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인간다움의 공존”…김난도 교수가 꼽은 2026년 트렌드 핵심 키워드
‘AI 활용 양극화’ 시대...개인 고유의 ‘전문성’ 더 중요해져 휴먼인더루프·필코노미·근본이즘...인간다움·본질 향한 갈망 증가
【뉴스퀘스트=장은영 기자】매년 다음 해의 소비 흐름과 사회적 트렌드를 전망해 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가 2026을 관통할 핵심 키워드로 ‘인공지능(AI)’과 ‘인간다움’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코리아 2026>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 가장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AI’를 꼽았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를 19년간 발간해오면서 대부분 주요 키워드는 ‘경제’였으나 처음으로 경제 등 모든 요소를 압도한 것이 바로 ‘AI’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AI’와 함께 인공지능과 가장 대척점에 있을 법한 ‘인간다움’이 주요 키워드로 함께 꼽혔다. AI 대전환 시대 접어들며 챗GPT 등 다양한 AI기술 활용이 필수가 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만이 가진 감성적인 능력과 지혜가 더욱 중요해졌다.
트렌드코리아는 매년 그해의 띠 동물로 키워드의 두운을 정하는데, 2026년 말띠 해를 맞아 10대 키워드를 마력(Horse Power)으로 정했다. 이 개념을 상체는 인간 하체는 말인 반인반마(半人半馬) 켄타우로스에 적용했다.
김 교수는 AX(AI 전환) 시대에 “하체엔 AI 기술을 장착해 효율성을 높이고, 상체인 인간은 깊은 사유와 통찰을 발휘해야 한다”며 AI에 올라탄 켄타우로스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렌드코리아 2026>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합일이 생존의 화두가 될 내년도 트렌드 키워드로 ▲휴먼인더루프 ▲필코노미 ▲제로클릭 ▲레디코어 ▲AX조직 ▲픽셀라이프 ▲프라이스 디코딩 ▲건강지능(HQ) ▲1.5가구 ▲근본이즘 10가지를 제시했다.
Human-in-the-loop 휴먼인더루프
핵심 키워드인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는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김 교수는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최고의 기계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 위에서 깊이 사고하고 현명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Oh, my feelings! The Feelconomy 필코노미
AI 기술과도 경쟁해야 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최근 각 개인의 감정이나 기분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경향이 생겼다. ‘필코노미(Feelconomy)’는 기분과 감정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고 소비의 동력으로 삼는 흐름을 보여준다. 트렌드코리아 팀은 소비자의 기분을 배려하고 진단해주는 기업과 서비스에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Results on Demand: Zero-click 제로클릭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다. AI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나를 위한 최적의 상품과 정보를 소비자가 검색을 하기도 전에 먼저 제시해준다. 과거에는 물건을 구매할 때 통상 탐색, 비교, 선택, 지불, 구매 5단계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쇼핑할 때나 정보를 검색할 때도 AI 답변이 가장 상위에 노출되어 서칭과 클릭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검색이 사라진 ‘선택 없는 선택의 시대’에 김 교수는‘제로클릭(Zero-click)’이 2026년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elf-directed Preparation: Ready-core 레디코어
실패할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대신, 치밀한 대비와 예행연습을 통해 미래의 경험을 현재로 소환해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삶을 미리 계획하고 학습하며 살아가는 ‘레디코어’ 세대는 ‘준비된Ready’ 상태가 삶의 ‘핵심Core’이자 가장 중요한 가치다. ‘자기주도학습’, ‘선행학습’에 익숙한 세대의 코호트적 배경이 작용한 트렌드다.
Efficient Organizations through AI Transformation: AX조직
AI의 전면적인 도입으로 과거 계층과 부서로 나뉘어져 있던 조직은 와해되고, 프로젝트별 업무 중심의 유연하고 자율적인 조직으로 빠르게 개편되고 있다. AX조직에서는 극적으로 평평한 ‘울트라 플랫’과 ‘제로 디스턴스’ 개념이 도입되고, 재즈 뮤지션들처럼 즉흥적으로 모여 뭔가를 만들어내는 ‘잼세션’이 중요해진다. 김 교수는 “배우고, 배운 것을 폐기하고, 다시 배우는 새로운 학습 문화가 시급하다”며 기업 경영인에게 내년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AX조직’이라고 강조했다.
Pixelated Life 픽셀라이프
디지털 세상의 최소단위인 ‘픽셀’이 삶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소비·주거·취미 등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더 작게, 더 많이, 더 빠르게 경험하고 순간에 몰입하고자 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메가 트렌드에서 마이크로 트렌드로 시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각자의 취향과 세계에 충실하고자 하는 욕구가 존중받고 있다. 소위 ‘트렌드’나 ‘대세’는 점점 사라지고,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주 세분화하고 다양해져간다.
Observant Consumers: Price Decoding 프라이스 디코딩
제품의 가격 구조를 파헤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프라이스 디코딩은 암호를 푸는 것처럼 가격을 철저히 해독해 구매 의사를 결정하는 ‘초합리적’ 소비 행동을 말한다. 즉 가격을 형성하는 여러 요소 중 상품 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나누어 자신의 구매 기준에 맞는지 평가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브랜드력은 약해도 비슷한 성능이나 스펙의 듀프(Dupe) 제품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그렇다고 프라이스 디코딩하는 소비자들이 항상 가성비를 최우선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들은 본인이 더 가중치를 두는 영역의 제품과 서비스라면 기꺼이 값을 지불하며 본인의 소비를 큐레이션한다.
Widen your Health Intelligence 건강지능 HQ
IQ와 EQ의 시대를 지나 HQ의 시대가 오고 있다. 사회 전반의 건강지능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관한 한 준전문가가 된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으레 40~50대는 되어야 건강에 관심을 가졌다면, 요즘에는 노화 관리·당뇨 예방 등을 20대부터 챙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건강이 시대적 화두가 되면서 이제 모든 비즈니스는 건강 비즈니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에 과몰입하는 사람이 늘고 잘못된 정보 또한 많아지는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건강지능(HQ)을 높이는 것이 숙제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Everyone Is an Island: the 1.5 Households 1.5가구
사회초년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1인 가구가 점점 늘고 있다. 수치로만 접근하면 초개인화된 ‘1인’이라는 숫자에 자칫 매몰되기 쉽지만, 최근에는 독립성과 연결감을 동시에 추구하는 다양한 형태의 1인 가구가 늘고 있어 주목된다. 자율성을 온전히 지키는 초솔로 생활을 기반으로 하지만, 주변에 느슨한 연결점과 삶에 필요한 지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원가족에서 독립해 따로 살더라도 본가 근처에 살면서 경제적 지원과 정서적 교류를 나누는 형태가 그러하다. 김 교수는 “명쾌하게 분류하기 어려운 관계들이 늘고 있다”며 이러한 1.5가구 개념이 시장과 공공 영역 모두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turning to the Fundamentals: 근본이즘
AI 시대, 알고리즘이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는 영역, 즉 변치 않는 ‘근본’을 향한 목마름이 관찰된다. ‘근본이즘’은 고전적인 가치와 믿을 수 있는 원조가 주는 안정감과 만족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뜻한다. 자신이 살아보지 않았던, 디지털이 등장하지 않았던 과거에 대한 젊은 세대의 집단적 향수 또한 ‘근본이즘’의 또 다른 배경이다. 김 교수는 “AI가 발전하면 할수록 가장 근본적인 인간만의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 활용 능력은 이제 누구에게나 기본으로 요구되는 역량이 되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인간만이 가진 전문성과 감각”이라며 “2026 소비트렌드는 인공지능과 인간다움이라는 두 축이 균형을 이루며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간 <트렌드코리아 2026>는 25일 전국 서점에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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