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일의 IT직설] “인공지능 때문에 신입사원을 해고하지 말라”는 한 CEO의 탄식

2025-09-03     박형일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이미지=픽사베이]

【뉴스퀘스트=박형일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투자자 매튜 버먼의 유튜브 대담에 출연해 밝힌 인터뷰 내용은 인공지능(AI)시대에 기업의 인재채용 딜레마를 잘 알게 해 준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일부 기업 리더들은 ‘AI가 모든 주니어 직원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들어본 얘기 중 가장 어리석은 말입니다. 신입사원은 비용 효율적일 뿐 아니라 AI 도구에 가장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집단인데 이들을 해고해 10년 후에 아무 것도 배우지 않은 직원만 남는다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제발 AI 때문에 신입사원을 해고하지 마세요”

맷 가먼은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신입사원이 해고(고용절벽) 위기에 처했길래 이런 말까지 했을까.

미국 CNBC에 따르면 스탠퍼드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서비스, 회계,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 등 AI 기술에 노출이 두드러진 직업군 종사자 가운데 22∼25세가 가장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22~25세의 고용률은 2022년 이후 13% 줄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챗GPT’가 출시된 2022년 말부터 최근까지 고용 현황을 보면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고용 규모는 2022년 말 정점을 찍었다가 올해 7월엔 거의 20% 줄었다.

대규모 해고 계획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MS)도 50대 인력이 아닌 20대~30대 전 연령이 대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이는 비단 미국에만 국한된 일일까. 이미 국내에도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SK스퀘어의 자회사 11번가는 입사 1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두 자릿수 규모의 인력 감축을 목표로 한 희망퇴직에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다른 기업에도 급속히 퍼져 희망퇴직이 기존 50대에서 20대~30대로 옮겨갈 조짐이다.

신규채용도 신입사원을 기피한다.

대부분 경력직 위주다.

대한상의가 올 상반기에 사원을 채용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대다수 기업은 경력사원만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비율이 무려 82%에 달한다.

신입사원만 채용하는 기업은 어느덧 희귀한 사례가 돼 버렸다.

경기불황 탓도 있지만 AI의 확산이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AI가 신입사원을 대체해 이젠 ‘AI비서’ 시대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 심각성은 최근 만난 인터넷기업 CEO가 전한 이야기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신규 서비스에 일이 많이 몰려 개발을 맡고 있는 직원에게 신입사원 충원을 제안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 담당자는 신입사원 충원에 대해 “당분간 필요없다”고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사원을 충원해 준다는데도 싫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지만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는 “AI가 코딩작업과 디버깅(버그확인)까지 훌륭히 지원을 해 주는데 왜 업무에 서툰 신입사원을 뽑아야 하느냐”면서 “신입사원을 뽑으면 오리엔테이션을 시키고 독자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하는데 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오히려 AI는 24시간 일하면서도 불평도 없어 신입사원보다 훨씬 유용하다는 얘기였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코딩업무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대형로펌에서는 변호사 숫자만큼 사무지원 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들의 업무는 공소장 등 소송서류의 내용을 검토하고 리뷰해서 요약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데 AI를 활용하니 이런 업무가 순식간에 대체가 가능했다고 한다.

물론 변호사가 작성하는 소송자료까지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지만, AI가 그 내용을 작성해도 진위를 구별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KDI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2030년까지 국내 일자리의 90%는 기능적으로 AI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분석했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뿐 아니라 전문적인 일자리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신입사원 대신 AI로 업무를 대체하는 것은 당장 기업 효율성을 높이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맷 가먼의 지적처럼 10년 후엔 더 이상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직원들만 남을 수도 있다. 당장의 효율만 생각한 근시안적 사고일 수 있다.

물론 이 문제는 기업뿐 아니라 취준생과 신입사원, 그리고 대학과 정부도 함께 고민해 풀어야할 난제이기는 하다.

다행히 이번 정부는 AI인재양성에 적극 나선다고 한다. ‘AI기본사회’을 실현하기 위해 최고급 인재와 실무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해외에서 고급 두뇌들도 스카우트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전국민 AI일상화’를 위해 다양한 온.오프 교육기회도 같이 제공하고, 국내외 고급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AI대학원을 늘리고 산학프로젝트 등을 통해서 실제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인재를 육성하다는 계획이다.

맞는 방향이다.

다만 기업현장에서 체감하는 ‘산업AI’에 부합하는 맞춤형 AI인재육성이 더 필요해 보인다.

해당산업에 강점을 두고 특화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정부차원의 직무재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

박형일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오는 8일부터 AI신입사원 채용에 나서는 카카오 정신아 대표의 말처럼 지금 청년들은 다양한 AI기술을 활용하고 성장해온 첫 세대일 수 있다.

이들을 육성해야 미래에 숙련된 인재를 보유할 수 있다.

“제발 AI 때문에 신입사원을 해고하지 마세요”라는 맷 가먼의 말이 한국과 미국 할 것 없이 ‘젊은 해고’가 확산하는 요즘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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