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친환경 경영' 본격화...2050년 탄소중립 선언
글로벌 재생에너지 캠페인 'RE100' 가입...해외사업장 목표 구체화
21세기 반도체 전쟁의 핵심인 `초저전력 기술' 확보에 사활 걸어
전자제품 소비전력 30% 개선·수자원 재활용으로 물 소비도 감축

10일(현지시간) 멕시코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삼성전자가 '신(新)환경경영전략'을 선언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스마트폰·TV·가전 등 전 영역에서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인 만큼, 경영의 패러다임을 친환경으로 전환해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한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재생에너지 전환 등을 통해 사업장 직·간접 탄소 배출을 줄이고 ▲저전력 기술을 개발하고 ▲수자원 재활용으로 물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번 전략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지난해 이 부회장은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자"고 말했다.

지금까지 삼성은 1992년 삼성환경선언과 2009년 녹색경영비전을 발표하며 환경적 책임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신환경경영전략은 '뉴삼성'을 이끌 새로운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2' 현장에서 삼성전자의 친환경 노력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기후위기 주범 '탄소' 잡아라...재생에너지 전환 속도

15일 삼성전자는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며 환경 경영 과제에 2030년까지 총 7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한 수치다.

회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자 산업의 전 영역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력(25.8TWh·지난해 기준)을 사용하는 ICT 제조사다. 지난해에는 1700여만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주요 목표는 탄소배출을 제로(0)화하는 탄소중립을 2050년까지 달성하는 것이다. 제품을 생산하고 사업장을 운영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직·간접 탄소 순배출을 없애겠다는 의미다.

먼저 사업장에서 나오는 탄소 직접배출을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공정가스 처리 효율을 개선할 신기술을 개발한다. LNG 보일러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폐열 활용과 전기열원 도입도 검토한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캠페인인 'RE100' 가입도 공식화했다. 전력 사용으로 발생하는 간접배출을 줄이기 위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5년 내 모든 해외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추진한다. 목표 시점은 서남아·베트남 올해, 중남미 2025년, 동남아·독립국가연합(CIS)·아프리카 2027년까지로 잡았다.

삼성 측은 "전력 수요가 큰 만큼 재생에너지 수급이 쉽지 않고,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도 불리한 상황이지만 환경위기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향한 도전에 나선다"고 말했다.

이 밖에 탄소포집·활용(탄소를 저장한 뒤 자원으로 재활용) 기술을 2030년 이후 반도체 제조시설에 적용하고, 미세먼지 저감 기술 개발에 속도를 올릴 방침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번 신환경경영전략과 관련해 "기후위기 극복과 순환경제 구축은 기업, 정부, 시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우리 시대 최대의 도전"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월 한종희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CES 2022 기조연설에 나선 모습 [사진=삼성전자]

◇ "삼성 제품 사용이 곧 지구환경 개선"

삼성전자는 제품의 에너지 효율도 뜯어고친다. 저전력 기술을 강화해 사용자가 제품을 쓰는 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저감하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반도체 분야에서는 초저전력 기술을 확보해 2025년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되는 메모리의 전력 소비량 절감한다.

이외 스마트폰·TV·냉장고·세탁기·에어컨·PC·모니터 등 주요 전자제품의 대표 모델에 저전력 기술을 적용해, 2030년 전력 소비량을 2019년 동일 성능 모델보다 평균 30% 개선할 계획이다.

압축기·열교환기와 같은 고효율 부품을 적용하고 인공지능(AI) 절약모드를 도입하는 등, 제품의 작동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절감할 방침이다.

제품 사용뿐만 아니라 전 생애주기에 걸쳐 자원 순환도 극대화한다.

재활용 소재로 전자제품을 만들고, 다 쓴 제품을 수거해 자원을 추출한 뒤, 다시 이를 제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체제를 만드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는 '순환경제연구소'도 설립했다. 연구소는 재활용 소재 개발과 폐기물 자원 추출을 중점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또한 2030년까지 플라스틱 부품의 50%, 205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부품에 재생레진 적용을 추진한다. 갤럭시Z폴드4에 적용된 폐어망과 같이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한 제품도 확대한다.

배터리 분야의 경우 2030년까지 삼성전자가 수거한 모든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해 다시 쓰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제품 사용 단계에서 전력 사용을 줄이고, 원료부터 폐기까지 제품 전 생애에 걸쳐 자원순환을 극대화해 지구 환경을 살리는 데 기여하겠다"며 "삼성전자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탄소배출 저감에 동참하는 활동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내부에 조성된 연못. [사진=삼성전자]

◇ 반도체 '물먹는 하마' 딱지 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국내 사업장에서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도 추진한다며 세부 계획을 소개했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용수 다소비 산업이다. 물은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화학물질을 씻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과 뗄 수 없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라인을 증설하면서 사업장의 하루 취수 필요량이 2030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용수 재이용을 늘려 이를 2021년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을 운영하는 DX부문도 수처리 시설을 고도화해 용수 재이용을 확대하고, 2030년까지 글로벌 수자원 발굴 프로젝트와 하천 복원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오염물질 저감 기술도 개발한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대기·수질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신기술을 적용해, 2040년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자연 상태'로 처리해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또한 글로벌 환경안전 인증 기관인 UL이 발급하는 폐기물 매립 제로 플래티넘 인증(자원순환율 99.5% 이상)을 2025년 모든 글로벌 사업장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후위기 극복과 순환경제 구축은 기업, 정부, 시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우리 시대 최대의 도전"이라며 "혁신 기술과 제품을 통해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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