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어차피 못 받을 연금?” 청년 불안에...정부, 국민연금 조기 지원 카드를 꺼내다

18세에 국민연금 가입, 첫 3개월치 지원하는 ‘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 2027년 시행

2025-08-22     최석영 기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로 제작한 일러스트입니다. [일러스트=챗GPT]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대한민국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시니어들은 물론 청년 세대의 ‘미래 불안’이 새로운 사회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 2055년경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MZ세대 사이에선 “우린 연금 못 받을 거다”라는 자조 섞인 호소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런 청년층의 불신을 덜기 위한 새로운 정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만 18세에 국민연금을 최초 가입 시키고 첫 3개월치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 정책을 2027년부터 시행한다는 청사진이다.

가입 빨라야 연금 많아진다…18세부터 ‘노후 적립’

22일 보건복지부와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에 따르면 2027년부터 만 18세 청년이 국민연금에 최초 가입할 경우 3개월 치 보험료를 국가가 대신 납부하는 ‘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국가가 노후 준비를 지원하겠다는 신호다.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수령액이 늘어나는 구조다. 따라서 조기 가입은 사실상 평생 연금액을 불려주는 효과를 낸다. 정부는 이 점을 활용해 청년층의 가입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2027년 기준 만 18세가 되는 약 45만 명이 우선 적용 대상이며, 26세 이전에 한 번도 신청하지 않은 경우에도 직권으로 3개월 가입 기간을 인정해 준다.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지역 단위로 추진했으나 무산됐던 정책이, 전국 단위로 확대돼 실현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정책 반대하던 복지부, 왜 돌아섰나

이번 정책은 보건복지부의 태도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과거 복지부는 부유층이 자녀를 일찍 가입시킨 뒤 수십 년간 납부를 미루다가 추납(추후 납부)으로 연금 수령액을 불리는 ‘연금 재테크’ 악용을 우려했다.

그러나 현재는 추납 기간이 최대 10년으로 제한돼 제도적 허점이 상당 부분 보완됐다. 전국 단위 시행으로 형평성 문제도 해소되면서, 정책 추진의 최대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넘어야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먼저 OECD 절반 수준 청년 가입률과 연금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실제 청년층의 연금 가입률은 심각하게 낮다. 국민연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18∼24세 청년의 가입률은 24.3%, 20대 전체로 봐도 35% 수준에 머문다. 주요 선진국(평균 8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학 진학·군 복무·취업 지연 등으로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구조적 요인이 큰 몫을 차지한다. 문제는 이 공백이 고스란히 노후 빈곤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취업이 5년 늦고 실업 기간이 10년 늘면, 노후 연금액은 정상 가입자보다 30% 이상 감소한다.

“100세 시대, 우리 세대도 노후가 있을까요”

청년들은 정책 자체에 반가움과 동시에 여전히 깊은 불안을 드러낸다.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국가가 지원해 준다니 좋은 취지지만, 정작 우리가 노인이 됐을 때 연금 제도가 유지될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가 청년층의 조기 가입을 이끌고, 장기적으로 연금 재정 건전성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군 복무 기간의 가입 기간 인정 등 제도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노후 준비’는 더 이상 중장년의 과제가 아니다. 이제 18세 청년부터 시작해야 할 생애 과제가 됐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청년층의 불신을 해소하고, 연금에 대한 신뢰 회복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성수 전 국민연금정책 자문위원은 “청년층의 연금 불신은 단순히 제도의 복잡성 때문이 아니라, ‘어차피 못 받을 것’이라는 세대적 불안감에서 비롯된다”라며 “이번 지원 정책은 상징적으로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청년층의 신뢰 회복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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