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여성 노령연금 수급액, 남성의 절반뿐”...‘여성 노인 빈곤율’ 높은 이유 있었다
10년 새 수급자 2배 늘었지만 격차 여전...올해 남성 67만, 여성 14만원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급속한 노령화가 진행된 탓에 지난 10년 동안 노령연금 수급자도 두 배 넘게 늘었지만, 남녀 간 수령액 격차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만 65세 이상 노령연금 수급자는 492만9000여 명으로 2015년(210만7000여 명)보다 약 2.3배 증가했다.
남녀 간 월평균 수령액은 남성이 67만4000원, 여성은 34만9000원으로 남성이 여성의 두 배 가까이 받았다. 10년 전 14만1700원(41.6%) 수준이던 성별 격차는 현재 32만5000원(48.2%)으로 벌어졌다. 수급자 수가 늘었을 뿐, 구조적 불평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
남편은 81만원, 나는 33만원…같이 늙었는데 노후는 다르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72세 이정숙(가명) 씨는 남편과 함께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 남편은 30여 년간 회사 생활을 하며 꼬박꼬박 보험료를 냈지만, 이 씨는 출산후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느라 회사를 그만둔 탓에 국민연금에 10년 남짓만 가입했다.
현재 두 사람은 같은 나이에 연금을 받고 있지만, 남편의 월 수령액은 81만원, 이 씨는 33만원에 그친다.
“살 때는 같이 벌어서 썼는데, 늙고 나니 남편 돈이랑 내 돈이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이 씨의 말은 단지 개인의 사연이 아니라 수많은 여성 노인의 현실을 대변한다.
특히 이 씨처럼 일부라도 연금을 받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전업주부로 별도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여성들은 노령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남성의 두 배 수준이다. 여성 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최저생계비 수준의 소득으로 살아가며, 국민연금은 사실상 이들의 유일한 현금 소득원이다. 연금 격차가 단순한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력 단절·비정규직·낮은 임금…제도 안에서 재생산되는 불평등
여성이 남성보다 적은 연금을 받는 이유는 뿌리 깊은 구조적 요인에 있다. 우선 생애소득 격차가 크다. 여성은 출산·육아·가족 돌봄으로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고, 재취업하더라도 비정규직이나 단시간 근로 형태로 일하는 비율이 높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기간이 짧고 납부액도 적을 수밖에 없다. 또한 여성의 평균 가입 기간은 남성보다 약 5년 이상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납부 이력이 부족하면 연금 수령액뿐 아니라 수급 자격 자체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여성의 노후 소득은 현저히 낮아지고, 이는 다시 빈곤으로 이어진다.
국민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전체 수급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약 60%로 더 많지만, 평균 연금액은 남성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
남성에게 연금은 ‘생활비 보조’이지만, 여성에게는 ‘생존의 최소선’이라는 점에서 체감 격차는 훨씬 크다.
단순한 수급 확대 아닌, 실질적 보장성 강화로 가야
전문가들은 이제 국민연금 제도의 정책 초점을 ‘양적 확대’에서 ‘질적 형평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력 단절 여성의 납부 공백을 보전해주는 제도적 장치, 저소득층 대상 보험료 지원 확대, 중위소득 기준의 급여 구조 조정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또한 단순 평균치 대신 성별·연령·가입 기간별 세부 통계를 공개해 현실을 더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연금 전문가들은 “현재의 격차는 제도 밖 불평등이 제도 안에서 다시 재생산된 결과”라며 “특히 여성 노인의 연금 수준을 개선하지 않으면 노후 빈곤 문제는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병훈 의원은 “성별 간 격차는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어 단순히 수급자 수를 늘리는 정책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실질적 보장성 강화와 성별 격차 완화를 중심에 둔 국민연금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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