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건강] “식사 때 반주 한두 잔도 치매 위험...나이 들수록 ‘술은 毒’”

옥스퍼드대 연구팀, 55만명 유전분석 통해 확인 ‘적당한 음주의 신경보호 효과’는 착시 현상일 뿐

2025-09-24     최석영 기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챗GPT로 제작한 그림입니다. [일러스트=챗GPT]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밥 먹을 때 반주로 한두 잔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 많은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이다. 하지만 최신 의학 연구는 이런 생각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술의 양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모든 음주가 치매 위험을 키운다는 것이다.

무려 56만명 음주습관 연구해보니...

영국 옥스퍼드대 안야 토피왈라(Anya Topiwala) 박사가 주도한 영·미 공동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와 미국 백만 재향군인 프로그램(MVP)에 참여한 55만9000여 명(56~72세)을 대상으로 음주 습관과 치매 발병의 관계를 4~12년간 추적했다.

참여자들은 비음주자, 가벼운 음주자(주 7잔 미만), 고위험 음주자(주 40잔 이상), 알코올 의존자로 구분됐다. 또한 연구진은 240만 명에 달하는 전장 유전체 연관분석(GWAS) 자료를 활용해 유전적 요소가 치매 위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함께 평가했습니다.

관찰 연구에서는 비음주자와 고위험 음주자가 ‘적당히 마시는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약 41% 높았고, 알코올 의존자는 51% 높게 나타났다. 언뜻 보면 적당한 음주가 오히려 뇌 건강에 이로운 듯 보인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을 함께 고려하자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치매 위험이 선형적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가벼운 음주가 뇌를 지켜준다는 증거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술을 주 1~3잔만 늘려도 치매 위험이 15%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관찰연구에서 보이는 ‘가벼운 음주의 보호 효과’는 치매 초기 환자들이 음주량을 줄인 결과로 인한 착시, 즉 역인과(reverse causation) 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주 습관, 알코올 대사능력 떨어지는 노년엔 치명적

시니어 세대에게 식사 때 반주는 오래된 습관이자 삶의 즐거움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분명한 경고한다. 나이가 들수록 알코올 대사 능력은 떨어지고, 뇌세포의 회복력도 둔화되면서, 젊은 시절과 같은 양이라도 뇌에는 훨씬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치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사회 전체에 무거운 짐을 지우는 질환이다. 따라서 “하루 한두 잔쯤은 괜찮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술을 줄이는 것이 곧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한 가장 확실한 치매 예방법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제 “적당한 술은 괜찮다”는 믿음을 내려놓아야 할 때다”라고 조언한다.

“이제는 ‘적당한 술은 괜찮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술의 양이 많든 적든 뇌 건강에는 해롭습니다. 식사 때 곁들이는 한두 잔도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논문 출처> BMJ Evidence Based Medicine, Anya Topiwala et al., “Alcohol use and risk of dementia in diverse populations: evidence from cohort, case-control and Mendelian randomisation approaches” (2025)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