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옛날엔 마음껏 올랐는데...” 초고령사회, 계층이동 사다리가 끊겼다
국가데이터처 2023년 소득이동 통계, 65.9%는 “여전히 같은 계층” 단순한 ‘소득 불평등’의 문제 아닌 고령화로 계층 이동성 약해진 것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우리 사회가 급속하게 고령화되면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 또한 무거워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데이터처가 27일 발표한 ‘2023년 소득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개 소득분위에서 위 아래로 움직인 이동성이 34.1%로 전년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나머지 65.9%는 전년과 같은 소득분위에 머물렀다.
2019년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다. 소득분위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한 통계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움직임’이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령화가 만든 ‘정체의 사회’
이번 통계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연령대별 이동성의 격차다. 청년층(15~39세)의 이동성은 40.4%로 상대적으로 활발했지만, 중장년층(40~64세)은 31.5%, 노년층(65세 이상)은 25.0%에 그쳤다. 사회가 늙을수록 계층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퇴직 후 근로소득이 끊기고, 건강 문제로 경제활동이 제한되면서 노년층은 상향 이동보다 ‘유지’ 혹은 ‘정체’ 상태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소득 하위 20%(1분위)에 속한 국민 10명 중 7명(70.1%)은 다음 해에도 같은 계층에 머물렀다. 특히 노년층의 1분위 유지율은 38.4%로, 청년층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고소득층(5분위)의 지위 유지율은 85.9%에 달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1분위에 머문 비율은 27.8%, 같은 기간 5분위에 머문 비율은 59.3%로 나타났다. 하위층은 빠져나오기 어렵고, 상위층은 내려오지 않는 구조적 고착이 확인된 셈이다.
이는 단순한 ‘소득 불평등’의 문제가 아니다. 노령화로 인해 이동성이 낮은 집단이 사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계층 이동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는 “소득 이동성이 40~50%를 넘으면 사회가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다. 30%대는 안정적 범위이다”라고 설명했지만, 이 ‘안정’이 오히려 사회의 활력을 잃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머무는 안정’에서 ‘움직이는 가능성’으로
한국은 2024년 말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제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시대다. 이동성이 낮은 노년층이 늘어날수록 사회의 ‘사다리’ 전체가 둔해지고, 세대 간 흐름도 느려진다.
소득분위 이동성이 하락하는 지금의 흐름은 바로 이 고령화의 그림자를 반영한다. 이제 ‘안정’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노년층이 계층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100세 시대에 진정한 복지는 단순히 머무는 안정이 아니라, 다시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 속에서 완성된다.
이를 위해선 은퇴 이후에도 근로·사업소득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 재취업과 창업, 평생교육을 통한 재도전의 기회가 확장돼야 한다. 또한 세대 간 자산·소득 이전 구조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고소득층 유지율이 과도하게 높은 현실을 완화할 정책적 장치도 절실하다.
한 경제·복지 전문가는 “지금의 30%대 소득 이동성은 사회가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활력이 식은 신호”라며 “정책의 초점이 ‘머무는 복지’에서 ‘움직이는 복지’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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