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노인시대/ ①금융권의 생존전략] 신성장 키워드는 시니어...'老心' 잡는 금융기관이 승자

시니어 고객의 지갑이 금융사 판도 갈라, 5대 금융지주 전략 부심 은행은 특화 브랜드, 보험은 헬스케어로…시니어 맞춤화경쟁 치열

2025-08-12     최석영 기자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노인인구 1000만 시대’에 진입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65세 이상 인구는 1012만명으로, 전체 인구 5180만명의 약 5분의 1을 차지했다.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노년 부양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는 금융·의료·주거·유통·노동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제 시니어는 더 이상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라, 경제의 핵심 소비자이자 투자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노인 1000만 시대’ 시리즈를 통해 각 산업별 대응 전략과 새로운 성장 기회를 조망하고자 한다. 금융권의 시니어 자산 관리 경쟁, 의료·헬스케어 산업의 구조 변화, 실버타운과 도심형 요양시설 확산, 실버 소비층을 겨냥한 유통 혁신, 액티브 시니어의 재취업과 평생교육 확대까지 다각도로 분석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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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 인구 지형이 빠르게 변하면서 금융시장의 판도 역시 조용히, 그러나 크게 뒤흔들리고 있다.

시니어들의 은퇴자산을 어떻게 안전하게 굴리고, 건강·요양·상속 문제까지 풀어줄 것인지가 금융사들의 새로운 성장 축이 되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전담 조직과 특화 브랜드를 만드는가 하면 보험사는 요양·헬스케어 인프라와 결합한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급성장 중인 인터넷은행은 디지털 접근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니어 시장을 공략 중이다.

지금은 국민 다섯 명중 한 명이 노인이지만, 2040년엔 노인인구 비중이 35.3%로 세 명중 한 명으로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이 거대한 흐름을 선점하는 자가 금융판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들 브랜드·조직 앞세운 ‘시니어 토탈케어’ 경쟁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는 모두 지난해 초고령사회 진입을 전후해 시니어 전담조직을 출범시키거나 업그레이드하고 관련 상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시니어 금융을 미래 핵심 사업축으로 삼고, 은행·보험·자산운용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을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은 시니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Shinhan 50+ Walk’ 플랫폼을 개선, 걸음 수와 건강 데이터에 따라 금융 리워드를 제공한다. 치매·중증 질환에 대비한 ‘종합재산신탁’에는 돌봄비용 자동 지급 기능을 탑재했고, 로봇 서비스 기업 ‘클로봇’과의 협력으로 가사로봇·금융 알림·자산 조회를 통합한 서비스 개발에도 나섰다.

신한라이프와 신한카드, 신한자산운용까지 연계해, 요양시설·데이케어센터·실버타운 등 인프라와 금융 플랫폼을 결합하는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KB금융은 시니어 특화 브랜드 ‘KB골든라이프’를 전 그룹 차원으로 확대한 뒤, 전국 12개 골든라이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시니어 고객만을 위한 ‘골든라이프부’를 신설, 은퇴·노후 설계 패키지, 상속·증여 컨설팅, 연금 수령 주기에 따른 최대 1.5% 우대금리 적금 등을 제공한다. KB손해보험과 KB생명은 장기 요양·건강 연계형 보험 상품을 확대하고, 모바일 헬스케어 앱과 연계한 사후관리 서비스도 도입했다.

KB금융은 금융·건강·여행·쇼핑까지 아우르는 ‘시니어 토탈케어 솔루션’을 그룹 대표 서비스로 육성 중이다.

하나금융은 ‘HANA THE NEXT’를 중심으로 세무·상속·은퇴 설계, 건강관리, 취미·여가, 재취업 컨설팅을 포함하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굿네이버스 미래재단과 시니어타운 입주자 대상 금융·요양비 관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HDC현대산업개발과의 협업으로 웰니스 레지던스 입주자를 위한 자산관리·세무·상속 서비스, 보증금 신탁 등 주거연계 금융상품을 개발했다.

하나생명은 장기 요양 전문 자회사를 설립, 데이케어센터와 고급 케어시설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우리 원더라이프’라는 시니어 전용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우리은행은 ‘인생의 후반전을 빛나고 경이롭게’라는 슬로건 아래, 자산관리·세무·부동산·신탁·연금 등 금융 서비스뿐 아니라 건강·여가·관계·일자리·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까지 제공한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해 문화·여행 프로그램, 스마트폰 금융 앱 활용 교육, 디지털 사기 예방 세션을 정기 운영하고 있다. 향후 우리금융 전 계열사로 ‘원더라이프’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이다.

농협금융은 전국 농협 지점망과 협동조합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령층 접근성이 높은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농촌·중소도시 고령층을 위해 ‘NH행복시니어종합통장’, 연금 이체 우대 적금, 고령자 맞춤형 모바일뱅킹 ‘큰글씨·간편모드’를 운영한다.

또한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은 장기 요양·농촌 특화 재해 보장 상품을 판매하고, 지역 농협을 거점으로 건강검진, 농촌 이동진료, 금융·농업 기술 교육까지 결합한 ‘농촌형 시니어 케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밖에 인터넷은행들은 디지털 소외 고령층을 향한 배려를 서비스 확장의 핵심 무기로 삼고 있다.

K뱅크는 지난 6월, 시니어 전용 콜센터를 개설해 ARS 없이 상담원과 즉시 연결되는 라인으로 변화를 꾀했다. 상담원은 평소보다 느린 말투로 응대하고, 전용 번호로 고객을 자동식별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고령자 모드’를 모바일 앱에 도입하여 글씨 확대, 메뉴 단순화, 금융 사기 경고 팝업 등 고령친화형 UX를 구현했다. 이러한 접근은 금융당국의 ‘고령자 친화형 앱’ 지침을 따르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카카오뱅크는 정형화된 고령노인들의 자 전용 모드를 따로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사용자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터페이스 설계를 지향한다. 계좌 개설, 이체, 서비스 신청 등 주요 기능을 간단한 조작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OTP나 인증서를 요구하지 않는 가입 과정, 카카오톡 기반의 그룹 계좌 공유, 메시지 카드 활용 등의 핵심 기능은 고령층 사용자에게도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이렇듯 금융권의 시니어 시장 공략은 단순한 예금·대출 경쟁이 아니라, ‘금융+헬스케어+주거+교육’을 결합한 복합 서비스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 금융전문가는 “고령층의 자산관리·건강·주거·사회참여까지 포괄하는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금융사의 신뢰와 수익성을 높일 것이다”라며 “금융기관들이 상품을 만들 때 서비스 접근성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소득 시니어층까지 포용하는 정책과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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