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의 '우리가 미처 몰랐던 북한'] 평양에 스타벅스 매장?...'짝퉁이면 어때

NYT “평양에 스벅 리저브 문 열어” 프리미언 매장 본 따 ‘미래 리저브’ 김정은도 도용한 캐릭터 양말 찾아 “고립 속 짝퉁에 기댈 수밖에 없어”

2025-08-29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평양에서 영업 중인 짝퉁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의 내부. [사진=NYT]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사회주의 체제에서 서구식 개혁‧개방을 알리는 가장 선명한 상징 중 하나는 맥도널드 매장의 등장이다.

지난 1990년 1월 31일 아침 수 천명의 모스크바 시민들이 푸시킨 광장에 처음 문을 연 맥도널드 매장에 몰린 건 소련 해체의 전주곡이 됐다.

개점 32년 만인 2022년 5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문을 닫은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같은 맥락에서 폐쇄적인 독재체제를 유지해온 북한 김정은 정권의 변화를 보려면 맥도널드와 코카콜라의 평양 진출을 봐야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왔다.

그런데 이들 브랜드와 함께 미국식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아이템인 스타벅스 매장이 평양에 등장했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었다.

알고 보니 스타벅스와 흡사한 짝퉁 커피숍이었는데, 한눈에 봐도 그대로 베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유사한 인테리어 등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북한 관영 선전매체들이 ‘혁명의 수도’라고 주장해온 평양에서 일부 특권층들이 누릴 수 있는 가격과 메뉴로 제법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전언도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8월 24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최근 방북했던 관광객과 평양에 체류해온 유학생 등 외국인 3명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면서 관련 동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이곳에 등장한 커피숍은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매장인 '리저브'를 본땄다. 이름도 ‘미래 리저브’라고 해서 짝퉁임을 굳이 숨기지 않았는데, 스타벅스 리저브의 상징인 별 대신 알파벳 'M'을 붙인 게 눈길을 끈다.

커피 3잔에 25달러(약 3만 4000원)를 지불했다고 하니 서울보다도 훨씬 비싸다. 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일반 북한 주민들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게 탈북민들의 얘기다.

화제가 된 평양판 ‘스타벅스’ 매장이 자리한 곳은 ‘낭랑 애국 금강관’으로 불리는 쇼핑몰이다.

북한에서 ‘애국’이란 명칭이 붙으면 주로 조총련계 재일교포들의 자금지원으로 건설된 시설이란 점에서 외부 자본의 유입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아마도 과거 외국인 방문객이나 평양에 체류하는 외교관‧주재원, 조총련 방문자들을 위해 운영되던 외화상점 형태의 시설에 짝퉁 스타벅스가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달러 등으로만 물건을 살 수 있어 사실상 외국인 전용시설로 분류되지만 북한의 일부 특권층이나 달러를 손에 거머쥘 수 있는 계층이 드나들게 되면서 이곳에 이런저런 외국풍의 카페와 관련 시설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스타벅스뿐 아니라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로 우리에게도 알려진 이케아 매장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EPA/ 연합뉴스/KCNA 제공]

실제로 이케아 제품인지, 중국 등지에서 생산된 유사품인지는 알 수 없지만, 램프 등 일부 제품이 이케아에서 팔리는 품목과 포장이 같고 고유명칭도 동일하다는 게 평양을 찾았던 인사들의 전언이다.

그런데 스타벅스 측은 북한에 매장을 설치하거나 허가를 내준 것이 없다고 밝혔고, 이케아는 “상표권 침해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조치를 취할 것”이란 입장이다.

사실 북한은 ‘짝퉁의 나라’라는 비판을 받아온 지 오래다. 세계적인 브랜드의 제품이나 디자인, 캐릭터를 무단으로 사용해 생산하고 버젓이 이를 관영 매체에 등장시킨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양말공장을 찾아 생산 제품을 살펴본 소식을 전하는 북한 매체들은 “발목에 깜찍한 고양이가 그려진 키티 양말을 보시며 곱다고 말씀하셨다”고 하거나 “뿌 양말도 있는가. 어린이들이 이러한 견본품과 같은 아동양말들을 신으면 좋아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을 소개한다.

미국 디즈니사는 물론 일본의 유명 캐릭터를 무단 사용하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다.

국제사회와 고립된 상황에서 특권층을 비롯한 주민들의 기호품이나 디자인에 대한 갈망을 풀기위해 짝퉁에 기댈 수밖에 없는 북한 체제의 현실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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