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숨고르기’ 장세 이끈 외국인 투자자…석 달 연속 순매수 후 ‘순매도’ 전환

이달 1조2000억원 규모 순매도…코스피 3100~3200선에 머물러 순매수 상위권에 카카오, 현대차…순매도 상위권에 삼성전자, NAVER 등 물가상승 우려에 당분간 종목별 희비 엇갈릴 듯

2025-08-29     김민수 기자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조245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새 정부 출범 후 ‘Buy Korea’(한국 주식 순매수)를 이어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 관세 발표, 잭슨홀 미팅, 한·미 정상회담 등 8월 대형 이벤트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상법 개정안·노란봉투법과 같은 국내 정치적 현안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8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조245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5월(1조11660억원), 6월(2조6930억원), 7월(6조2810억원) 석 달 연속 외국인 순매수 행진으로 3300선 돌파를 시도했던 코스피는 결국 이달 들어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며 3100~3200선에 머무는 데 그쳤다.

김준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8월 코스피는 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등락을 반복했다”며 “국내 전체 수출 지표상 모멘텀은 유지되고 있으나,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의 뚜렷한 개선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정 산업의 강세가 아닌 업종 내 종목별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8월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은 카카오(4800억원), 현대차(2590억원), 삼성중공업(2130억원), LG씨엔에스(1780억원), 한국전력(1730억원) 등이 포함됐다.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1조400억원), NAVER(6710억원), 한화오션(3490억원), KT&G(2310억원), 삼성SDI(1520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인공지능(AI)주로 분류되는 카카오와 NAVER에 대한 외국인 투자 움직임이 정반대로 관찰됐으며,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테슬라 계약 등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 전망에도 불구하고 8월 한 달 동안에만 1조원 넘는 주식이 매물로 나왔다.

증권업계에서는 8월 대형 이벤트를 무난히 넘긴 만큼 코스피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긴 힘들다는 긍정적인 전망과 더 이상 상승 동력을 이끌 모멘텀이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8월 중 우려했던 미국 관세협상, 잭슨홀 미팅, 한·미 정상회담 등 금융시장에 경계감을 유발시켰던 불확실성이 대부분 해소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 증시가 8월 초 이후 박스권에 갇혀 재차 답답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경기가 다행히 개선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등이 현실화된다면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반면에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30일 기록한 코스피 지수(3254.47)가 올해 고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미국의 정책과 연관돼 있는 조선, 방위 산업, 원자력 발전 주식들은 상승세를 이끌어왔다”며 “이번 정상회담 이후 후속 정책들이 발표되겠지만, 영향력이 과거보다 더 크게 작용할지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7월 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고, 3분기 실적이 주식시장을 끌어올리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연말까지 주식시장이 소강 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즉, 8월 대형 이벤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코스피가 추가적인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상법 개정안·노란봉투법과 같은 국내 정치적 현안이 상승세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지만, 물가상승(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9월 증시 환경도 8월과 비슷한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부담으로 지수 상승세는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수보다는 업종, 또 업종보다 종목 중심의 대응이 유리한 국면”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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