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배상? 보이스피싱 배상책임 확대에 은행권 예방책 마련 총력전
이상거래탐지시스템, AI 기술 활용과 함께 임직원 교육까지 ‘철저’ 이찬진 금감원장, 은행·저축은행 간담회 등에서 ‘소비자보호’ 연일 강조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올해 들어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피해 규모가 8000억원에 육박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연일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면서 은행권이 피해 예방 조치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경찰·지인 사칭은 물론이고, 피해자에게 반성문 작성까지 시킬 정도로 악랄해지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해 은행권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피해를 막겠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금융기업이 피해액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는 ‘무과실 배상책임’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첫 번째 시범 케이스가 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과실 배상책임 법제화 소식이 전해진 후 은행별 보이스피싱 예방 인원 확충과 시스템 고도화를 앞 다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사고 사례 전파 등 교육도 수시로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기존 11명이었던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인원을 25명으로 늘렸다. 증원된 인원은 보이스피싱 예방의 핵심인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며, 최근 피해가 급증하는 범죄 유형을 분석해 집중 탐지하는 업무를 맡는다.
여기에 추가로 AI가 스스로 각종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를 분석해 수상한 거래 패턴을 미리 찾아내고, 신속한 계좌 지급정지 등 예방조치를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하는 등 사전예방 효과를 높이는 데 많은 공을 기울이고 있다.
디지털 금융사기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소비자보호 강화 활동에 나선 곳도 있다.
우리은행은 보이스피싱 예방전문기업 ‘씽크풀’과 함께 AI 기반의 체험형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 서비스 ‘하마터면’을 WON뱅킹에서 제공한다.
해당 서비스는 단순 이론 강의뿐 아니라 고객이 실제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는 것처럼 상황을 체험해 보는 ‘실전 시뮬레이션’ 방식을 적용해 실효성을 높였다.
신한은행의 경우 가상자산거래소 코빗과 함께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양사는 ▲사기의심계좌 정보 공유·핫라인 구축 ▲보이스피싱 범죄 원화 피해금 환급 상호협력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업무를 위한 실무자 교육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지난 2018년 금융권 최초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도입한 하나은행은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고도화하면서 월평균 1000건 이상의 피해를 막으며 소비자보호 활동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올해 들어 피해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보이스피싱은 1만4707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피해액은 7766억원에 달한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발생 건수는 25.3% 늘었고, 피해액은 무려 2배 이상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달 취임한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은 금융기업들에게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포함한 소비자보호 활동에 앞장서줄 것을 당부했다.
이달 들어 이 원장은 은행, 저축은행 CEO들과 연이은 간담회를 통해 금융감독·검사 등 모든 업무에 있어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기업들이 보이스피싱, 불법 계좌개설 등 금융 범죄와 각종 사고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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