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형의 와인인문학 43] 샴페인과 음악 시리즈 뮤지컬속 샴페인 이야기 2편-오클라호마!(Oklahoma!)

2025-11-24     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

1900년~1930년대초반의 초기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이야기보다는 노래·춤·코미디 장면의 연속된 쇼 구성에 가까운 르뷔(Revue : 하나의 연속적인 줄거리(storyline) 없이,

노래·춤·코미디·패션·풍자 등을 모은 쇼 형식의 뮤지컬로 서사극이 아닌 공연 모음집 형태로 여러 개의 독립적인 장면(sketch), 노래, 춤, 유머가 주제적으로만 느슨하게 연결된 뮤지컬의 한 형태)나 형식인비통합적뮤지컬(Non-integrated Musical)이었다가 1940년대 이후 오늘 다루고자 하는 이 뮤지컬을 계기로 오늘날 우리가 주로 보고 있는 통합적 뮤지컬(Integrated Musical)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통합적 뮤지컬은 모든 노래와 춤이 이야기에 연결되어 인물의 감정 변화가 노래로 표현되고 춤이 심리적 내면을 시각화하여 대사→ 노래→ 춤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로 전개되는 형태다, 즉 서사를 표현하기 위해 대사, 노래, 춤이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이다.

● 1943년 오클호마의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포스터 

이 통합적 뮤지컬의 시초가 바로 오클라호마!(Oklahoma!)라는 뮤지컬인데 이 뮤지컬은 북 뮤지컬(Book Musical)의 원조이기도 하다. 북 뮤지컬은 통합적 뮤지컬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대사(Book), 음악(Music)과 가사(Lylics), 춤(Dance)의 네가지 요소가 이야기(Plot)의 감정적 흐름을 따라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후 브로드웨이의 표준 형식으로 자리 잡았고 오늘날의 정통 뮤지컬이 대부분 이 형식을 띄고 있다. 따라서 북 뮤지컬은 뮤지컬 연극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뮤지컬 종류의 상식을 넓혀보면 북 뮤지컬이외에 캣츠처럼 주제와 아이디어 중심으로 서사는 단편적 상징적으로만 전개되는 컨셉(Concept) 뮤지컬, 맘마미아처럼 서사는 약하고 기존 노래로만 구성된 주크박스(Jukebox) 뮤지컬, 서사는 없이 쇼 중심으로 전개되는 르뷔(Revue) 뮤지컬이 있다.

뮤지컬의 발전 단계를 보면 대부분의 작품이 비통합형(non-integrated) 구조로 이야기가 약하고, 인기 있는 노래와 코미디 장면 중심으로 전개된 1900~1930년대 초기의 르뷔(Revue)와 오페레타(Operetta)시대에서 서사와 음악을 통합하려는 최초의 시도가 이루어지며 완전한 통합형은 아니지만 뮤지컬의 방향을 바꾸어 놓은 쇼 보트(Show Boat 1927)의 전환기를 거쳐 통합형 뮤지컬이자 북 뮤지컬의 정체성이 확립된 오클라호마(Oklahoma! 1943)로 진화(?)되어 왔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다시 이것을 유지하거나 해체하는 형태의 변형들이 나타난 것이 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오클라호마는 로저스(Richard Rodgers)가 대본을, 해머스타인(Oscar Hammerstein II)이 작곡을 담당했는데 이들은1944년 이 작품으로 특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뮤지컬의 원작은 린 릭스(Lynn Riggs, 1899–1954)가 1931년에 발표한 <그린 그로우 더 라일락(Green Grow the Lilacs)>으로 이것은 시적 리얼리즘이 강한 희곡이지만, 실제로 문학 작품으로서의 서사적 밀도가 높기 때문에 뮤지컬의 ‘문학적 원작’으로 일컬어진다고 한다. 원작의 작품 제목은 동명의 아일랜드 민요에서 따왔으며, 이는 향수와 순수한 시골 감정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 1998년 런던에서 리바이벌된 오클라호마DVD 표지의 휴 잭맨 

이 뮤지컬은 1943년3월31일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흥행에 성공하여 전례 없는2,212회 공연 기록을 세웠고, 이후 수상 경력에 빛나는 리메이크, 전국 투어, 해외 공연, 그리고1955년 아카데미 영화상을 수상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뮤지컬은 2막짜리로 1906년 오클라호마 준주(주(State)가 되기 전의 지역)의 농촌을 배경으로, 농장 소녀(로리 윌리엄스(Laurey Williams))와 그녀의 두 라이벌 구혼자, 카우보이(컬리 맥레인(Curly McLain))와 사악하고 무서운 농장 일꾼 (저드 프라이(Jud Fry))의 구애 이야기를 담고 있고 동시에 두 번째 로맨스로 또 다른 카우보이(윌 파커(Will Parker))와 그의 유혹적인 약혼녀(아도 애니(Ado Annie))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린 그린의 원작 희곡은 1900년대 초, 오클라호마 준주(Territory of Oklahoma)를 배경으로 젊은 카우보이 컬리 맥클레인(Curly McClain)이 농장 소녀 로리 윌리엄스(Laurey Williams)를 사랑하지만, 서로 마음을 숨기며 다투는 사이였는데 로리는 고집을 부리며 음침한 농장 일꾼 저드 프라이(Jud Fry)의 초대를 받아 무도회에 함께 가게 되지만 무도회에서 로리를 사이에 두고 컬리와 저드의 사랑 경쟁이 심해지고, 로리는 결국 컬리를 택하게 되어 둘이 결혼식을 올리는 된다. 그런데 이 날 저드가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컬리와 실랑이 중에 저드가 실수로 자신의 칼에 찔려 죽게 되고 결말은 간단한 지역 재판을 통해 컬리가 무죄로 판결받으면서 마지막 장면에서 모두가 희곡 제목인 노래(Green Grow the Lilacs)를 부르며, 옛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오클라호마가 주로 승격)가 시작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작가는 이 내용을 시적이고 서정적인 대사를 토속적 방언과 구어체를 그대로 사용하여 서부 개척민들의 현실적 삶, 고독, 정서를 묘사한다. 그리고 로맨스보다는 개인과 공동체의 향수와 시대의 변천이 주된 주제가 된다.

● 1955년 뮤지컬 영화 오클라호마 포스터 

하지만 뮤지컬은 거의 동일한 스토리 라인이지만 춤과 노래로 이를 끌어가면서 로맨스를 좀 더 강조하는 편으로 낙관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미국적 신화로 변환시켜 마지막을 오클라호마라는 새시대를 찬양하는 희망가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희곡에서는 저지가 음울한 성격의 비극적 고립자로 약간의 동정의 여지가 있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뮤지컬에서는 좀더 확실한 악역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다르다. 로리 역시 원작에서는 내성적이고 수줍은 농가의 딸로 묘사되지만 뮤지컬에서는 적극적이고 자존심 강한 여성상으로 그려진다. 글에서는 상상의 영역을 남겨두어야 하지만 시각적, 음향적 효과를 동시에 발휘해야 하는 뮤지컬에서는 아무래도 상상보다는 직관적 이해가 필요하기에 좀 더 극적으로 묘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 둘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작품을 읽는다는 것과 시각화된 것을 본다는 것이 독자나 관객에게 실제로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람마다 작품의 이해도나 해석이 다르니 그걸 각색하는 사람 역시 자신의 해석과 공연성을 생각하여 작품화하기에 원작자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되기는 힘든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 둘 다를 읽고 보아야 제대로 이해하며 각자를 비교하며 즐기는 자신만의 문화생활을 구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샴페인은 등장하기는 하는 걸까?

사실 원작 희곡에는 결혼식 후 축배 장면에서 술은 등장하는 분위기가 묘사되지만 딱히 샴페인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1906년의 오클라호마 시골 농장에 샴페인이 있을 것 같지는 않기도 하고. 다만 금주령(1920~1933) 전이니 와인이나 샴페인이 존재는 하기는 했을 것 같기는 하나 왠지 카우보이와 샴페인은 어울릴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아일랜드 민요를 제목으로 하고 시골풍을 서정적 시적으로 그려내는 작품이니 위스키가 등장하면 모를까. .

하지만 뮤지컬의 경우 원 대본에는‘샴페인’이라는 단어가 명시적으로 등장하지 않으나, “Let’s have a toast for the new couple!” (신랑신부를 위해 건배합시다!)라는 대사가 등장하며, 이후 여러 연출(특히1955년 영화 및1998년 런던 리바이벌)에서는 실제로 샴페인 잔이 등장한다고 한다.

작품 줄거리의 배경이 금주령 시대가 아니기에 샴페인을 뮤지컬 연출에 축배주로 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기는 하다. 금주령 시대였다면 축배를 무엇으로 했을까라는 짓궂은 생각도 잠시 들기도 하지만.

미국1900년대 초반 서부 개척시대의 오클라호마 주를 배경으로 샴페인이 존재했을 수도 있는 뮤지컬 공연 작품이나 영화를 찾아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결국 주인공은 카우보이 직을 벗어나 결혼하면서 농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샴페인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여튼 샴페인은 당시에도 귀했을 테니 축제나 결혼식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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