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일하는 노인 300만명 ‘그나마 비정규직’...70세 이상도 120만명

국가데이터처, 올해 8월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짧은 계약과 낮은 소득, 불안정한 근로 형태가 노년의 삶 지탱

2025-10-22     최석영 기자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인들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쉬지 못하는 세대, 은퇴하지 못하는 노인.”이라는 말이 실제 현실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의 올해 전체 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중이 22.4%로, 40년 전보다 네 배나 증가한 것. 특히 노령 취업자 대부분은 비정규직이었다.

국가데이터처가 22일 발표한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304만4000명으로 처음 3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856만8000명) 중 세 명 중 한 명이 노년층인 셈이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최대 규모다. 

70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120만5000명으로 40대(120만4000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제 노동의 무게 중심이 ‘중년’에서 ‘노년’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노령층이 일자리를 찾아 나선 이유는 분명하다.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생계비를 벌기 위해서다. 

비정규직-정규직 임금 격차 180만원…‘노후의 불평등’ 구조화

올해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208만8000원으로 정규직 389만6000원과 180만8000원 차이를 보이며, 역대 최대 편차를 기록했다. 

시간제 근로자를 제외한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303만7000원으로 처음 300만원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정규직과 85만9000원의 격차가 존재했다. 

노인들은 일자리 상당수가 시간제·단기 근로로 설계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소득이 통계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의 평균 근속기간도 2년 11개월, 주당 근로시간도 28.2시간에 불과했다.

짧은 계약과 낮은 소득, 불안정한 근로 형태가 노년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비정규직 중 67.8%가 “자발적 선택”이라 응답했지만, 실제 이유는 “그나마 가능한 일자리”(57.9%) “시간 조절 가능”(7.2%) 등이다. 이는 자발성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수동적 노동”으로 읽힌다.

노인 일자리, 복지가 아닌 경제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평균의 세 배 수준이다. 공적연금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고, 사적연금 가입률은 낮다. 결국 많은 노인이 노동시장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이들이 만나는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단기·비정규직’이다. 노후 빈곤이 ‘일자리 빈곤’으로 옮겨가는 노동의 노후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정책은 수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질적 개선은 여전히 부족하다. 공공근로·돌봄·청소 중심의 일자리가 대부분으로, 안정적 소득 기반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마저도 예산 삭감 시 바로 사라지는 ‘임시 소득’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이제 노인 일자리를 복지정책의 일부가 아니라 국가 경제 구조의 한 축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험과 숙련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형·지식기반형 일자리로 옮겨가야 하며, 단순노무형 단기근로 중심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고령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정환 연구위원 “노인의 노동을 ‘복지 대상의 일’이 아닌 ‘경제의 생산적 자원’으로 바라봐야 한다”라며 “단순히 노인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축적한 경험과 기술이 사회 가치로 환원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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