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전작권 전환 연기를 둘러싼 쟁점과 대응 방안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전환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국방부는 4월부터 전작권 재재연기 방침을 정하고, 전작권 재재연기 협의를 미국측에 요청했다. 미 합참의장 등은 한국 정부의 요청에 소극적 반응을 보였으나 10월 2일 개최된 4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양국 국방장관이 참여하는 최고위급 한미군사협의채널)에서 전작권 전환 재재연기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45차 SCM의 이같은 합의에 대해 대다수 언론들은 사실상 재재연기에 합의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은 다소 섵부르다. 공동성명에서 전작권 전환을 2015년 이후로 연기한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45차 SCM 공동 성명 중 전작권 관련한 대목>전작권 전환은 동맹의 연합방위태세?능력을 유지.제고시켜야 하며, 한미동맹의 국방 우선과제와 미래 발전에 기여하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양 장관은 심각해진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 유동적인 한반도 안보상황에 특히 주목하면서 연례 SCM/ MCM을 통해 ‘전략동맹 2015’의 이행을 평가하는 맥락에서 한반도 안보상황을 주기적으로 평가.점검하기로 하였고, 이에 관해 계속 협의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양 장관은 전작권 전환이 체계적으로 이행되어 연합방위태세가 강력하고 빈틈없이 유지되도록 보장해 나가는 데 있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과 ‘전작권 전환 검증 계획(OPCON Certification Plan)’이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SCM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양 국방장관의 발언은 엇갈렸다. 척 헤이글 장관은 “전작권 전환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이 제기한 문제들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한국 군은 특히 지난 10년간 매우 강해졌고, 더 전문화되고, 더 강화되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즉 우리 정부의 전환 연기 요청에 소극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이에 반해 김관진 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합의했던 2007년 당시의 한반도 안보상황과 현재의 안보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남북상황은 대단히 유동적”이라며 “제반 안보상황에 따른 조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조건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해 전작권 전환 연기를 강조했다. 이는 한미 간에 합의가 명확하게 이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물론 척 헤이글 장관은 “전작권 전환이라는 것은 항상 조건에 기초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조건을 검토하고 있고 조건에 합의할 것이다라는 것에 낙관적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함으로써 한국 정부의 요청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대선 공약으로 전작권을 차질없이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박근혜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작전권 환수에 소극적이었다. 2013년 3월 5일 발표한 공약가계부에서 전작권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세 가지 가능성을 모두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첫째, 애초 계획대로 2015년 환수. 둘째, 2015년에 환수하되 한미연합사를 존치시키고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변형된’ 작통권 환수. 셋째, 전작권 환수 시점의 연기. 아마도 이같은 이유 때문에 3월 발표된 공약가계부에서도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3월과 4월 한반도 전쟁위기 상황을 거치면서 세 번째 안 즉 전작권 환수를 연기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애초부터 박근혜 정부가 전작권을 2015년에 차질없이 환수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의지가 없었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간다면 대선 공약 자체가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재재연기의 배경은 무엇인가

 
박근혜 정부가 세 가지 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재향군인회, 성우회 등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재재연기 요청이 청와대와 국방부에 접수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무리하게 전작권을 환수하여 군사대비태세에서 펑크라도 나면 안부부실 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 사회의 안보 불안 심리를 극대화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개입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작권을 예정대로 환수한다면 박근혜 정부가 강조해 왔던 안보 불안 논리에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총체적인 공세 - NLL 문제, ‘종북’ 소동, 내란음모 등 - 를 강화해 안정적인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하는 데서 안보 불안 조성은 중요한 수단이 되며 이 수단의 효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작권 전환을 다시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2010년 6월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대가로 하여 이명박 정부의 전작권 연기 요청을 수용한 바 있다. 그 대가로 미국은 한일군사협정을 강력하게 요청했고,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요청을 받아 들여 2012년 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밀실에서 체결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추진을 포기하게 된 해프닝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치러야 할 대가로 우선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들 수 있다. 현재 매년 8000억원에 조금 못미치는 분담금이 미군에게 투입되고 있으며 미국은 1조원 정도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 정부의 전작권 환수 시점 연기를 방위비분담금 인상과 연결지어 협상하려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 정부의 전작권 환수 연기는 미국에게는 커다란 협상 지렛대가 될 것이다.
 
방위비분담금 인상보다 더 커다란 대가를 지불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더 커다란 문제이다. 현재 미국이 한미군사관계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조속한 미군기지 이전, 한미군수협력, MD 등과 같은 아시아중시전략의 한국 협조이다. 미군기지 이전은 10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사업이다. 한미군수협력은 미국의 무기도입을 의미한다. 아시아중시전략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SCM 회의를 하기 위해 방한하는 비행기 안에서 수행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이 갖춰야 할 역량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미사일 방어(MD)”라고 답했다. 이는 실수가 아닌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은 전작권 환수 재재연기 협상 과정에서 한국정부의 MD 편입을 더욱 종용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형 MD와 미국 MD 편입의 갈림길
 
현재까지 정부는 공식적으로 미국의 MD 편입을 부인하고 있다. 한국의 독자적인 미사일 방어 체제를 구축하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사실상 미국의 MD 체제에 편입하는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이론적으로 한국형 MD(KAMD)는 한반도에 떨어지는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하층방어체계로서 상층방어체계나 고고도방어체계인 미국의 MD와는 차이를 갖는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구분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 차츰 옅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강조하면서 한국형 MD와 미국 MD의 구분을 사실상 없애왔다. 2009년 7월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향후 미사일 도발은 일본이나 괌을 겨냥할 수 있다며 한미일 3자 대화에는 이러한 시나리오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국측 대표도 이에 동의했다.
 
일본이나 괌을 겨냥하는 미사일을 공동방어 한다는 것은 한미일 3각 MD 구축을 의미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KAMD는 한반도에 떨어지는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하층방어체계인데, 일본이나 괌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상층방어체계인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0년 7월 한국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레이더로 적의 탄도미사일을 추적해 그 위치정보를 미국 해군에 제공하고 미국 이지스함이 SM-3 미사일을 발사해 명중시키는 훈련인 한미합동 미사일 요격훈련이 실시되었다. 2012년엔 미국 관료의 발언이 등장하기도 했다. 9월 10일 미 국무부 프랭크 로즈 차관보는 “한국과 MD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시인했으며, 9월 24일 캐슬린 힉스 국방부 정책담당 수석부차관은 “미국이 추진하는 MD에 한국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놓고 (한국 정부와) 대화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방부가 PAC-2를 PAC-3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사실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PAC-2 체계로는 탄도미사일이 요격 능력이 현저히 낮다며 PAC-3 체계로 개량해야 한다는 요지의 한미공동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애초 국방부는 국산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의 성능 개량을 통해 PAC-2를 대체한다는 계획이었다. PAC-3를 도입하더라도 실전 배치까지 수년이 걸리는 데다 미국이 주도하는 MD 체제에 편입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당시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해 “도입과 국내 개발에 시간상으로 차이가 별로 없고, 우리는 미국이 하는 상층 방어나 고고도 방어망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형 KAMD체제의 핵심인 천궁을 개량하여) PAC-3급으로 자체 개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근혜 출범 이후 미국의 MD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2013년 4월 제주 해역에서 퍼시픽 드래곤 훈련이 실시되었는데, 이 훈련의 목적은 “동맹국들과의 정보 공유를 포함한 지역 BMD 체제를 발전시키는 데 ”(제임스 밀러 국방부 차관) 있다. 미국의 MD 주무부처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도 홈페이지에서 “한미일 해군 함정들은 이 훈련에서 거의 동시에 발사된 2기의 탄도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추적했다”고 훈련의 내용을 설명했다.
 
올 6월에는 한국군이 SM-6 미사일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연말까지 수립할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KAMD)' 종합 발전계획에 2016년까지 SM-6급 함대공 미사일을 도입해 해상 요격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SM-6는 함대공 미사일로, 해상 MD 체계의 핵심 무기이다. 해상 MD는 한국의 내륙을 방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 방어용 성격이 짙다. 수도권으로 떨어지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을 동해, 서해, 남해에서 발사하는 함대공 미사일로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한국형 MD를 구축한다는 명목으로 미국 주도의 MD에 편입하는 정책을 꾸준하게 추진해 왔다. 특히 PAC-3와 SM-6는 한국형 MD와 미국 주도 MD를 가르는 핵심적인 무기체계이다.

전작권과 MD 맞교환은 재앙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이미 미국 주도 MD에 사실상 참여하고 있는 조건에서 MD 참여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한국형 MD에서 미국주도 MD로 전환하는 핵심적인 무기 체계라 할 수 있는 PAC-3와 SM-6 도입이다.

둘째, 미국 주도 MD에 참여에 반드시 필요한 외교적 조치로서 한일 군사정보협정의 체결이다. 한일정보협정은 미국 주도 MD를 위해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해 왔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전작권 환수 연기 요청을 미국이 수용하면서 요구한 것이 한일군사협정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미국은 한일 정보협정을 꾸준하게 요구해 왔다.

전작권 환수 재재연기 협상과 관련하여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PAC-3, SM-6,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다.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전작권 환수 연기 기정사실화론 거부
 
언론에서는 이미 45차 SCM 회의와 기자회견을 분석하면서 전작권 환수 재재연기가 사실상 합의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보도를 수용할 경우 우리가 대응할 사실상의 내용을 상실하게 된다.
 
현재 미국은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협조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여부를 놓고 내년상반기까지 줄다리기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따라서 기정사실화론을 거부하고 전작권 재재연기 불가 기조 아래서 대응 활동을 모색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2015년 전작권 전환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취임 직후 제출한 공약가계부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취임하자마자 전작권 재재연기를 검토했던 것이다. 이는 대선 공약 자체가 거짓 공약이었음을, 국민을 기만한 것이었음을 의미한다. 전작권 환수 재재연기는 주권을 포기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외교 후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제기해야 한다.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1조원 이상으로 증액을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를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2014년 예산안에 방위비분담금을 8000억원으로 책정하고 있으나 이것 역시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예산 부족으로 시퀘스터(정부예산 자동 삭감 조치)가 발동되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에 더 많은 미국 구매를 요구할 것이며, 미군 기지 이전에서도 한국 정부의 부담을 요구할 것이다. 전작권 재재연기 방침은 미국으로 하여금 이같은 요구를 더욱 강하게 할 수 있는 협상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작권 환수 연기 방침과 그에 따른 협상은 국가 예산을 축내고 그 결과가 민생으로 돌릴 국가 예산을 미국 정부의 재정난 해소에 쓰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전작권 환수 문제는 주권 문제이다. 정부가 수립된 후 65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작전통제권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주권 국가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뼛속깊은 친미 사대 의식이 가져온 무능력함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21세기의 안보는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냉전 시기의 안보 담론으로는 절대 한국의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 또한 전작권 환수 연기는 미국 군사력에 대한 더욱 큰 의존을 부를 것이며, 이는 결국 한미동맹의 늪에 더 깊이 빠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2015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환수를 위해 국민 여론을 모아나가야 한다. 전작권 환수는 국가 주권의 문제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장창준 통합진보당 진보정책연구원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