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이소연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한일관계는 사실상 ‘적대 관계’로 탈바꿈하게 됐다.

일본이 시도 때도 없이 우경화에 대한 진심을 표출하고, 이에 대해 주변국인 한국과 중국이 강도높게 반발하면서 동북아 정세도 아슬아슬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아베 신조의 이번 참배로 한일관계는 ‘전면 대결구도’에 가까운 남북관계보다 더욱 악화일변도로 치닫게 됐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간신히 유지해왔던 한일간 대화는 상당기간 끊어질 전망이다.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이 이날 쿠라이 타카시(倉井高志)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한일정상회담을 희망해 온 아베 총리가 진정성이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라며 “앞으로 발생할 어떠한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은 일본에 있다”고 강도높게 비난한 것은 한일간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선전포고에 가깝다는 평가다.

전 세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참배를 강행한 아베 총리의 제 멋대로식 ‘일방주의’는 침략으로 얼룩진 과거사를 부정하고 싶은 일본의 숨은 욕망을 전 세계적으로 보여줬다. 이는 외교적으로 접근했을 때, 한국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구조적으로 한일관계를 붕괴시키는 결정적 요인이다.

이번 참배는 특히 최근 떠들썩한 ‘실탄공급’ 사건과 겹쳐져 논란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어 한일관계가 호전될 기회를 놓친 셈”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차 내각 때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못한 것에 대해 ‘통한’이라고 밝힐 정도로 노골적 야욕을 보여왔다. 잇따른 망언과 집단자위권 도발로 우리 국민의 반일감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민감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이 일본 자위대로부터 사상 최초로 실탄공급을 받은 것으로 아베 정권은 마치 기회라도 잡은 듯 “적극적 평화주의” 선전공세를 펼쳐댔다. 그리고 바로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이어졌다.

때문에 내년의 한일간 정치일정은 더욱 암울하다.

당장 내달로 예정된 차관급 전략대화는 일본의 이 같은 도발로 수포로 돌아갔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은 2월 독도의 날 행사와 3월 교과서 검정결과를 통해 한국에 대한 도발을 더욱 농도짙게 감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초로 예상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 징용자 배상판결은 1965년 맺은 한일 청구권 협정 자체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까닭에 양국관계는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한국 정부의 안이한 판단과 경솔한 행동들, 흐리멍덩한 대응에 일본의 극우본색이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음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정부당국의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