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500조 시대 ②] “영원한 고객은 없다”…로보어드바이저, 자동 리밸런싱 등 앞다퉈 첨단 기법 도입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 후 증권업에 1조원 넘는 자금 유입 개인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통해 은퇴 후 자금 운용법까지 설계 맞춤형 서비스 위해 업계마다 퇴직연금 관련부서 확대 경쟁
지난해 10월 시작된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어느덧 1년을 맞았다. 서비스 개시 8개월 만에 누적 이용건수 8만7000만건(약 5조10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가입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현재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업들은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내년 500조원 돌파가 유력한 퇴직연금 시장에 대한 기업별 상품 수익률, 성과, 마케팅 현황을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국내 주요 은행과 증권사들이 500조원 시장이 유력시되는 퇴직연금 시장 공략을 목표로 고객 확보를 위해 총력전에 진행 중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작된 후 8개월 동안의 자금 유입 성과는 증권사가 우위를 점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는 더 많은 고객을 유치를 위해, 은행들은 빼앗긴 고객을 되찾기 위해 단순한 수익률 경쟁을 넘어 ▲기업 대상 세미나 ▲콘텐츠 마케팅 ▲디지털 채널 확대 ▲실물이전 인센티브까지 다양한 전략을 수립한 상태다.
◇ 은행 vs 증권, 업권별 퇴직연금 실물이전 유·출입 규모는?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분석한 업권별 실물이전 유·출입 규모를 보면 지난 2024년 10월 3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증권사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해당 기간 동안 증권업계에는 1조206억원이 유입된 반면에 은행권에서는 1조173억원이 유출됐다. 보험업계에서도 33억원이 유츌되면서 증권업계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의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업권 내에서도 개인의 성향에 따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상품별 수익률을 활발히 쫓는 흐름도 관찰됐다.
확정급여형·확정기여형·개인형 퇴직연금 통합 기준으로 은행권 내에서 1조7369억원, 증권업계 내에서 8919억원, 보험업권 내에서 940억원이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부분별로는 확정급여형에서 ▲은행→타 은행(7173억원) ▲증권→은행(2779억원) ▲증권→보험(1088억원) 순으로 자금 이동 규모가 많았다.
확정기여형은 ▲은행→타 은행(6568억원) ▲은행→증권(5032억원) ▲증권→증권(2646억원) 등이 상위권이었고, 개인형 퇴직연금은 ▲은행→증권(8909억원) ▲증권→증권(5706억원) ▲은행→은행(3628억원) 등에서 자금 이동이 두드러졌다.
◇ 기업 퇴직연금 담당자 초청부터 개인 고객 대상 이벤트까지 ‘풍성’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으로 고객들이 손쉽게 퇴직연금 상품을 갈아탈 수 있게 되면서 주요 은행들은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에 돌입했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KB국민은행은 기업 퇴직연금 담당자를 초청해 ‘KB연금컨퍼런스’를 열고, 금리 전망과 운용 전략을 공유했으며, 현재 개인형 IRP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퇴직연금 적립금 50조 달성! 개인형 IRP도 역시 KB국민은행’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NH농협은행은 대규모 이벤트보다 은퇴 설계 세미나·상담과 같은 전통적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제휴 할인, 수수료 혜택, 디지털 연금 플랫폼 등 NH농협은행만의 강점을 연계해 고객 신뢰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온·오프라인 연금 상담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고객 접근성을 넓히고 있다. 디지털 상담 채널 강화와 함께 주요 대도시에 ‘퇴직연금 상담플라자’ 등을 운영하고 있다. 퇴직연금 고객의 은퇴 후 금융 수요를 겨냥한 맞춤형 관리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은행은 은퇴자를 대상으로 은퇴 설계 세미나, 상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연금 수령 고객에게 각종 금융 혜택을 묶어 제공하며, 은퇴 후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종합 금융 파트너’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하나은행은 연금 수령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하나더넥스트 연금 통장’의 혜택을 넓혔다. 조건 충족 시 최고 연 3.0% 금리를 제공, 금리 메리트로 고객을 유인한다. 단순 상품 판매가 아닌 은퇴 후 생활 안정성을 강조하면서 자사 상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고객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연금자산 50조원(퇴직연금 34조원, 개인연금 16조원) 시대를 연 미래에셋증권은 연금 전담 테스크포스(TF)를 새롭게 만들고,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자산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적립이 부족한 기업의 사후관리를 위해 퇴직연금 A/S 서비스를 강화에 나서면서 적립부족 회사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사후관리와 함께 찾아가는 대면 컨설팅을 진행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퇴직연금 운용 성과와 디폴트옵션 전략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면서 디지털 기반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가입자 중심의 연금 서비스를 쉽고, 빠르게 제공하면서 퇴직연금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실물이전 인센티브 경쟁은 이제 ‘잠잠’…AI 활용에 따른 수익률 제고 관건
금융업계에서는 퇴직연금 경쟁이 단순한 자금·계좌 유치에서 벗어나 사후관리·맞춤형 운용 지원·투명한 수수료 구조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들이 기존 계좌에서 새로운 계좌로 이전하는 금액 규모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마케팅 방식은 더 이상 고객들에게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의 경우 고객의 성향에 맞춘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구성해주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투자 기법으로 분류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금융기업별로 투자 성향에 따른 최적의 상품을 설계해주기 때문에 퇴직연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 수익률 기준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 상품군에 주식, 채권, 광물 등 투자 분야를 접목해 총 9가지 선택지를 제공한 후 투자 규모 대비 향후 예상 이익금을 제시한 후 고객 스스로가 선택하는 방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1년 전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는 은행·증권사들이 이전 금액 규모에 따라 수백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었지만, 현재는 우수한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고객들을 유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기업들이 앞 다퉈 도입하고 있는 AI 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 자동 리밸런싱 기능, 고객별 연금 시뮬레이션 제공이 향후 고객 유치 경쟁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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