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대기업 수, 한국의 2.3배...법인세 부담은 한국이 1.9배↑
인력 양성부터 리쇼어링까지 정책 강화..."한국도 규제완화·지원 필요"

대만 TSMC의 12인치 반도체 웨이퍼 공장 [사진=TSMC]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대만의 경제규모가 한국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반도체 대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대만이 반도체 강국 타이틀을 거머쥔 배경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대규모 지원금을 투입하며 규제를 풀고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진 것이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에 의뢰해 작성한 '대만의 산업 재편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위와 같은 분석 내용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만의 국가경제 규모(GDP)는 7895억달러로 한국(1조7985억달러)의 절반에 못 미치지만, 매출액 10억달러를 초과한 반도체 대기업의 수는 28개사에 달한다.

한국(12개사)보다 2.3배 많은 수준으로,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를 비롯해 UMC(파운드리 세계 3위)·미디어텍(팹리스 세계 4위) 등이 상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대만의 성공 비결은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만한 첨단·미래산업에 대해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고 지원하는 산업정책을 펼친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이번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의 법인세 부담률(2019~2021 3년 평균)로 조세환경을 비교한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은 26.5%로 대만(14.1%)에 비해 1.9배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기업단위로 살펴보면 격차가 더 극명했다.

삼성전자(27.0%), SK하이닉스(23.1%), LX세미콘(20.1%) 등 한국의 주요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은 20%를 상회한 반면 TSMC(10.9%), 미디어텍(13.0%), UMC(6.1%)의 부담률은 모두 15% 미만이었다.

[표=전국경제인연합회]

대만 정부가 미래 산업에 대해 인력·연구개발(R&D)·세제·리쇼어링(해외로 옮긴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다시 이전) 규제를 풀고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도 견인차 역할을 했다.

대표적으로 대만 정부는 기업들이 과학기술·엔지니어링 인력 부족을 호소한 데 따라, 반도체 전문 인력 2000명 양성을 목표로 2025년까지 15억대만달러(약 64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한 국책기관인 산업기술연구기관(ITRI)은 AI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해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곳의 중점 연구개발 분야는 AI 칩과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설계, 첨단소자, 전자회로·시스템 등이다.

대만 행정원(총리실 격)은 AI·차세대통신·미래반도체 등 중점 분야의 발전을 위해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연구개발 지출액의 15% 한도로 영업소득세액을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대만 정부는 중국에 2년 이상 투자한 대만 기업 중에 리쇼어링을 하는 경우 5000억대만달러 규모의 국가발전기금을 활용해 대출 및 대출이자 등 각종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도 2013년 해외진출기업복귀법 도입 이후 해외 투자기업의 '유턴'을 유도하고 있지만, 2014년부터 올해 5월까지(KOTRA 통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 건수는 총 113개에 그친다. 이는 연평균 13.4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보고서는 "국내법이 규정한 유턴 인정 범위가 ▲해외사업장 2년 이상 운영 ▲해외 및 국내사업장 실질적 지배(지분 30% 이상 보유 등) ▲해외사업장 청산·양도·생산량 25% 이상 축소 ▲동일 업종으로 분류된 국내 신증설 사업장과 해외 사업장 등 지나치게 협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표=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은 'K-반도체 전략'의 일환으로 공급망 구축 및 R&D 투자 세액 최대 40% 공제 조치와 함께, 2030년까지 51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대만의 행보를 참고해 한국이 첨단·미래산업에 규제를 완화하고 관련 기업들을 전폭 지원하는 산업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한국과 대만이 반도체 제조와 장비·소재 등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공동 개발과 같은 '상호 협력'이 가능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준영 교수는 "대만은 미래 핵심기술 영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와 같이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분야의 경우 정부가 인력·R&D·세제 등 전 분야에 걸쳐 연계하고 세밀하게 지원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핵심 기술인력 확보의 경우 국내 우수인력 육성과 해외 핵심인력 유치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한국이 정책 활용 차원에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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