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칼럼] ‘연금개혁’ 갈림길...‘미적립 부채’ 1700조원, 미래 세대의 빚인가

국민연금 1차 모수개혁안 내년 1월 시행...2차 구조개혁 출발점

2025-11-18     최석영 기자
[일러스트=챗GPT]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지난 3월,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조정하는 ‘국민연금 1차 모수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시행은 당장 2026년 1월이다. 첫 개혁이라는 상징성은 있었지만 곧바로 “불충분한 진통제”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왜일까.

국민연금연구원의 최근 전망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2024년 2205만 명에서 2028년 2141만 명으로 감소하는 반면, 수급자는 같은 기간 735만 명에서 934만 명으로 급증한다. 일하는 사람은 줄고 연금을 받는 사람은 늘어나는 구조적 불균형, 즉 ‘거꾸로 인구 피라미드’가 빠르게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보험료 수입보다 급여 지출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연금 재정의 압박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미적립부채’ 1700조원 논쟁, 현실인가 공포인가

이런 압박 속에서 ‘미적립부채’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격렬한 공방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쪽에서는 “미래세대에 떠넘길 빚 폭탄”이라며 당장 이 규모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제적으로도 잘 쓰지 않는 개념이며 국민에게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장한다”고 반박했다.

‘미적립부채’란 장래에 지급해야 할 총연금액에서 현재 적립금과 앞으로 들어올 보험료를 제외한 차액, 즉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잠재적 재정 책임을 뜻한다. 2021년 기준 70년 시계열로 계산하면 약 1735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매우 큰 규모다. 이 때문에 “현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조개혁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그러나 반대 논리도 분명하다. 국민연금은 확정보전이 보장된 부채가 아니라 사회적 계약에 기반한 제도이기 때문에 ‘미적립부채’라는 표현이 불필요한 공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70년 뒤 화폐가치를 현재의 빚처럼 오해하게 만드는 착시효과도 심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다수 국가가 이 개념을 공식 발표하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부작용 때문이다. 숫자의 공포를 과도하게 강조해 개혁 방향을 ‘재정 안정’으로만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도 존재한다.

시니어는 ‘현재’, 청년은 ‘미래’의 문제…함께 지혜 모을 때

논쟁의 본질은 단순한 회계 개념이 아니다. 미적립부채를 인정하고 재정안정 중심의 2차 개혁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공포를 과장하지 말고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의 선택 문제다. 이 선택은 지금의 시니어와 미래의 청년 모두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 언론에 소개된 부부 530만 원 수령 사례는 국민연금이 여전히 강력한 노후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이는 제도 초기 장기간 고소득 가입자의 예외적 사례일 뿐이다.

대다수 국민은 가입기간·평균소득·수령 시기 등에 따라 훨씬 낮은 급여를 받는다. 현재 시니어들이 체감하는 연금의 ‘현실 수령액’과 젊은 세대가 기대하는 ‘미래 수령액’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하고, 이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세대 간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실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일이다. 시니어 세대에게 연금개혁은 자신의 노후 안정을 지키기 위한 문제이며, 청년 세대에게는 미래 부담을 줄이는 문제다. 어느 한 세대만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낼 수 없다. 숫자에 휘둘리지 않되, 숫자가 던지는 경고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대 모두에게 공정한 연금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정직한 논의이며, 그 출발점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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