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승인' 핵잠수함 개발에 한화오션 낙점…'맏형' HD현대도 참여 의지
HD현대 "핵잠수함 건조, 한 조선소의 기술적 역량·인력으로는 대응 안돼"
【뉴스퀘스트=이윤희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으로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개발 사업이 '물살'을 탄 가운데, 미국 내 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이 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쟁업체이자 '조선업계 맏형' HD현대중공업도 질세라 공동사업 참여 의지를 직접 드러내고 나섰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 다음날인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데 이어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이를 확인했다.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이후 기자회견에서“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드린다”며 “당연히 군 당국에선 최선을 다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한미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그것에 기반해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로 쓰이는 농축우라늄의 공급을 요청한 데 대한 화답이었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우리 군의 숙원사업이었다. 핵추진 잠수함은 농축우라늄(우라늄-235) 등 핵연료로 동력을 얻는다. 디젤 연료를 쓰는 재래식 잠수함은 최소 20여일에 한 번은 수면 위로 떠올라야 하지만, 핵잠의 잠항 시간은 사실상 무제한이라 발각 위험도 낮다. 계획대로 성사가 되면 우리는 여덟번째 핵추진 잠수함 보유국이 된다.
이번에 승인받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한화오션이 맡을 것이 유력해 보인다. 한화오션은 유일하게 미국에 자체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을 중요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바로 여기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한화의 필리조선소를 건조장소로 지목했다.
필리조선소는 330mx45m 규모에 2개의 드라이 독(건조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공간에서는 항공모함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국 해군 함정 건조가 가능하다. 여기에다 1700여명에 이르는 인력에 강재 운반·보관이 가능한 적치장, 선박 블록을 만드는 조립 공장 등을 갖췄다.
한화오션은 수상함과 잠수함으로 나뉘는 특수선 분야에서 경쟁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비교해 잠수함 건조실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현재 23척의 잠수함 수주실적을 갖고 있다. 국내 최다 실적이다. 이 중 17척을 건조해 인도했다. 또한 잠수함 분야에서 장보고-Ⅰ·Ⅱ·Ⅲ 모델을 모두 건조했고,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수출 경험도 있다.
경쟁업체인 수상함 부문 강자인 HD현대중공업은 106척이라는 최다 함정 건조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잠수함은 총 7척 건조했는데 아직 수출 기록은 없다.
하지만 HD현대는 미국 현지 건조 방식을 두고 "국내 개발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우만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3일 HD현대중공업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바로는 미국 내에서 건조해서 구매하는 형식일 텐데 이런 잠수함 도입 방식에 대해서 양국 간 이견 있을 것"이라며 "한 조선소의 기술적 역량·인력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대규모 사업"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도 "미국 현지 건조 방식이 된다면 국내 개발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탰다. 최 상무는 "사업이 본격화되면 상당히 많은 엔지니어링 역량이 필요하다"며 한화오션의 단독 건조가 아니라 합동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양강의 경쟁이 표면적으로 나타났지만,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 특수선 기업들은 경쟁보다는 대승적으로 협업할 것이란 전망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선가가 척당 2조2000억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 2월 함정 수출사업 참여시 원팀을 구성해 HD현대중공업이 수상함 수출사업을, 한화오션이 잠수함 수출사업을 주관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두 회사는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 사업의 최종 결선인 '숏리스트'(적격후보)에 선정되는 등 원팀으로 협력 중이다.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운용하는 데는 여전히 남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도 핵잠 도입을 추진하다 좌초됐다. 우리는 우라늄 농축 권한이 없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 에너지부, 의회의 승인등 복잡한 과정이 수반된다"고 전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나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모두 미 의회의 반대가 있으면 추진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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