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의 '우리가 미처 몰랐던 북한'] 스나이퍼에 빠진 김정은...우크라이나전에 자극, 저격수 양성에 공들여
“저격수는 백발백중 필살의 사냥꾼” 연일 훈련장 찾고 저격 소총 사격 핵‧ICBM 이은 재래식 도발행보 주목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김정은이 저격수에 빠졌다. 특수부대 훈련을 참관하면서 저격병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며 이를 양성하기 위한 대책마련을 주문하는 등 관련 행보가 두드러진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군사무기 개발 상황을 점검하고 저격수들의 사격 경기를 참관했다.
눈길을 끈 건 12일 벌어진 수도경비사령부 관하 저격수 구분대(대대급 부대를 지칭)와 중앙 안전기관 특별기동대 저격수 구분대 사이의 사격 경기다.
김정은은 리영길 북한군 총참모장, 노광철 국방상 등을 대동하고 훈련을 돌아봤는데 특히 저격수용 위장복인 길리 슈트가 흥미로운 듯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는 등 관심을 보였다.
스코틀랜드 사냥터 관리인의 위장복에 기원을 둔 것으로 알려진 길리 슈트(ghillie suit)는 저격수를 상징하는 의복이다. 동물로부터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사용됐지만 근대들어 저격수가 은밀한 임무수행을 위해 쓰인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대전에서는 단순히 시각적인 은폐 뿐 아니라 열적외선 감지 장치 등에 노출을 피하기 위한 특수소재 등으로 은폐‧엄폐에 유리하도록 한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8월 27일에도 북한군 총참모부 직속의 특수작전 훈련기지를 방문해 전문적인 저격수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훈련을 지켜본 뒤 국방과학원이 자체적으로 설계·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신형 저격수 소총을 보고 받았다면서 "부대들이 이런 새 세대 저격무기를 가지게 된 건 대단히 기쁜 일"이라며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보도했다.
특히 "저격수는 전장에서 백발백중의 저격술로 적병을 필살하는 사냥꾼"이라고 치켜세운 뒤 "앞으로 특수작전 역량과 전문화된 저격수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우리 무력건설에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총참모부 직속으로 중앙저격수양성소를 조직하는 문제를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올해부터 보급될 저격수의 위장복을 임무 수행지대의 조건 및 계절에 맞게 생산하라고 국방성에 지시한 대목은 그가 이 분야를 각별히 챙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김정은이 지난 4월 군 부대 훈련장을 찾았을 때는 길리 슈트를 입은 북한 저격병의 감쪽같은 위장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면서 크게 웃음을 보인 적이 있다”며 “저격용 소총을 직접 사격해 보이는 등 직접 이 분야를 챙기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관심은 우크라이나전 전투병 파견 과정에서 구체화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우리 대북 정보당국과 북한 군사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북한이 쿠르스크 전투 등에서 시가전을 치르면서 폭풍군단(제11군단의 별칭) 소속 특수작전군의 저격병 운용으로 상당한 전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되는데, 김정은이 이에 착안해 향후 대남 특수전 분야에서도 한층 업그레이드 된 저격병 전력을 발휘하려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북한군 상장(上將)인 김영복 총참모부 부총참모장(별 셋으로 우리의 중장에 해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전 참전 군 병력이 최근 평양으로 귀환해 훈장 등을 받았는데, 김정은은 여기에 포함된 제11군단 1저격병 여단장인 고희명을 품에 안으며 각별한 신임을 보였다.
김정은은 지난 3일 베이징 텐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해 군사퍼레이드를 지켜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나란히 VIP 관람석인 망루에 올랐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지만 김정은 입장에서는 중국의 첨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스텔스 무인 전투기, 핵 어뢰, 드론 전력 등에도 시선이 갔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평양 귀환 후 김정은이 ICBM 개발을 위한 엔진연소 실험을 현장에서 참관하고 재래식 전력을 증강하는 메시지를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진단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내년 1월로 예상되는 노동당 제9차 대회(5년 마다 개최)에서 핵무력과 함께 ‘상용무력’(재래식 전력의 북한식 표현)을 병진하는 정책을 제시하게 될 것이란 점을 예고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에 이어 저격병과 관련 전술에 빠진 김정은의 향후 도발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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