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직원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격식 버리기'도 속도...현장서 직원들과 접점 늘려
소통 뒤 변화에 대한 기대감 속 일부 회의적 시선 공존..."`알잘딱깔센' 원하는 MZ 특징 기억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삼성SDS를 방문해 직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요즘 대기업 총수들의 소통 행보는 그야말로 신선하다. 

직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셀카를 찍거나, 직접 손 소독제를 짜주며 코로나19 안부를 묻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시회 정보를 공유하는가 하면 총수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를 쓰기도 한다.

이처럼 소탈해진 총수들의 모습에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직원들 반응은 열광적이다.

MZ세대의 감성을 제대로 건드리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순 이벤트에 그치는 게 아닌, 조직 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소통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지난 5월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꼰대'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기업가'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사진=대한상의 유튜브 갈무리]

◇ 미션명 'MZ 직원의 마음을 잡아라'

지난 8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등 삼성 계열사들이 연달아 들썩였다. 그 중심에는 딱딱한 서류 가방이 아닌, 식판을 들고 구내식당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 몇 주간 그룹의 주요 사업현장을 찾아 젊은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전략 제품에 대한 보고 뿐만 아니라 MZ세대의 관심사와 고민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일일이 손소독제를 짜주며 코로나19와 관련해 안부를 묻거나, 근무환경을 둘러보며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마찬가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이천포럼의 마무리 세션에서 일방적인 연설 대신 '회장과의 찐솔대화'를 열고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또한 지난 6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마음 상담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오은영 정신의학과 박사에게 세대 간 간극 해소 방법과 바람직한 소통 방식에 대해 묻기도 했다.

당시 정 회장은 "모든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일을 잘하도록 돕는 것이 저의 일"이라며 "여러분들이 긍정적 생각을 갖고 목표를 이루고, 회사도 잘 되게 할 수 있도록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직원 절반가량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로 채워지면서, 대기업 총수들이 선대 경영인들 시대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허물고 젊은층에 맞춰 격식 없는 소통에 나선 모습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 교수는 "(선대 경영인 시대에는) 소통이라는 단어 자체가 쓰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바뀌었다"며 "MZ세대들은 강압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리더가 아닌, 현장에서 얼굴을 보고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리더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재용 부회장님과 셀카 찍을 때 아이폰을 꺼내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다'의 줄임말)일까?', '지드래곤보다 유명한 재드래곤이 왔다'와 같이 총수에 대한 친근한 평가가 담긴 글과 댓글이 오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월 16일 서울 양재동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마음 상담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 소통 행보, 그다음은?...알맹이는 '변화'

이러한 총수들의 움직임에 직원들의 반응은 뜨겁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어리둥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큰 가운데 `아직까지는 실감나지 않는다'는 회의론도 자리 잡고 있다. 기업 총수가 자신들의 고민과 트렌드에 귀를 기울인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단순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청한 A그룹사 30대 직원은 "소통 행보 그 자체보다는, 소통했던 내용이 전사에 어떤 피드백을 가지고 올 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총수가 사내 소통 채널과 같은 일을 하게 된다면, 전사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B그룹사 30대 직원 김모씨는 "총수들의 소통이라고 하면, 지속 가능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며 "단순히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후 직원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C그룹사 30대 직원은 "소통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변화가 없어 실망했던 경험이 쌓인다면, 회사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들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양립된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황 교수는 "보수적인 문화와 위계질서가 있는 기업의 경우 이질감이 있을 수 있다"며 "아무리 소통에 나서고 수평적인 환경을 만들더라도, 수십 년 된 조직문화가 한순간에 바뀔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태원 회장이 최근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신조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의 줄임말)이 곧 젊은층이 기성세대에게 바라는 모습이라며 "가까이 가면 멀어지고, 또 다가서지 않으면 불만이 나오는 MZ세대의 특징을 총수들이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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