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김성호 기자 = 고구려는 우리에게 힘찬 기백이 넘치는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워 주는 역사이기도 하고, 무모한 국수주의적 민족관을 심어주는 모체이기도 했다.

 
“고구려의 기상, 우리 민족의 기백을 이야기할 때의 대표적 그림이지요.” 세월의 풍상으로 벽화의 일부가 듬성듬성 떨어져 나간 그림이 담긴 책자를 넘기며 임종석(사진) 전 민주당 의원은 말문을 연다.

“이 그림은 잊어버리고 있던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림 자체가 주는 호방한 붓놀림과 생동감도 좋지만, 당시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민족의 기상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기상은 개인에겐 ‘꿈’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요즘 청소년들이 이러한 기상이 담긴 그림을 보며 호연지기라는 커다란 꿈을 꾸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마무사들이 호랑이, 사슴, 토끼 등을 사냥하고 있는 ‘수렵도’는 중국 길림성 즙안형 여산 남록에 위치한 무용총의 서벽에 그려져 있다. 산조차도 사람보다 클 수 없다는 자신감과 대륙적 기질이 압축된 산악의 묘사는 물결 모양의 펴앵 먹선으로 표현돼 있다.

말 달리는 방향과 정반대로 몸을 틀어 활을 겨누고 있는 무사의 모습은, 긴장된 사수의 기백과 힘찬 몸놀림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그 팽팽한 활시위는 쉽게 일상에 젖어 자신 외의 것들에게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현대인들을 나무라고 있는 듯 단호하다.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의 민족혼과 정신을 살려낼 수 있다면,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인 우리 민족의 대화합은 한층 빨리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시의 생활상과 정신을 무덤에까지 그려 넣어 저승길에서도 잊지 않으려 노력한 고구려인들. 우리의 내면에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호방한 기상으로 이제는 민족의 대화합을 이뤄 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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