다. 그가 실리콘 밸리 창업주들과 거리를 두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언론들은 분석한다. 

그래서인지 팔란티어는 다른 기업과 달리 중국 정부와 중국 기업하고는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다. 해외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많지만 그의 독특한 경영방침이 팔란티어 경영에 그대로 녹아있다. 

그의 현장경영은 더 돋보인다. 통상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는 유지보수 같은 업무는 협력업체에 제공하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팔란티오는 다르다. 발란티오가 구축한 정보플랫폼은 직접 팔란티오 직원들이 유지보수 업무를 맡는다. 서비스 제공부터 유지보수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에 맞게 업데이트가 아주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현장에 가보지 않고는 솔루션과 서비스가 현장에 맞게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기 어렵다. 

팔란티어가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고 있는 통합정보시스템 ‘괴담’은 보수적인 군대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별적인 정보를 하나로 모아서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 덕분이다.

최적의 의사결정이 실시간으로 가능해 진다. 그 덕에 우크라이나는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러시아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사실 기업경영에서 현장만큼 중요한 곳은 없다. 그 곳이 생산현장이든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든 생생한 실물이 움직이는 장소다. 또한 현장이란 3D입체영화처럼 모든 오감을 동원해서 만지고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현장경영 효과도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한번 경험한 현장체험은 머리 속에 지워지지 않고 각인된다. 더 무서운 점은 경영자의 무의식속에 강하게 작동된다는 것이다.

꼼꼼히 살펴보면 알렉스 카프가 전쟁이라는 극한의 공포 속에서 느낀 사고와 본능적인 실행은 팔란티어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일본에서는 현장경영을 말하면서 흔히 ‘3현(現)경영’이라고 한다. 경영의 판단을 내릴 때 그 일이 발생하고 있는 곳(‘현장’)을 가보고, 현장의 실제제품을 살피고(‘현물’), 이러한 상황이 일어난 ‘현실’을 이해해야만 진정한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현장과 현물, 그리고 현실은 모두 아날로그적인 수고가 동반된다. 하지만 아날로그라고 할 수 있는 현장이야 말로 어느 경영교과서에서도 배울 수 없는 생생한 배움터다. 그 현장 속에 고객이 있고 비즈니스의 미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하지만 요즘 인공지능(AI)와 디지털이라는 대세 때문에 현실은 현장하고는 더 멀어지고 있다. 디지털의 편리함이 아날로그의 수고스러움을 대체하는 추세다. 오감을 통한 현장경영보다는 보고서(일명 페이퍼)에 의존하는 CEO도 더 늘어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상장 5년 만에 AI기업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팔란티어의 CEO 알렉스 카프가 몸소 보여주고 있는 현장경영은 우리가 본받고 벤치마킹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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