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의 '우리가 미처 몰랐던 북한'] 평양에도 ‘로또’ 등장...“1등에 승용차, 2등은 2만달러”
1장 2달러짜리 총20만매 발행 “인생역전 꿈꿀 수 있는 거액” 건설사업 등에 현금조달 필요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북한에도 로또가 등장했다. 과거에도 예금자를 대상으로 한 복권 형태의 발행이 이뤄진 적이 있지만, 고가의 경품과 거액의 현금을 내건 로또의 발행은 이례적이라 눈길을 끈다.
대북 전문 매체인 서울평양뉴스(SPN)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평양 지역에서 북한판 로또 복권을 발행해 1장에 2달러에 팔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SPN에 “복권은 평양 시내 복권 판매소에서 한 달에 3차례 판매하고 있다”며 “1등 3명에게는 승용차를 상품으로 주고, 2등은 현금 2만 달러를 주는 등 갖가지 경품을 내걸고 있다”고 전했다.
또 “복권 당첨을 통해 승용차 등을 갖기 위해 회사 단위로 대량 구매를 하고, 당 간부나 기관 간부들이 주로 구매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은 발행 매수가 적어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건 대목은 파격에 가깝다. 북한이 오랜 기간 개인이 자가운전의 목적으로 승용차를 소유하는 걸 금해왔다는 점에서다.
자가용 금지에 따라 일부 여유가 있는 부유층이나 특권층이라 해도 자동차를 공장이나 기업소 등에 등록해 사용하는 편법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인의 자동차 소유를 허용했고, 노란색 번호판을 단 자가용이 부의 상징이자 선망의 대상이 됐다고 한다.
지난해 허용 이후 자가용 운용이 급증해 최근 평양에만 5000여 대의 자가용이 운행되고, 양강도 혜산 등 북중 접경 지역에서는 승용차는 물론 승합차와 화물차까지 밀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만 달러의 현금도 놀라운 대목이다. 우리에게는 복권 당첨금으로 다소 작은 액수로 여겨질 수 있지만, 북한 수준에서는 엄청난 돈이라는 게 탈북민들의 귀띔이다.
한 탈북민은 “북한에서 100달러면 4인 가족이 6개월 먹고 산다는 얘기가 있다”며 “제대로 지급되기만 한다면 인생 역전을 꿈꿀 수 있는 액수”라고 말했다.
이번 복권은 한 차례에 10만 장을 발행하고 있으며, 전량 소진될 경우 판매금액은 20만 달러가 될 것이란 게 SPN의 전언이다.
복권 판매금액 가운데 16만 달러를 경품으로 내걸고, 나머지 4만 달러는 순수익금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6·25전쟁 중이던 1951년에 군수물자 조달과 재원 확보를 위해 이른바 ‘조국보위위원회’ 이름으로 조국보위복권을 발행했는데, 이것이 북한 복권 발행의 시초로 여겨진다.
이후 1990년대 초 인민복권이 발행됐는데, 추첨 행사가 TV로 생중계돼 주민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어 2003년에는 복권과 유사한 추첨식 저금 형태인 ‘인민생활공채’가 발행됐다. 당첨되면 해당 금액을 바로 돌려주고, 그렇지 않으면 만기 시에 상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북한은 ‘체육복권’도 발행한 적이 있는데, 당첨자는 소형 가전 등 경품을 받을 수 있었다.
북한 당국의 복권 발행은 주로 재정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노동당의 경제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진행되지만, 점차 할당·강제 구매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다.
북한이 이번에 로또 형태의 복권을 발행하는 건 현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란 점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병원과 공장 등의 건설을 다그치고, 현장에서는 자재와 장비 부족 등으로 실적이 부진해지자 북한 당국이 나서 시장의 현금을 빨아들일 수 있는 복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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