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건강] 두려운 파킨슨병, AI로 조기진단·光유전학으로 치료 “희망을 비춘다”
KAIST·IBS 연구팀, 동물 모델에서 조기·정밀 진단 치료 가능성 확인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파킨슨병은 시니어 세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가운데 하나다. 신경세포가 점차 사멸해 발생하는 신경 퇴행성 뇌 질환이어서 떨림, 경직, 걸음 이상 등 다양한 운동 장애 증상이 나타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특히 기존 검사법으로는 발병 초기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기 어렵고, 뇌 신호 조절을 겨냥한 약물 역시 임상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지금까지는 공포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조기에 병을 감지하고, 나아가 맞춤형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온다.
최근 KAIST 허원도·김대수 교수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창준 단장이 이끄는 공동 연구팀이 인공지능(AI)과 광유전학(optogenetics)을 결합해 동물 실험 단계에서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 효과를 동시에 확인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AI가 ‘행동의 언어’를 읽어내다
연구팀은 먼저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인 알파시누클레인이 뇌에 뭉치도록 만들어 파킨슨병에 걸린 쥐를 준비했다. 그리고 쥐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AI 기반 3차원 분석 기술을 적용했다. 걸음걸이, 앞발과 뒷발의 움직임, 꼬리나 가슴이 미세하게 떨리는 모습까지, 무려 340가지가 넘는 행동을 기록하고 분석한 것이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파킨슨 행동지수’라는 새로운 진단 기준이 만들어졌다. 놀라운 점은 이 지수가 병이 진행된 지 불과 2주 만에 이미 정상 쥐와 확연한 차이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보폭이 줄고, 양쪽 손발이 고르지 않게 움직이며, 가슴이 미세하게 떨리는 모습이 파킨슨병의 중요한 신호로 확인됐다. 특히 다른 신경 질환인 루게릭병과 비교했을 때는 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이 지수가 파킨슨병만의 특별한 ‘표식’임을 보여줬다.
빛으로 뇌 신경을 조율하다...광유전학 치료 실험
진단 연구에 이어 연구팀은 ‘광유전학’이라는 첨단 기술을 이용해 치료 실험에도 도전했다. 이 기술은 빛을 이용해 뇌 속 특정 신경세포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파킨슨병 쥐에 빛을 쏘자 걸음걸이가 한결 자연스러워지고, 팔과 다리 움직임이 매끄러워졌다. 손발의 떨림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특히 하루 걸러 한 번 빛을 비추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병이 진행되면서 보통 사라지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그대로 보존되는 모습까지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증상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허원도 KAIST 석좌교수는 “AI를 통해 행동 변화를 정량화하고, 광유전학으로 치료 가능성을 검증함으로써, 조기 진단에서 치료까지 이어지는 전임상 단계 성과를 거뒀다”며 “향후 환자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현보배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현 박사는 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현재 미국 하버드 의대 맥린병원에서 파킨슨병 세포치료제 고도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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