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으로 보는 세상(237)] 판단하는 AI, 흔들리는 인간...행동경제학이 본 가까운 미래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2016년 어느 날, 온 국민이 숨죽이고 지켜보던 바둑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패하면서 우리는 비로소 ‘알파고’라는 정체 모를 단어와 함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딱 3년 전인 2022년 11월 말에 챗GPT가 세상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본격적인 흥미를 갖게 되었고, 고작 3년 만에 AI가 없으면 숙제를 못 하는 학생들, 업무를 못 하는 직장인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선보인 2009년 이후 몇 년 만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 변화만큼이나 AI는 빠르게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아직 IT 기기나 새로운 기술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에게까지 파고들었다는 느낌은 없지만,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아니면 스마트폰과 같은 삶의 변혁을 일으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러한 AI 발전으로 인한 변화는 각자가 처해 있는 환경, 직업, 가치관에 따라 사뭇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인문학자라면 AI가 과연 어디까지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지, 혹은 AI도 인간처럼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를 고민할 테고, 작가라면 ‘글쓰기가 쉬워질까, 아니면 AI가 나를 대체할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코딩을 하는 프로그래머라면 언제 직업을 잃을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까 한다.
한편, 경제학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 대다수는 아마도 AI가 가져올 생산성 변화, 부의 격차, 일자리 감소 등 거시적인 경제 변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텐데, 최근 기사들을 보면 생각이 많이 나뉘는 모양새다.
삼일 PwC가 올해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학자의 64%가 “AI는 향후 3년 동안 세계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과반수 이상의 경제학자들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런 아세모글루’는 반대의 입장을 견지한다.
그는 AI로 인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의 성장은 1%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하며, 현재 AI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사람들은 작업시간 감소 등 눈에 보이는 것만 계산하지, 다른 주변 상황 변화는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와는 반대로 ‘누리엘 루비니’ 같은 교수는 AI가 생산성과 경제성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고하고 세계 경제성장에 대해 대표적인 회의론자였던 그를 생각하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루비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도 안 되는 관세정책에도 불구하고 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2020년대 말까지는 4~5% 성장, 20년 이후에는 8%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외에도 유명 경제학자들의 여러 주장들을 종합해 보면, 두 교수의 주장처럼 AI가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말 세계 경제성장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만큼 큰 영향을 끼칠지, 아니면 다른 요인들과 유사한 정도만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뿐만 아니라 경제학자들의 의견은 삶에 대한 영향도 긍정론과 비관론으로 나뉜다. 2025년에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경제학자 중 ‘조엘 모키르’ 교수는 “AI가 인류를 멸종시킬 괴물이라는 발상은 디스토피아적 공상과학 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사람들의 이야기다”라고 주장하지만, 또 다른 수상자인 ‘피터 하윗’ 교수는 “인공지능(AI)은 엄청난 갈등을 낳을 것이고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이 갈등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긍정적인 결과를 인간에게 제시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과 정책적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한다.
이렇듯 많은 경제학자들이 다양한 전망을 내놓지만, 경제학자들답게 주로 AI로 인한 일자리 급감, 일자리를 잃은 인간들의 상실감 위주로 접근한다. 물론 리처드 탈러나 로버트 실러 같은 행동경제학자들도 기본적으로 경제학자이기 때문에 그러한 관점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런데, 의사결정 체계와 방식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행동경제학자에게 인간과 AI 중 누가 더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답변은 단호하다.
대표적인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반드시 AI가 이긴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따라서 행동경제학자들은 AI가 더욱 발달하고 많이 사용되는 시점에서 그러한 변화에 인간들은 어떻게 적응하고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인간은 누구나 고독감에 휩싸이고, 간혹 불안감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존재인데, 앞으로 누구와 대화를 더 많이 할까?
그런 면에서 짜증 내지 않고 지치지도 않으며, 항상 친절하게 대답하는 AI가 지금까지의 ‘진정한 친구’를 대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카이스트의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의 얘기다.
앞으로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이 AI를 신격화하고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르는 그러한 ‘편향’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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