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칼럼] ‘노인의 날’ 던지는 물음...“우리의 100세는 준비되어 있는가”

2025-10-02     최석영 기자
지난 2018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노인의 날을 기념해 열린 '효자손 어르신 문화체육 대축제' 기로연에서 노인들이 술잔을 높이 들고 자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은 이 날의 의미는 물론 법정 기념일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지나가곤 한다. 노인의 날은 고령자의 삶을 존중하고 권익을 보호하며, 경로효친의 가치를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제정되었다.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정부는 100세를 맞은 어르신께 전통 장수지팡이인 청려장(靑藜杖)을 증정한다. 이는 통일신라시대부터 80세 이상 장수한 노인에게 임금이 하사하던 조장(朝杖)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명아주 줄기로 만들어 가볍고 단단하며 ‘본초강목’ 등의 의서에는 중풍과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장수를 기리는 존경의 상징이자, 우리 사회가 노인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를 되묻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오랫동안 가족의 정신적 지주이자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핵가족화,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는 노인의 위치를 크게 변화시켰다. 이제 노인은 돌봄과 복지의 수혜자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신 노년층(New Seniors)’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건강과 활동성을 바탕으로 은퇴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며 봉사활동에 나서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사회적 관계를 확장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데 만족하지 않고 건강수명을 중시하며 ‘웰에이징(Well-Aging)’을 추구하는 점에서도 과거의 노인상과 뚜렷이 구분된다.

대한민국은 이미 2024년 12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들어섰다. 이는 단순한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전방위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다.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이후 처음 맞는 올해 제 29회 ‘노인의 날’은 우리 사회의 중심이 시니어 세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수령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의미로는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책과 실천 과제를 마련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안정적인 노후 소득 보장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기초연금을 현실화해야 하며, 지자체는 공공·지역 기반형 일자리를 통해 은퇴 이후에도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성 일자리가 아니라 지역 발전과 연계된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요구된다.

건강 수명 연장을 위한 예방 중심의 관리 체계도 강화되어야 한다. 국가 단위의 건강검진과 치매·만성질환 조기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지자체는 보건소와 돌봄센터를 거점으로 지역 돌봄망을 운영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하는 구조가 필수적이다.

평생 교육과 사회 참여 기회 확대도 중요하다. 고령층을 위한 평생 교육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대학·평생학습관·도서관을 연계해 노인의 경험이 지역사회 봉사와 멘토링으로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돌봄 인프라 확충과 인력 전문성 강화 역시 시급하다. 요양시설과 재가 돌봄 서비스를 국가적 차원에서 확대하고,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모델을 개발하며 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전문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 돌봄은 단순한 가사 지원을 넘어 의료와 심리·정서 지원까지 포함하는 통합 서비스로 발전해야 한다.

아울러 세대 통합과 디지털 격차 해소는 장기적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복지관과 문화 프로그램을 제도화해야 하며, 지역 축제와 생활 문화 활동을 통해 교류의 장을 넓혀야 한다. 동시에 고령층 맞춤형 디지털 교육과 접근성 정책을 강화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청려장은 단순한 지팡이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노인을 기리는 상징이자, 우리 사회가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는 물음표다. 초고령 사회를 맞이한 지금, 우리는 노인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존중해야 한다. 노인의 날이 단순히 어르신을 하루 대접하는 날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내일을 준비하는 약속의 기념일로 자리매김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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