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건강] 단순한 깜빡거림, 건망증인가 ‘치매’의 시작인가…그 때가 ‘예방’의 골든타임

당뇨·우울·운동 부족→경도인지장애→치매로 발전 혈당·기분·체중관리·운동 4가지 생활습관이 처방전

2025-10-23     최석영 기자
[일러스트=챗GPT]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나이가 들면 누구나 깜빡할 때가 많아진다. 그러나 이를 그저 ‘노화’라고 넘기기엔 위험하다. 치매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질병이 아니라 대부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처음엔 단순한 건망증처럼 보이지만, 점점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도 일상생활은 어느 정도 가능한 시기가 있다. 이런 상태를 의학에서는 ‘경도인지장애’라고 부르는데, 문제는 이 시기에 10명 중 1~2명은 결국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즉, 그 때가 바로 치매 예방의 ‘골든타임’이라는 뜻이다. 

당뇨병·우울증·운동 부족, 치매로 가는 지름길

강성훈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연구에서, 한국인에게서 경도인지장애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하는 주요 원인을 밝혔다. 

연구팀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경도인지장애 환자 33만6000여 명을 2020년까지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당뇨병, 심혈관질환, 저체중, 우울증, 신체활동 부족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그 중 당뇨병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었다. 당뇨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1.37배 높았다.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포도당’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이로 인해 뇌세포에 노폐물이 쌓이거나 손상이 생겨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부터 혈당을 꾸준히 관리하면 치매로 진행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심장이나 뇌혈관이 약한 경우에도 위험이 커진다. 특히 관상동맥질환(심장 혈관이 막히는 병)과 뇌출혈을 겪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각각 1.05배, 1.34배 높았다. 이는 혈액이 뇌로 충분히 공급되지 않거나, 뇌혈관이 손상돼 뇌세포가 산소 부족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체중 감소, 뇌 건강에도 적신호

체질량지수(BMI)가 18.5 미만인 마른 체형의 사람도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1.28배 높았다. 노년기에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영양 부족이나 근육 감소, 몸속 염증 반응과 관련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는 이미 뇌 손상이 시작된 신호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우울증도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1.74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해마)가 위축된다. 또한 뇌의 염증 반응이 커져 회복력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노년기에는 기분 변화나 무기력감이 반복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은 뇌의 영양제’…생활습관 관리가 최고의 예방책

신체활동이 거의 없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할 위험이 1.19배 높았다. 

반대로 규칙적으로 걷기나 가벼운 운동을 하는 사람은 위험이 현저히 낮았다. 운동은 뇌세포의 재생을 돕고, 신경 간 연결을 강화하며, 심장과 혈관 기능을 개선해 뇌 건강을 지키는 ‘천연 보약’ 역할을 한다.

강성훈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완치법이 없기 때문에,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생활습관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예방법”이라며 “혈당 조절, 우울증 치료,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영양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