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은폐된 보고서’의 경고...“25년 뒤 노인 10명중 4.2명은 '빈곤' 위험”
연금 개혁 ‘모수 조정’으론 한계...OECD 최고 노인 빈곤율 더 악화 국민연금연구원 지난해말 연구결과 내놨지만 정부·여당이 비공개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 국민들의 노후가 심각한 빈곤 위험에 놓여 있다는 ‘숨겨진 경고’가 드러났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50년 노인 빈곤율이 42%까지 치솟는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담은 보고서가 뒤늦게 공개된 것.
2일 국회 전종덕(진보당)·김선민(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공적연금 미시모의실험모형(PPSIM) 개발’ 보고서에서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당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재정 안정 중심 개혁안’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영구 비공개 처리됐다. 이후 전종덕 의원이 “국민의 알 권리와 연구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 8월 말에서야 뒤늦게 공개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한신실·유희원·홍정민·박주혜)은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라는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노후 소득 보장 효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우려스러웠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25년 37.4%에서 시작해 꾸준히 상승, 2050년에는 42.3%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미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한국의 노인 빈곤이 앞으로 더 악화한다는 경고다. 빈곤의 ‘깊이’를 보여주는 빈곤갭 역시 확대돼, 노인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특히 후기 노인(75세 이상) 인구의 급증을 빈곤 심화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전기 노인(65~74세)에 비해 소득이 낮고 의료·돌봄 비용 부담이 큰 후기 노인의 증가는 노후 빈곤율을 끌어올린다는 분석이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기초연금의 빈곤 완화 효과는 약화되고, 국민연금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커진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두 제도를 합쳐도 40%를 웃도는 노인 빈곤율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소득대체율 상향, 퇴직연금 의무화 등 다층적 소득 보장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비공개 처리된 채 묻혔고, 올해 3월 여야는 18년 만에 연금개혁안에 합의했다. 개혁안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3%로 조정했으며, 기금 운용수익률 목표를 상향해 기금 소진 시점을 2071년으로 늦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번 개혁은 숫자 조정에 불과한 모수개혁에 머물렀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한 국민연금 전문가는 “보고서가 드러낸 42%라는 노인 빈곤율 전망은, 더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는 한국 사회의 노후를 지킬 수 없다는 점을 뼈아프게 보여준다”면서 “고령사회 대비가 미흡하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 역시 ‘가난한 노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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